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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8 17:57 (목)
"간호단독법, 간호사 권익 보호하지 못해" 
"간호단독법, 간호사 권익 보호하지 못해"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1.03.30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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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의연 "의료인 경계 흔들어 의료시스템 혼란·면허체계 훼손"
"낮은 임금·높은 업무 강도·경직된 조직문화 먼저 개선해야"

"간호단독법안은 간호사에게도, 의료계에게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최근 국회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발의하고 있는 간호단독법안은 의료인 업무 경계를 허물어 의료시스템의 혼란과 의료인 면허 체계의 근간을 뒤흔들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바른의료연구소는 30일 '간호 단독 법안의 문제점과 파급 효과에 대한 분석'을 통해 "간호단독법안으로 간호사 권익을 보호할 수 없다"면서 "낮은 임금·높은 업무 강도·경직된 조직문화 등을 개선하는 것이 선결 과제"라고 밝혔다.

간호사 권익을 근본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수가 인상 및 수가 체계 개선 ▲효율적 간호인력 수급 계획 수립 ▲의료기관 내 체계적인 간호 교육 및 업무 시스템 정비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먼저 간호단독법안은 간호사들의 권익보다 정치적인 희생물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의료법에는 '의료인'으로서 공통 적용되는 의무·책임이 명시돼 있지만, 단독법안이 통과되면 의료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나 국회가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법 개정을 통해 간호 직역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바의연은 "실제로 법안을 살펴보면 초임 간호사들에게 일할 지역이나 분야를 정부가 강제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내용"이라며 "법안 곳곳에 정부나 정치인들의 입맛에 맞게 간호인력을 운용할 수 있는 여지가 다분한 법령들이 숨어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과연 일선에서 일하고 있는 간호사들도 이런 위험성까지 모두 인지하고 간협이 추진하는 간호법안 제정을 찬성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권한에는 반드시 책임과 의무가 뒤따르며, 이득을 보는 사람이 있으면 반드시 손해 보는 사람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역간 형평성 훼손으로 결국 의료시스템 왜곡 및 면허체계 혼란이 빚어진다는 인식이다.   

바의연은 "발의된 간호법안에는 '진료의 보조'라는 표현을 삭제하고, 간호사가 아니면 간호업무를 할 수 없도록 명시해 의료인간 면허 범위 관련 분쟁이 잦아질 우려가 크다"며 "의사와 간호사가 모두 할 수 있는 특정 의료행위에 대해 간호업무로 규정하게 되면, 이후부터 법 해석에 따라 해당 업무는 의사는 할 수 없고 간호사만 할 수 있게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의료기관들은 더 많은 간호 인력을 채용해야 하는데, 현재도 간호 인력 수급이 어려운 일선 의료기관들은 경영 압박과 더불어 억울하게 행정 처분을 받게 되는 사례가 속출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PA 의료행위에 대한 합법화 명분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짚었다. 

바의연은 "법안 중 '지도 또는 처방 하에 시행하는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 규정은 PA의 불법의료행위에 대한 합법화 명분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 '진료의 보조'가 삭제되면서 의사가 처방하기만 하면 간호사가 침습적 시술이나 수술, 초음파 시술 등을 직접 해도 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불법이었던 PA 의료행위가 합법화되는 것을 의미하며, 이로 인해 의료인간 업무 범위를 엄격히 규정하는 의료법이 무력화되고, 각 직역별 단독법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의료인 면허 체계의 대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병원급에 대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명문화는 의료현장의 현실을 외면한 인식이라는 판단이다. 

바의연은 "간호간병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기관들이 늘어나고, 상급종합병원까지 간호간병 통합서비스에 나서면서 정부가 수가를 낮추기 시작했다. 간호사를 비롯 간호 인력들이 대형병원·종합병원들로 집중되면서 가뜩이나 간호인력 수급이 어려운 지방병원 및 중소병원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공공병원에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강제하면 경영부실과 인력부족으로 부실화에 내몰리고, 민간병원까지 강제화를 확대하면 결국 병원급 의료기관의 줄도산과 의료시스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의료계와 마찰을 빚은 '의료인 면허 취소 법안' 대상에서 간호사를 제외, 법 제정 명분을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의연은 "간호단독법안에는 의료인 면허 취소 법안의 핵심인 의료법 제8조와 제65조의 대상 의료인에서 간호사를 제외하고 있다. 게다가 '이 법은 간호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다른 법률에 우선하여 적용하고'라는 문구가 삽입돼 있다. 의료법을 아무리 개정해도 간호사는 처벌대상에서 빠진다"며 "간호법안이 현안대로 통과되고 의료인 면허 취소 강화 법안도 통과된다면, 이는 의료인 처벌 기준에 있어 형평성에도 크게 어긋나는 것으로서 다른 직역 의료인들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명토박았다.

간호단독법안 발의에 앞서 '의료인'에 대한 개념 정립부터 다시하라는 일갈이다.

바의연은 "이번 입법은 의료인의 정의에 대한 개념 정립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진 입법이다. 심각한 형평성 논란이 발생할 것"이라며 "실효성 없는 법안을 제정할 것이 아니라 수가 인상 및 수가체계 개선, 효율적인 간호 인력 수급 계획 수립, 의료기관 내 체계적인 간호 교육 및 업무 시스템 정비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대한간호협회도 이 정책이 진정으로 간호사 및 간호 인력을 위한 정책인지를 냉정하게 판단하고, 일선에서 일하고 있는 민초 간호사들의 목소리를 더욱 경청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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