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학대 신고했는데..."숨길 수 없으니 이해해 달라"?
아동 학대 신고했는데..."숨길 수 없으니 이해해 달라"?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21.02.24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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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 공동주최 토론회서 대안 모색..."전문성 갖춘 의료진 적극 개입해야"
신현영 의원, 진술대신 진료기록 제공 근거 담은 의료법·아동복지법 개정 추진
ⓒ의협신문 김선경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이 24일 의협 용산임시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보건의료시스템, 무엇이 필요한가' 토론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현행 아동 학대 방지 보건의료시스템의 미비점을 획기적으로 개선, 전문성이 있는 의료진이 아동 학대 사례를 조기에 발견해 대처하고 사후관리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한의사협회와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은 24일 의협 용산임시회관 대회의실에서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보건의료시스템, 무엇이 필요한가' 토론회를 공동주최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아동 학대 사건에 소극적인 대처로 안전망에 큰 구멍이 발생하고 있다. 여전히 시스템은 개선되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면서 "아동 학대를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서는 신고 활성화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고 의무자의 아동 학대 신고율이 낮은 이유는 수사기관 안일한 태도, 의료인의 조사 부담감, 부모 분리에 따른 양육 문제"라고 짚은 최 회장은 "신고 의무자의 권익 보장, 신고 후 아동 보호 개선 방안을 모색해 안타까운 사건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 회장은 이날 토론회 내용을 향후 의협 회원 연수교육 자료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신현영 의원은 토론회 개회사를 통해 "아동 학대 예방 및 조기 발견은 의료진을 포함한 아동 학대 신고 의무자의 적극적인 신고가 중요하다. 부담없이 의심 정황을 신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사후 대처 역시 철저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료진 신변 안전제도가 현장에서 잘 작동하지 않고 있다. 의료진의 피해아동 가족 등으로부터의 협박 등 나쁜 경험이 신고율을 낮추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 신 의원은 "아동전문가의 정기적인 대응 조언 시스템  구축, 피해 아동 사망 시 사망조사위원회 구성을 통한 원인 및 재발 방지책 분석 등 보건의료시스템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의협 홍보이사(2014∼2016년) 시절부터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 노력한 신 의원은 최근 의료진의 아동 학대 조기 발견 및 신고로 인한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경찰서에 직접 방문해 진술하기 보다는 진료기록을 제공하는 근거를 담은 의료법 개정안과 지역의사협의체·사망사건조사위 등을 규정한 아동복지법 개정안도 대표발의했다.

특히 최근에는 아동학대 대응 의료계 대책 마련을 위한 117개 보건의료 학회·협회·단체 공동성명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신고시스템 익명·자동화로 신고부담 낮춰야"
토론회 발제를 맡은 곽영호 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는 '신고시스템 익명·자동화 방안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의료인 등 신고 의무자의 신고에 따른 부담 완화를 역설했다.

곽 교수는 "신고에 따른 부담으로 우리나라 의료인 아동 학대 신고율이 2%에 불과하다. 신변의 비밀과 안전보장 문제가 원인이다. 법적인 보호 장치는 잘 마련돼 있지만, 현장에서 작동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동학대 신고기관에 전화를 했더니 신고 접수자가 신고는 감사한데 신고 내용상 병원에서 의사가 신고를 했다는 것을 피해 아동 가족에게 숨길 수 없을 것 같다. 이해해 달라고 하더라"고 진료 현장에서의 경험을 소개했다.

ⓒ의협신문 김선경
ⓒ의협신문 김선경

곽 교수는 "현재 아동 학대 신고는 전자의무기록(EMR) 입력 후 신고담당자와 연결해 의료인의 익명성을 확보하고, 병원 아동보호팀과 연계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부족하다"며 구체적인 개선안으로 ▲아동 학대 관련 증상·징후·진단명 코드화 ▲법령·규정 정비(담당공무원·자문단의 의무기록 접근·열람·배포 허용) ▲검색된 사례 검토·분석 후 개입 ▲전문인력 훈련·교육 ▲1차 의료기관의 아동 학대에 대한 전문성 확보 ▲전담의료기관과 유기적 연계 등을 제안했다.

"일차의료 의료진 전문성 확보, 진료기록 공유, 전담의료기관 확대, 전담의료진 양성"
박미란 성균관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는 '아동 학대 초기평가를 위한 선별도구 개발 및 확대 적용 방안'을 통해 일차의료기관 의료진의 예상 예측 전문성 고양, 의료기관 간 학대 의심 아동 진료기록 공유, 아동 학대 전담의료기관과 전담의료진 양성 등을 역설했다.

