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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공단에 현지조사 권한 있나-법제처 유권해석 따라 파장 클 듯

[기획취재]공단에 현지조사 권한 있나-법제처 유권해석 따라 파장 클 듯

  • 이정환 기자 leejh91@kma.org
  • 승인 2003.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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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처 유권해석 따라 파장 클 듯



공단이 건강보험법의 입법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복지부의 지적에 이어 의협 김선욱 법제이사는 “의료보험법에서는 조합이 요양기관을 지정할 수 있고, 또 그 취소를 할 수 있는 일종의 강제적인 공권이 있었으나 건강보험법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말해 건강보험법의 취지를 정확히 이해할 필요성이 재차 강조되고 있다.

김선욱 법제이사는 “의료보험법이 건강보험법으로 바뀌면서 기존에 조합(공단)이 가진 이러한 공권이 법상 ‘당연요양기관지정제’로 바뀌었고, 기존에 공단이 가진 지정 취소 권한은 ‘요양기관 업무정지처분, 과징금 처분’등으로 바뀌어 복지부가 갖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김 법제이사는 “건강보험체계 및 그 안에서의 구성부분의 역할에 큰 변화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실례”라며, 공단은 이러한 사실을 빨리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법제이사는 “현행 건강보험법 체계에서는 공단(보험자)과 요양기관이 대등, 수평한 관계에서 상호 독립된 견제 기관으로 변모했으므로 공단이 옛날의 기억으로 현재 관행처럼 행하고 있는 요양기관 현지실사는 변화된 법체계에서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의협은 공단의 요양기관에 대한 현지조사권 활용으로 인해 요양기관이 피해를 보는 것은 물론 자칫 잘못하면 사회적으로 요양기관에 대한 불신감을 조장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지난 국정감사에서 문제의 발단이 된 서울 도봉구 소재 ‘신창내과’건의 경우에도 공단에서 자료조사권의 권한을 남용해 요양기관을 방문 조사해 부당이득금처분을 내린 것은 의사의 진료권을 위축시키고 국민들의 요양기관에 대한 불신감을 조장한 처사임에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공단 직원이 요양기관을 방문해 요양기관 장과 ‘딜’(공단 직원이 임의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요양기관에 부당이득금 고지처분을 한 후 복지부에 보고하지 아니하고 해당 사건을 종결처리 하는 것)을 하는 과정에서 요양기관의 장이 겪을 양심상의 고통과 확실한 근거나 액수가 아닌 눈치를 보는 입장에서 느낄 상실감은 상상을 초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김선욱 법제이사는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공단 직원이 더 이상의 악결과는 없을 것이라고 하는 말에 타협을 하게 되고, 그 과정에 공단 직원과 또 다른 ‘딜’ 이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없다”며, 이러한 모든 과정에서 권력의 횡포(?) 때문에 인권적으로 침해를 받는 부분도 앞으로 지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선욱 법제이사는 “허위청구나 착오청구를 하거나 고시를 인식하지 못한 청구를 하거나, 잘못된 입력으로 의료기관이 민법상의 ‘부당이득’을 얻은 경우는 그 이득이 법상 원인이 없는 경우에는 반환하는 것이 부당이득 법리”라고 말했다.

또한 “건강보험법에서는 이를 행정처분에 준해 규율하고 있고, 부당이득환수는 복지부장관의 처분서에 의해 행해지고 있고, 그렇게 돼야 적법한 절차에 근거한 환수가 된다”고 언급했다.
이렇게 되었을 경우 요양기관은 부당이득환수가 부당하다고 판단하면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할 권리 보호 방법이 있게 된다.

그러나 공단의 현지조사권은 공단과 요양기관이 서로 야합해 환수액을 정하는 치명적인 잘못이 있다.
이와 관련 김 법제이사는 “야합은 엄연히 복지부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고 건강보험재정을 누수 시키는 부패행위”라고 잘라 말했다.

따라서 “법집행이 일부 공단 직원의 선심(?)에 의해 절차를 밟지 않고 ‘딜’ 이 된다면 법에 따른 법집행이 아닌 개인의 생각에 의한 법집행으로 헌법상의 법치주의가 심각하게 후퇴되고 행정부의 권한이 유명무실해지는 상황이 초래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단은 부당이득징수를 위해 필요시 요양기관을 방문해 자료제공을 요청하고 제공받은 자료의 진위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공단이 건강보험재정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의 수단이면서 동시에 합법적인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공단이 이러한 기능을 하게 되면 재정안정화를 이유로 의료를 지속적으로 압박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공평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어 복지부가 기능을 갖는 것이 옳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복지부가 장기적으로는 보험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 주장에 따르면 현재 복지부가 보험자로서의 기능을 하기에 역부족이어서 공단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복지부가 모든 책임을 질 수 있는 시스템으로 돼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공단이 실사권을 가져야 하는지 여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법제처는 법치주의 원칙에 따라 금년 말까지는 유권해석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관계자에 따르면 “법제처는 법에 의해 건강보험이 운영돼야 하는데 공단과 의료기관이 개별적으로 야합 등을 통해 문제를 사전에 해결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복지부에 권한을 주는 쪽으로 유권해석이 나올 가능성이 많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공단이 실사권을 가져서는 안된다는 대다수의 견해를 법제처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떠한 잣대로 해석을 내릴지 성급하게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결과에 따른 파장은 상당히 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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