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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8 17:57 (목)
정부 정책 반대하면 '면허 취소' 처벌?
정부 정책 반대하면 '면허 취소' 처벌?
  • 여한솔 전공의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R3)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1.03.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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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의료법에서도 업무개시 명령 불응 시 3년 이하 징역형 처벌 가능
의료법 개정 땐 면허 취소·면허 재교부 제한 '가중 처벌'…'의사 길들이기법'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2월 19일 전체회의를 열어 의료인 결격사유를 강화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구체적인 의사면허 취소 사유 확대 및 처벌 강화 내용을 한 줄 요약하자면 '과실로 인한 경우를 예외로 하고,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의사 면허를 취소하고 재교부를 금지'하는 것이다. 개정안은 범죄 유형을 불문하고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은 경우를 모두 결격사유로 정하고 있다. 입법기관은 위 개정안에 대해 '중범죄에 대한 현행 법률을 더 강화하기 위한 취지'라고 한다.

실제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절대다수의 의료인들은 법 개정과는 전혀 문제(관련이)가 없다"고 2월 21일 밝혔다. "최근 5년간 해당하는 의사는 연간평균 3∼40명"이라 일축하며 공중파 TV에 나와 "아주 극소수의 중범죄를 저지르는 의료인들을 다수의 의료인으로부터 보호하고, 국민의 생명을 다루기에 국민들의 안전 문제 차원에서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취지에 공감하지 않는 이는 없을 것이다. 수면내시경을 하면서 젊은 여성을 성폭행하는 의사를 같은 동료라고 감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이런 의사들은 평생 의사 못하게 해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필자는 이 법안이 통째로 개정되는 것은 격렬하게 반대한다. 

언론과 입법기관 행정가들 모두가 한입을 모아 "중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라고  말한다. "타 직역은 다른 말이 없는데, 왜 의사들만 반대하느냐?"며 물타기 하는 모 단체 수장의 조롱도 보인다.

이 의료법 개정안의 핵심은 '중범죄에 대한 적법한 처벌'이 아니라, '의사 길들이기'에 있다. 현행 의료법 제88조에서는 의료법 위반 사유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즉 금고 이상의 벌칙을 규정하고 있다. 제59조 3항도 해당 처벌에 포함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제59조에는 ▲보건복지부 장관 또는 시·도지사는 보건의료 정책을 위하여 필요하거나 국민 보건에 중대한 위해(危害)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필요한 지도와 명령을 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 장관,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으로 휴업하거나 폐업하여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그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업무 개시 명령을 할 수 있다 ▲의료인과 의료기관 개설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제2항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다 등을 규정하고 있다. 

즉 보건복지부 장관의 업무 개시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현행 법률상으로 3년 이하의 징역형 처벌을 할 수 있다. 여기에 이번 의료법 개정안을 시행하면 업무 개시 명령에 불응한 의사는 곧 면허취소에 해당하며, 면허 재교부 제한이라는 어마어마한 처단의 덫에 걸리게 된다.

지난 2020년 8월을 기억하는가. 전국의 전공의들이 부조리한 정책에 맞선 파업에 정부와 여당이 내세운 칼날은 그 어떤 협박도 아닌 '업무 개시 명령' 하나다. 정작 우리 전공의들은 업무 개시 명령에 굴복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도 업무 개시 명령을 해 달라'며 무작위로 업무 개시 명령을 받은 전공의들을 보호하려 노력했다. 

이번 의료법 개정안은 젊은 의사들이 두려워하지 않으니, 앞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반대하는 의사들은 입맛에 맞게 면허를 취소할 수 있는 권한을 법률에 싣겠다는 것이다. 

입법가와 행정가들은 앞에서는 '중범죄'에만 국한해 면허를 취소하겠다지만 뒤에서는 정부 정책에 반대하면 면허를 취소할 수 있는 칼을 숨기고 있다. "너희들 내 이야기 안 들으면 면허 날려버릴 거야"라고 협박하는 적나라한 법안을 통과시키게 놔둘 수는 없다. 

하지만 위와 같은 꼼수를 남발하거나 냄새 풀풀 나는 검은 속내는 감춘 채 자신들만 정의로운 척, 깨끗한 척, 공정한 척하는 정치인은 평생 정치를 못하게 해야 한다. 정치가 무엇인가.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하는 행위 아닌가. 

정치인들에게 묻는다. 당신들은 이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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