박 교수는 "일차 의료기관 의료진을 위한 임상 예측방법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고, 신고를 장려하기 위해 일차 의료기관 의료진을 보호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면서 "아동학대 전문의료진 및 아동보호전문기관을 병원마다 배정해 애매한 부분은 상의하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미국 등 외국 사례처럼 학대 아동의 진료 이력이나 신고 이력에 대한 의료기관 간의 정보 공유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힌 박 교수는 "가해자가 아동학대로 처벌받지 않으면 개인정보의 노출이나 명예훼손을 문제삼을 여지가 있는데, 이 경우 일정 기간 동안 학대 의심 내역을 공개하는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아동학대 전담 의료기관, 의료인 양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의협신문 김선경
ⓒ의협신문 김선경

박 교수는 "국내에도 병원마다 학대 아동 전담팀이 있으나 구성원이 모두 각자의 다른 업무가 있어 전담이 어려운 상황으로, 사건이 발생했을 때 보고 및 대책마련을 하는 역할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아동 학대에 관한 의학적 가이드라인을 계속 개발하고 적용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연구 및 개발을 할 수 있는 의료 전문가 및 전문기관의 양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일차 의료기관에 대한 교육 및 자문의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일차의료기관 의료진의 부담을 나눠가지는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피해 아동 의료지원 위한 국가 책임 강화"
배기수 아주의대 교수(아주대병원 소아청소년과)는 "우리나라의 학대 피해 아동의 사후 건강관리 체계가 매우 미흡하다"며 학대 피해 아동의 사후 건강관리체계 보완에 주목했다.

"피해 아동의 평생에 걸친 육체 질환 및 정신질환을 관련 종사자 간의 융합·통합적 접근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밝힌 배 교수는 "학대 피해자 가족 전체에 대한 건강지원 서비스가 학대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아동 학대 예방 인프라 확충과 국가 생애 주기성 성장 발달 지원에 의학적 전문성을 보강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아울러 피해 아동의 건강지원을 위한 장기 대책 수립과 피해 아동의 의료지원을 위한 국가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국가책임 강화를 위한 방안으로 ▲가정 복귀 아동에 대한 일정기간 의료검진 의무화 ▲피해 아동의 건강관리를 위한 정책 마련 및 국가 예산 확대 ▲피해 아동의 치료 보장을 위한 특화병원 지정 및 예산 지원 ▲건강 고위험 대상자(보호종료 아동, 소년원 제소자 등) 지원 등을 제안했다.

ⓒ의협신문 김선경
ⓒ의협신문 김선경

의료현장 "복지-의료 단절, 신고자 안전 위협, 지원체계 미흡"
패널토의에서 성종호 의협 정책이사는 정부의 복지서비스 제공 시스템과 의료 분야와의 연계, 피해자 조기 발견과 신고, 대응에 필요한 적절한 예산 확보와 인센티브 제공 등에 무게를 실었다.

성 정책이사는 "아동학대 방지는 지역사회 복지서비스와 의료서비스의 연계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현실은 복지와 의료가 완전히 단절돼 있다"며 "아동학대는 일차의료기관 특히 소아청소년과에서 많이 발견하는데, 현재의 (저수가로 인한) 진료형태에서는 발견이 쉽지 않다. 보호자 교육 수가 신설 등 건강보험화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특히 "아동학대 관련 의료시스템을 대학병원에서 연구하고, 실행은 일차의료기관에서 하는 점에 대한 괴리가 크다"며 "의협에서 소아청소년과와의 협업과 지역의사회 시범사업 등을 통해 모델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상담·심리 치료사들이 피해 아동 심리치료를 단기간(6개월)에 완료하는 행태를 비판하며, 전문 의료인의 의학적 판단에 의해 피해 아동 추가 치료 의무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성 이사는 다만 "의무기록 열람, 배포, 공유 등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며, 전담의료기관 설립의 비용 효과성도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고 경계했다.

정부 "의료계 사명감·책임감에만 기대지 않고, 실효적 방안 마련 박차"
박은정 보건복지부 아동학대대응과장은 먼저 지금까지의 복지와 의료의 단절, 의사 신변보호 등 미작동 등 대응이 미흡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아동학대 방지책이 의료현장에서 유기적으로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박 과장은 "최근 뼈 저리게 느낀 점이 보건의료 파트와의 협업이 중요하다는 것"이라며 "정부 정책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방안을 심사숙고하겠다. 단순히 의료계의 사명감과 책임감에 의존하는 일이 없도록 정책이 현장에서 원활히 작동할 수 있는 세부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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