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의료는 과연 지속가능한가?
한국 의료는 과연 지속가능한가?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1.03.25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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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미한 의료 접근성·왜곡된 응급의료 이용 행태 개선 시급
응급실 환자 90% 스스로 내원…중증 응급환자 절반 이상 '전원' 
보건지소·보건진료소 등 보건기관 이젠 의료수요 해소 기능 못해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3월 25일 의료 접근성과 환자이송체계를 중심으로 '지속가능한 효율적 의료체계'를 점검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토론의 중심은 보건소·보건지소·보건진료소 등 보건기관을 통한 의료 접근성 제고와 응급환자이송체계의 문제점에 모였다.

# 1980년대 무의촌 지역 의료 수요를 해소하기 위해 만든 공중보건의사제도는 40여 년 동안 큰 변화 없이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도로·철도 등 기간시설이 확충되고 개인 차량을 통한 지역 간 이동이 자유로워지면서 보건소·보건지소·보건진료소 등을 통한 의료접근성은 이미 의미를 잃었다. 

# 중증외상·심근경색·뇌졸중 등 긴급한 응급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권역별-지역별-병원별 응급의료센터를 지정하고 각종 지원을 늘리고 있지만, 정작 응급실 환자의 90%는 환자가 직접 내원하고 76%는 처치 후 귀가했다. 3대 응급환자는 전체 환자의 7%(2019년 기준)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같은 상황은 과연 지속가능한 효율적 의료체계로 이어질 수 있을까?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3월 25일 의료 접근성과 응급환자 이송체계를 중심으로 '지속가능한 효율적 의료체계'를 점검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토론의 중심은 보건소·보건지소·보건진료소 등 보건기관을 통한 의료 접근성 제고와 응급환자 이송체계의 문제점에 모였다.

먼저 발제에 나선 김형갑 의협 정책자문위원(전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장)은 '한국의 의료접근성 검토'에서 교통망이 발달하면서 더 이상 보건지소·보건진료소 등은 의료수요를 해소하는 기능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진료권 설정과 의료이용 분석에는 교통 및 광역의료 이용 추계를 고려한 심화연구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위원은 "실제로 KTX가 발달하면서 암 등 중증질환자의 서울지역 의료기관 이용이 크게 늘었고, 건강수준과 치료만족도도 높게 나타났다"며 "의료기관 이용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이 줄어들면서 지역 독점성이 완화되고, 의료서비스시장을 통합하는 경향을 띠게 됐다"고 설명했다.   

보건기관과 일반의료기관의 입지적 중복성도 짚었다. 

김 위원은 "보건지소와 역할이 겹치는 의원급은 반경 5㎞(차량으로 10분), 1㎞(도보 10분) 이내에 여러 곳이 있다"며 "이동거리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행정구역에 따라 생기다 보니 보건기관이 겹치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보건기관의 역할에 대한 문제점도 진단했다. 

김 위원은 "보건진료소는 임시처방권이 있는 간호사가 허용된 범위 내에서 약물만 처방하고, 보건지소는 의사가 제한된 장비(혈액·소변검사 불가)로 진료하다보니 진료 환자수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며 "자연스럽게 진료량을 떨어지고 예방접종이나 보건증 발급 같은 업무만 늘고 있다"고 토로했다. 

단일 보험자제도에서 진료권 제한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새로운 차원의 지역의료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인식이다. 

김 위원은 "첨단기술과 교통망의 발달은 국가적으로 시·공간의 압축을 유발한다"며 "사회문화적·제도적 상황을 고려하고 기술적 발전에 부합하는 지역 및 광역 의료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강현 연세대원주의대 교수(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응급의학과)는 '효율적인 응급환자 이송체계' 발제를 통해 예방가능 외상 사망률이 선진국 수준(5%)에 이르기 위해서는 골든타임 내에 응급의료에 대한 접근성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높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의 예방 가능 외상 사망률은 2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응급의료는 중증 환자를 골든타임 내에 적절한 치료가 가능한 병원에 이송하는 게 관건"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중증도 분류, 닥터헬기 활성화, 관계기관 간 공조 등이 전제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국내 응급의료 이용 행태에 대한 문제점도 짚었다. 

이 교수는 "전체 응급실 환자 가운데 90%가 직접 내원하고 이동수단도 자차가 많다. 119 이용은 20% 정도"라며 "응급실 환자 76%는 처치 후 귀가하며, 입원환자는 21%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주로 일반환자가 응급실을 찾는 상황이다보니 시간을 다투는 심근경색·뇌졸중·중증 외상 등 긴급한 응급환자가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 

실제 2019년 응급실 내원 환자 가운데 55.6%가 ▲전문 종합 의료 필요 ▲응급수술·응급처치 불가능 ▲중환자실 부족 ▲병실 부족 등을 이유로 전원됐다. 

