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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치매안심병원 한의사 필수인력 포함 즉시 철회" 촉구
의료계 "치매안심병원 한의사 필수인력 포함 즉시 철회" 촉구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1.03.22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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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치매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 중증치매환자 건강 위협" 경고
"행동심리증상 중증치매환자 신속한 현대의학적 전문진료 필수" 한 목소리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의협신문

대한의사협회와 치매 관련 진단 및 치료 전문가 단체들이 보건복지부의 '치매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한 강력한 반대 의사를 거듭 밝히며,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보건복지부는 치매안심병원 부족을 이유로 한의사를 필수인력으로 포함하는 내용의 '치매관리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안)'을 지난 2월 16일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은 치매안심병원 필수인력으로 기존의 신경과, 정신건강의학과, 신경외과 전문의 외에도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를 새로 추가하는 것으로 필수인력 중 1인만 있으면 치매안심병원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의협 등 전문가 단체들은 3월 22일 공동 성명을 내고 "치매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은 전문성을 무시하고 중증치매환자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며 철회할 것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격성, 환각, 망상 등 행동심리증상을 보이는 중증치매환자에게 신속한 현대의학적 전문 진료가 필수"라며 한의사를 필수인력으로 포함하겠다는 정부의 발상을 꼬집었다.

아래는 3월 22일 이들 단체들이 발표한 공동 성명 전문.

<'치매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 철회 촉구 공동 성명서>

치매에 대한 진단과 치료의 전문가 단체인 대한신경과학회,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대한신경외과학회, 대한신경과의사회,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대한신경외과의사회, 대한치매학회, 대한노인정신의학회, 인지중재치료학회, 대한의사협회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보건복지부에서 입법 예고한 '치매관리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보건복지부공고 제2021-119호. 2021.02.16.) 에 대하여 강력히 반대한다.

개정안은 치매안심병원 필수인력으로 기존의 신경과, 정신건강의학과, 신경외과 전문의 외에도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를 새로 추가하는 것으로 필수인력 중 1인만 있으면 치매안심병원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치매는 뇌세포가 파괴되면서 기억력, 판단력, 실행능력, 전두엽 기능 등이 소실되는 대표적인 뇌(腦) 질환이다. 치매는 알츠하이머병, 전두측두엽 치매, 레비소체 치매, 뇌졸중에 의한 혈관성 치매, 파킨슨병, 뇌수두증, 대사성 질환, 비타민결핍 등 여러 원인에 의하여 발생한다.

치매가 진행되면서 환자는 공격성, 망상, 환각, 배회, 수면장애, 거부하기, 울고 소리 지르기 등 증상을 나타내어 주변인과 가족들을 힘들게 할 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생명까지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따라서 치매는 의학적으로 규명되어 있는 여러 원인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감별하여 환자가 원인에 맞는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치매의 원인을 정확하게 감별하여 치료하면 증상을 예방, 완화, 또는 호전시킬 수도 있으며 이는 환자와 가족에게 큰 도움이 된다. 예컨대 알츠하이머병은 치매약으로 기억력을 개선시킬 수 있고, 혈관성 치매는 위험인자 관리와 뇌졸중 약물치료를 통해 치매의 발병과 악화를 예방할 수 있으며, 뇌수두증에 의한 치매는 수술적 치료로, 우울증에 의한 가성치매는 항우울증 약물치료를 통해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

따라서 치매에 대한 진료는 적절한 진료 역량을 담보할 수 있는 전문가에 의해 이루어져야만 한다. 신경과, 신경외과,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체계적인 수련을 통해 다양한 원인의 치매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경험을 가진 의사, 신경질환 및 정신질환에 대한 최신의 현대의학적 지식을 충분히 갖춘 의사들이 바로 치매의 전문가다. 현재 국립중앙치매센터, 전국의 치매안심센터 및 병의원에서는 이런 전문가들이 치매환자를 진료, 관리하고 있다.

치매안심병원은 치매환자 중에서도 공격성, 환각, 망상 등의 행동심리증상이 심해져 가정에서 도저히 돌볼 수 없는 중증의 치매환자를 단기 입원 치료를 통해 증상을 호전시켜 조속히 지역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당연히 치매의 전문가인 신경과, 정신건강의학과, 신경외과 전문의에 의한 진료가 이루어져야 한다. 치매의 원인을 현대의학적으로 감별하여 진단하고 치료할 역량이 없고, 치매에 효과가 검증된 현대의학 치료약과 진단검사에 대한 지식과 처방권이 없는 한의사에게 이러한 중증치매환자를 맡기는 것은 마치 즉각적인 처치나 수술이 필요한 응급환자를 한의사에게 보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매우 부적절하고 무책임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보건복지부는 치매의 전문가인 신경과, 정신건강의학과, 신경외과 등 해당 분야 전문가 단체들과 어떠한 협의나 사전검토 없이 치매안심병원의 필수인력에 한의사를 포함시키는 치매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관련 학회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며 개정안 철회를 요청하였지만, 보건복지부는 현재 치매안심병원이 부족하므로 한의사를 필수인력으로 지정하여 치매안심병원의 숫자를 늘리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치매안심병원이 부족한 것은 치료에 참여할 전문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안심병원 지정을 위한 시설과 인력 기준 등 진입장벽은 높은 반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 체계는 미흡하여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치매안심병원이 부족하다면 왜 부족한지에 대한 원인을 분석하고 그에 따른 해결책을 마련해야지, 엉뚱하게 한의사를 전문인력으로 인정하여 안심병원 숫자를 늘리겠다는 것은 치매환자가 제대로 된 진료를 받든 말든 그저 정부 입장에서는 '안심병원'이라는 형식적인 간판 증대에만 관심을 두고 있는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 아닐 수 없으며, 무엇보다도 국민의 건강을 우선시해야 할 정부의 명백한 '역주행'이다.

과연 부모님이 치매 증상 악화로 인해 주변 사람들에게 공격성을 보이는데 한의사만 있는 치매안심병원으로 모시겠는가. 환각과 망상에 시달리는 어르신을 신경과, 신경외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아닌, 한의사에게 보내겠는가. 보건복지부의 관계자들은 가슴에 손을 얹고 스스로 답을 해보라. 스스로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면서 국민으로 하여금 그렇게 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이라면 그것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도 자문해 보라.

정부가 '치매안심병원'이라는 간판을 달아주면 국민들은 정말 '안심'하고 이용한다. 그렇다면 그 간판을 어디에 달 것인지를 결정할 권한이 있는 정부는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할 것이다. 국민이 그러한 권한을 정부에 준 것은 오직 국민의 생명을 지키라는 준엄한 명령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이 정말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길이겠는가.

우리는 중증치매환자가 의학적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나아가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하여 보건복지부의 치매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한 강력한 반대의 뜻을 거듭 밝히며 정부의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한다. 이는 개인의 피해를 넘어 국가와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치매 관리에 있어 과학적 근거와 전문성 존중이라는 원칙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다. 우리는 치매의 전문가로서의 책임을 느낄 뿐만 아니라 환자를 보호해야 할 의사로서의 양심을 지키기 위해서 정부의 황당한 '역주행'을 반드시 저지할 것을 천명하는 바이다.

2021. 03. 22.
대한의사협회, 대한신경과학회,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대한신경외과학회, 대한치매학회, 대한노인정신의학회, 인지중재치료학회, 대한신경과의사회,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대한신경외과의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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