진료기록부 작성 때 '충분하게 상세한'은 어느 정도?
진료기록부 작성 때 '충분하게 상세한'은 어느 정도?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1.04.21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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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허술한 진료기록 기재 사유로 유죄 판결
성형외과의사회 "지나치게 자의적 법 해석 유감"
의사 형사처벌 급증 추세…'과도한 형벌주의' 우려

진료기록부 작성에서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상세한'은 과연 어느 정도를 이르는 것일까.

최근 법원이 허술한 진료기록부 작성을 이유로 개원의에게 유죄 판결을 내린데 대해 지나치게 자의적 법해석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해당 개원의는 '눈매교정 절개술 및 쌍꺼풀 재수술' 과정에서 수술 중 수면 및 국소마취 여부, 상안검거근막 결찰 이후 봉합 등 수술방법과 투여 약물, 과거 수술전력 등을 기록했지만 법원은 '더 상세한 진료기록'을 기재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는 이와 관련 20일 입장문을 내고 진료기록에 수술 방법에 대한 세부 기재가 없다는 사유로 처벌하는 것은 지나치게 자의적인 법 해석이라고 비판하고 판결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의료법 상 진료기록부는 작성 방법에 구체적 규정을 두지 않고, 치료 혹은 수술 방법을 어느 정도까지 기재해야 하는 지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성형외과의사회는 "성형외과 분야 학술적 진전과 술기의 발달로 수술 방법이 상당히 보편화돼 있다"며 "진료기록에 수술방법에 대한 세부 기재가 없다는 사유로 처벌하는 것은 지나치게 자의적인 법 해석"이라고 밝혔다.

다른 의료인의 이해 여부만으로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는 판단이다.

성형외과의사회는 "같은 분야 의료인이라도 개개인의 지식·경험 정도에 따라 의무기록에 대한 이해도는 다를 수밖에 없다"며 "'충분할 정도로 상세한'에 대한 기준이 정의되지 않는다면 법적 판단의 일관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수술 전후 임상 사진을 의무기록으로 인정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성형외과의사회는 "수술 전후 사진은 성형외과의 가장 중요한 의무기록으로, 성형외과학에서는 중요한 진료기록으로 인정해 정규 교과서에 포함하고 있다"며 "대부분의 대학병원이 환부와 수술 과정·결과 등을 디지털 이미지·동영상으로 남겨 임상 기록으로 활용한 지 오래됐는데도 재판 과정에서 임상 사진을 의무기록으로 인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의료인의 형사처벌 경향은 '과도한 형벌주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성형외과의사회는 "의료인을 적극 처벌해 일반적인 예방을 강조하려는 취지의 예방형벌론으로는 의료사고를 줄일 수 없다"며 "오히려 의사-환자 관계를 악화시키고 비생산적인 소송의 남발과 사회적 비용 증가를 유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세계적으로도 의료 선진국은 형벌적 규제보다 자율적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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