이 교수는 "전원 환자 80% 이상에서 전원과정 중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중증 외상환자 3분의 2가 질환 정도가 악화됐으며 재전원율도 12.8%에 이른다"며 "전원 환자 사망률이 2.9배 높게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중증환자의 전원시에는 응급 처치가 보장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닥터헬기를 통한 응급환자 이송 현황도 소개했다. 현재 17개 권역별 응급의료센터 가운데 7곳에서 닥터헬기를 운영중이다. 

이 교수는 "닥터헬기는 요청 후 5분 내 출동, 20분내 전문의 응급처치, 1시간 내 의료기관 이송이 미션"이라며 "해부학적 손상 중증도가 높아도 닥터헬기 이송자는 생명을 구하는 경우가 많다. 심정지 환자도 13% 정도 생존율이 높다"고 말했다. 

닥터헬기가 응급의료의 생명줄이라는 진단이다. 문제는 연간 대당 30억원에 이르는 운영 비용.   

이 교수는 "외국의 사례를 보면 닥터헬기를 통해 20%가지 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 운영 비용은 정부가 일부 지원한다"며 "우리가 벤치마킹한 일본은 한 기당 반경 50㎞를 기준으로 53곳의 응급의료센터에서 닥터헬기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은 13곳 정도만 운영해도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응급환자 이송 중 중환자 처치 체계의 중요성도 짚었다. 

이 교수는 "지역 완결형 중증응급환자 치료 체계 구축을 위해서는 지역사회가 응급의료에 대한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며 "닥터헬기의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헬기 수 확대·출동시간 단축·인계점 확대·소방 공조 강화·야간 운영 등의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응급의료 표준 교육체계와 정부 지원도 요청했다. 

이 교수는 "응급처치를 위해서는 의료진이 전문심장구조술(ACLS)·전문외상처치술 교육을 받아야 한다. 전문처치 교육으로 교육비용이 적지 않다"며 "외상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는 이 과정을 반드시 이수할 수 있도록 정부의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진 패널토의에는 김계현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윤구현 간사랑동우회 대표, 김수진 고려의대 교수(고려대안암병원 응급의학과), 허윤정 아주의대 교수(인문사회의학교실) 등이 토론자로 나섰다. 

김계현 연구위원은 정부의 공공의료체계 강화 방안 가운데 70개 중진료권 설정에 대한 문제점을 짚었다. 

김 연구위원은 "환자의 의료생활권과 행정구역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지리적 특성과 함께 환자 의료이용행태를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며 "닥터헬기도 활성화해야 한다. 헬기 1대 운영에 30억원이 든다고 하지만 병상 1개를 운영하는데도 5억원이 든다는 분석이 있다. 닥터헬기 추가 도입과 응급환자 이송체계 확립을 위한 범부처적 논의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구현 대표는 초고령사회에 대한 대비와 함께 비인기과에 대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윤 대표는 "의료 수요는 인구수보다 연령이 더 중요하다. 초고령사회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고령자들은 운전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접근성 차원에서 교통수단도 고민해야 한다"며 "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는 앞으로 더 힘들어질 것이다. 지역별 차등수가나 응급의료센터·중증외상센터 처럼 운영비를 지급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수진 교수는 응급 환자의 급성기 이후 출구전략에 대한 고민을 내비쳤다.

김 교수는 "응급환자가 처음 내원하는 병원이 최종적으로 치료하는 병원이 될 필요는 없다. 응급치료 후 아급성기에는 대학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을 필요가 없다. 2차병원에서 입원치료을 맡으면 중증응급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여력이 커진다"며 "모든 환자를 수용하다 보니 결국 응급치료 자원이 계속 부족한 상황이 된다. 환자 역시 중등도 질환을 치료할 병원을 찾기 어렵다. 출구가 막혀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아급성기 중등도 질환을 치료할 병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증등도 내과계 병원 활성화를 위해 응급가산수가·수가 인상 등을 통한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윤정 교수는 공공의료 성격 규정과 진료권 설정 등에 변화하는 여건을 반영하지 않고 꿰어맞추기식으로 조정하지 않았나 성찰이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허 교수는 "공공의료 영역의 진료권 설정이나 의료이용 분석 등에 다양한 여건을 반영한 심화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공감한다"며 "공보의들에게 공공의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게 하지는 않았는지 뼈아픈 반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응급의료분야에는 정부에서도 많이 투자했는데 여전히 전원이 심각하다. 전원 사망률도 높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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