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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술에 대한 학계의 평가
침술에 대한 학계의 평가
  • 강석하 과학중심의학연구원장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1.02.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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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하 과학중심의학연구원장

한의학에서 가장 연구가 많이 된 치료법은 침술이다. 침술의 한의학적 원리인 기와 경락은 근거가 없으며 고대인들의 잘못된 믿음에 불과하다고 평가받는다. 2018년 최고 권위의 과학저널 <Nature>는 "한의학은 경락과 기라는 근거 없는 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TCM is based on unsubstantiated theories about meridians and qi)"고 지적했다. 

침술의 임상적 효과에 대해서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수천 건의 임상시험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실시됐는데 효과가 있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하고 없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치료를 하지 않은 대조군과 비교하면 진짜침과 가짜침 모두 효과가 우월한 경우가 많다. 가짜침은 피부를 관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관통하지 않고 손잡이 속으로 들어가는 기구로 대개 경혈이 아닌 곳에 찌른다. 임상시험을 정교하게 할수록 진짜침과 가짜침 사이에 효과의 차이가 없거나 매우 작은 경향이 있다. 이 작은 차이가 침술의 진정한 효과인지 아니면 통제가 어려운 맹검이나 편향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오류인지는 결판이 나지 않았다. 

미약하게나마 효과의 가능성을 인정받는 질환은 통증을 비롯한 주관적 증상 위주의 질환에 국한된다. 가장 인정받는 통증조차도 2018년 권위 있는 의학저널 <BMJ>에서 통증 환자에게 침 치료를 권해야 할지에 대해 찬성과 반대 입장의 전문가 견해가 함께 실렸을 정도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플라시보 효과 연구의 권위자 하버드대의 테드 캡척(Ted J. Kaptchuk) 교수는 2011년 최고의 의학저널 <NEJM>에 가짜침을 맞은 천식 환자들이 알부테롤을 복용한 환자들만큼이나 증상이 호전됐다고 느끼지만, 1초 강제호기량을 측정해보면 알부테롤과 달리 호전이 없었다는 임상시험 결과를 최고 권위의 의학저널 <NEJM>에 발표했다. 2006년에는 혈자리가 아닌 곳에 피부를 관통하지 않는 가짜침을 맞은 그룹이 가짜약을 복용한 그룹에 비해 통증과 증상 개선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난다는 임상시험 결과를 <BMJ>에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작년 말 <Medical Acupuncture>에 '침술의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s in acupuncture)'라는 제목의 리뷰 논문을 발표했다. 여기서 "침술이 플라시보 효과 이상의 효과를 가지고 있는지 여부는 여전히 해석의 여지가 있다(The question of whether acupuncture "is it more than placebo effects" still has room for interpretation)"라고 학계의 종합적인 평가를 요약했다.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의협신문

경혈에 침을 찔렀을 때의 생리적 변화나 뇌의 활성부위 등에 대한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침을 피부 속으로 찔렀을 때와 찌르는 시늉만 했을 때 차이가 발생한다고 해서 그것이 침술의 치료효과를 뒷받침하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임상시험에서 가짜침과 차이가 없다면 침을 찔렀을 때의 반응은 임상적으로 의미가 없다고 지적한다.

침술에 한의학적 지식은 실제로는 별 필요가 없다. 침으로 효과를 봤다는 환자들은 가짜침을 맞았어도 똑같은 효과를 봤을 가능성이 높다. 2010년 <NEJM>에 만성 요통 환자에 대한 침 치료를 다룬 리뷰에서 저자들은 가짜침도 통증에 효과가 좋으니 보다 안전한 가짜침 연구도 필요하다는 언급도 했다. 한의원에서 침을 맞고 기흉이나 감염 등의 사고가 발생하는 우리나라에서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간호조무사가 가짜침을 놓으면 한의사의 침과 효과는 비슷하면서 더 안전하지 않겠는가?

국내에서는 한의사들과 한방 관련 기관들의 적극적인 홍보로 인해서 왜곡되고 편향된 자료만 넘쳐난다. 한방 치료가 효과가 있다고 보도되는 사례들은 대부분 대체의학 저널에 출판된 연구의 질이 떨어지는 논문들이다. 필자는 한방 치료가 효과가 없다는 결과가 나온 유명 저널에 출판된 수준 높은 연구들을 소개하고 국내에 홍보되는 한의학을 지지하는 수준 낮은 연구들의 문제점을 지적하고는 있지만, 한의학이 학계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일반인들이 알기 어려운 실정이다. 침술을 비롯한 한방치료의 처참한 근거 수준을 국민에게 알리는 일은 세금으로 운영되는 한방 관련 기관이나 정부가 해야 하지 않을까?

미국의 대형 암센터 등에서 한방치료를 적극 활용한다는 주장도 거짓말이다. 해당 의료기관들의 홈페이지를 찾아보면 보완통합의학 부서에서 침술사 면허자 두세 명이 마사지 치료사 등과 함께 환자의 불편한 증상을 덜어주기 위한 치료를 하는 정도다. 우리나라의 한의사들처럼 암환자를 한약과 침으로 치료한다고 주장하면 미국에서는 면허 종류를 불문하고 그렇게 하면 엄벌에 처해진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환자들은 '미국에서는 암환자에게 한방 치료를 적극 활용하는구나'라는 잘못된 정보를 접하고 잘못된 선택을 내리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침술은 암을 비롯한 모든 질환에 급여 적용이 되고 있다. 자동차보험도 마찬가지다. 학계에서 플라시보효과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치료법을 그렇게 우대해야 하는지 성찰이 필요하다. 

■ 칼럼과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침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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