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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인물' 명의로 처방전 발행…"의료법 위반"
'가상인물' 명의로 처방전 발행…"의료법 위반"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1.04.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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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의사, 허무인을 환자로 해 처방전 작성…처방전 교부는 제약사 영업사원에게
1심 '무죄' 선고했으나 2심 벌금 300만원 선고…대법원, A의사 '상고 기각' 판결
대법원 "의료법 원칙상 처방전 '작성 상대방'='교부 상대방' 동일해야" 판단

의사가 실존하지 않는 '가상의 인물'(허무인)을 환자로 해서 처방전을 작성해 교부한 행위는 의료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최근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의사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A의사는 2016년 4월 30일경 허무인 B씨를 처방전에 환자로 기재하고, 처방전에 기재된 환자가 아닌 C제약회사 영업사원인 D씨에게 발기부전치료제 200정에 대한 처방전을 교부했다.

또 2016년 7월 22일까지 같은 방법으로 총 7회에 걸쳐 7장의 허무인 명의의 처방전을 D씨에게 발급하는 등 의사로서 환자에 대한 직접 진찰 없이 허무인 명의의 처방전을 발급했다.

검찰은 "A의사는 환자를 직접 진찰하지 않고 처방전을 발급해 의료법을 위반하고, 약국개설자가 아닌 제약사 영업사원 D씨의 판매 목적 전문의약품 취득행위를 방조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기소했다.

1심 재판부(의정부지방법원)는 A의사에 대해 의료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의료법 제17조 제1항의 위반행위란 '의사 등이 직접 진찰하거나 검안하지 않은 환자를 대상으로 처방전 등을 작성해 환자 등에게 교부하거나 발송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할 것이고, 처방전에 기재된 환자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허무인인 경우에는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상 이를 처벌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실제 존재하는 사람이 아닌 허무인에 대해 처방전을 작성해 제3자에게 건네주는 행위는 의료법 규정의 적용대상이 아니라고 봐야 한다"며 A의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의정부지방법원)는 1심 판결을 뒤집고 A의사에게 유죄를 인정,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처방전은 어디까지나 처방전에 환자로 기재된 진찰 대상자(작성 상대방)에게 교부해야 하는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의료법 원칙상 처방전의 작성 상대방과 교부 상대방이 동일할 것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즉, 의료법 제17조의 진찰의 대상이 되는 환자는 처방전의 '작성 상대방'+'교부 상대방'의 성격을 모두 갖는 사람인 이상, 의사로서는 처방전에 환자로 기재되는 작성 상대방으로서의 환자와 교부 상대방인 환자를 모두 직접 진찰해야 하는 것이고, 그런 진찰이 전제되지 않은 채 처방전을 발급한 이상 교부의 상대방이 누구인지를 불문하고, 의료법 제17조 제1항을 위반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

2심 재판부는 A의사는 ▲실재하는 사람이 아닌 허무인을 처방전에 환자로 기재했고 ▲처방전에 기재된 환자가 아닌 영업사원 D씨에게 처방전을 교부해 처방전의 '작성 상대방'과 '교부 상대방'이 동일하지 않아 결국 의료법 제17조 제1항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A의사에게 의료법 규정의 적용대상이 아니라고 본 원심판결(1심판결)에는 의료법 제17조 제1항과 관련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며 A의사에 대한 무죄부분을 파기하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A의사의 약사법위반 방조의 점에 대해서는 1심 재판부와 같이 무죄를 인정했다.

대법원도 "의사가 의료법 제17조 제1항에 따라 직접 진찰해야 할 환자를 진찰하지 않은 채 그 환자를 대상자로 표시해 진단서·증명서 또는 처방전을 작성·교부했다면 의료법 위반으로 봐야하고, 환자가 실제 존재하지 않는 허무인인 경우에도 마찬가지다"라며 A의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관련 법령>
* 의료법 제17조(진단서 등)
①의료업에 종사하고 직접 진찰하거나 검안(檢案)한 의사(이하 이 항에서는 검안서에 한하여 검시(檢屍)업무를 담당하는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의사를 포함한다), 치과의사, 한의사가 아니면 진단서·검안서·증명서를 작성하여 환자(환자가 사망하거나 의식이 없는 경우에는 직계존속·비속, 배우자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말하며, 환자가 사망하거나 의식이 없는 경우로서 환자의 직계존속·비속, 배우자 및 배우자의 직계존속이 모두 없는 경우에는 형제자매를 말한다) 또는 형사소송법 제222조제1항에 따라 검시(檢屍)를 하는 지방검찰청검사(검안서에 한한다)에게 교부하지 못한다. 다만, 진료 중이던 환자가 최종 진료 시부터 48시간 이내에 사망한 경우에는 다시 진료하지 아니하더라도 진단서나 증명서를 내줄 수 있으며, 환자 또는 사망자를 직접 진찰하거나 검안한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가 부득이한 사유로 진단서·검안서 또는 증명서를 내줄 수 없으면 같은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다른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가 환자의 진료기록부 등에 따라 내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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