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방화 사건 그 이후…
진주 방화 사건 그 이후…
  • 김현지 서울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내과 진료교수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1.02.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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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입원제도

개인적으로 진주 방화 사건은 정말이지 복기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끔찍한 비극이었으니까.
  
2018년 말, 의사가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하는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고 임세원 교수 피살 사건이다. 고인은 처음에는 진료실 밖으로 피신했으나 다른 의료진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근처에 남아 있다가 봉변을 당하고 말았다. 이 사건은 의료계, 그리고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다. 
  
임세원 교수가 세상을 떠나고, 의료기관 내 의료인 폭행에 대한 가중처벌 개정안이 쏟아져 나왔다. 내 생각은 좀 달랐다. 나는 이 사건의 본질이 의료인 폭행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한 관리 소홀과 지나치게 까다로운 비자의입원 절차에 있다고 보았다.
  
이에 우리 의원실에서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의사회와 함께 정신질환자의 지역사회 관리와 사법입원제도 도입을 위한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환자단체 및 인권단체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그리고 반년도 지나지 않아 진주방화사건이 터졌다. 22명의 무고한 사람이 다치거나 죽었다. 그 때부터 국회 내에서 사법입원제도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발의 당시에는 법안 소위에도 올라가지 못했던 법안이 갑자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논의는 형식적이었고, 사법입원 제도는 '아직은 이르다'는 뻔한 결론을 얻으며 흐지부지 되었다. 나는 허탈함과 분노를 동시에 느꼈다. 사람이 죽어야만 여론이 만들어지고 그제야 눈치를 보고 움직이기 시작하는 정치권에 몸서리쳤다. 
  
그리고 2020년 10월, 대법원은 안인득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으나 안인득이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음을 인정, 양형된 것이다. 
  
물론 그는 용서받지 못할 죄를 지었다. 그를 변호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단지 판결을 보고, 그의 가족들이 안타까웠다. 아들을 강하게 처벌해 달라며 읍소했다는 노모에 관한 기사를 떠올렸다. 사건이 발생하기 불과 10일 전까지 안인득의 가족은 그를 입원시키려고 안간힘을 썼다. 비자의입원을 시키기 위해서 병원, 검찰청, 법률구조공단, 동사무소를 전전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허술한 법과 아무도 강제입원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했던 결과다. 그 때 입원할 수 있었더라면, 안인득은 살인자가 되지 않았을 것이고, 가족들도 살인자의 가족이라는 낙인을 쓰지 않았을 것이고, 무고한 사람들도 죽지 않았을 것이다. 
  
진주 방화사건 이후 1년 사이 경찰 등에 의한 강제입원은 2배 증가했다. 충분히 예상했던 결과다. 현재 강제입원은 입원 절차만 행정적으로 까다롭지 입원 후에 강제입원의 적합성을 심사하는 과정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비서관 시절 입원적합성심의 절차에 대해서 검토한 적이 있다. 변호사·의사·환자 가족 등으로 구성된 입원적합성심의위원회는 1달에 1번, 반나절 만에 100여명에 가까운 환자의 입원적합성을 심의한다. 환자 한 명 당 심의 시간은 몇 분이나 될까? 그게 과연 제대로 된 심의일까? 대부분은 결국 제출된 서류대로 결정된다.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안인득 같은 중증 정신질환자가 혼자 방치되지 않고, 필요하면 언제든 입원치료를 받을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억울하게 강제입원을 당하는 사람이 없는지 깐깐하게 따지고, 중증 정신질환자가 강제입원에 대한 두려움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야만 이런 범죄를 예방할 수 있으며, 나아가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혐오가 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사법입원제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 사건 이후로 바뀐 것은 중증 정신질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사회적 낙인이 악화되었으며 강제입원이 늘었다는 것 밖에 없다. 이런 방식으로는 제2, 3의 진주 방화 사건을 막을 수 없다. 시건이 터졌을 때 정신건강의학계에서 우려했던 최악의 결과만 남은 것이 너무 안타깝다. 
  
사건이 발생하고 채 2년도 지나지 않았으나 우리 사회에서 사법입원제도에 대한 논의는 다시 사라졌다. 마치 언제 그런 끔찍한 비극이 있었냐는 듯. 제2, 3의 사건으로 사법입원제도를 논의하는 날이 오지 않기를 진심으로, 간절하게 빈다. 외양간은 소를 잃기 전에 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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