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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⑤ 끝] 제2의 팬데믹 위기 대응을 위한 제언
[진단⑤ 끝] 제2의 팬데믹 위기 대응을 위한 제언
  • 최재욱 의협 과학검증위원회 위원장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1.02.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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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K-방역 아닌 근거기반 방역정책 필요
최재욱 대한의사협회 과학검증위원회 위원장(고려의대 교수·예방의학)
최재욱 의협 과학검증위원장(고려의대 교수·예방의학교실) ⓒ의협신문
최재욱 의협 과학검증위원장(고려의대 교수·예방의학교실) ⓒ의협신문

K 방역이라는 용어가 코로나19 발생 이후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에서 사용하고 있다. 방역 모범국? 혹은 K 방역? 이제는 더 나아가 K 접종이라는 용어까지 정부가 사용하고 있다. 방역은 과학적이고 의학적 근거하에서 평가하고 실행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원칙이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유행이 진행 중인 현 상황에서 코로나 19 방역의 성과를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며, 더구나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를 국가별로 단순 비교해 순위를 매겨 성과를 평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현재도 진행 중인 3차 대유행의 크기와 피해를 들여다보자. 총확진자 수(2021년 1월 말 기준) 7만 5521명 중 2020년 11월 이후 2021년 1월까지 3개월간 발생한 확진자 수는 4만 9010명으로 64.90%이며, 사망자는 1360명 중 896명으로 65.88%에 달한다. 월간 코로나19 사망률 역시 2021년 11월 0.8%, 12월 1.4% 그리고 2021년 1월 3.1%로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1차, 2차 유행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3차 대유행의 크기와 피해는 심각하고 대규모이다. 

지난 1년간 우리 사회가 K 방역 그리고 방역 모범국이라고 자화자찬했던 것이 부끄러울 정도로 3차 대유행의 예방과 관리 부실과 그로 인한 피해가 자료로 보여주고 있다.

물론 OECD 국가 대비 코로나19 유행 크기 측면에서 우리나라가 성과가 좋은 국가임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최근 3차 대유행의 급속한 확산과 부실 대응으로 인해 감염 확산 정도가 위험한 국가로 분류되고 유행 지표들이 급격히 악화한 국가로 지적된 것 역시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결론적으로 2020년 6월 이후 정부는 K 방역의 성과에 자만해 방역 정책의 실책과 실기를 거듭함으로써 3차 대유행, 백신 확보 지연, 지역사회 감염을 초래한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현시점에서 과거의 잘잘못을 가리거나, 정치적 책임을 따질 시기는 아니다. 코로나19의 위험으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워지는 시기에 과학적 평가와 정확한 책임 소재를 가려야 할 것이다. 

지금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준비와 실행 그리고 4차 대유행을 예방하기 위한 지속가능한 사회적 거리 두기 프로그램의 개편에 중점을 두어야 할 때이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대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코로나19 백신의 강제 접종은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며, 기본적으로 강제 접종과 선택 접종의 Two Track으로 접종을 추진해야 한다. 코로나19 백신의 강제 접종 명령은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령에 따라 실시할 수 있다. 강제 접종은 코로나19 환자의 치료를 담당하는 의료기관 혹은 선별진료기관 등에서 근무하는 공공의료기관 종사자들만 제한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일부 민간 사업장의 경우에는 직무의 특성을 고려해야 하며, 사업주와 근로자가 단체협약을 고려해 일부 근로자들만 강제 접종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의협은 최근 코로나19 관련 가짜뉴스를 주의해 달라는 포스터를 제작, 배포했다. ⓒ의협신문
의협은 최근 코로나19 관련 가짜뉴스를 주의해 달라는 포스터를 제작, 배포했다. ⓒ의협신문

그러나 일반 국민과 시민에게 강제 접종을 하는 것은 의료윤리 측면과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일방적인 강제 접종은 정부 신뢰를 약화하며, 국민의 반발과 백신 접종을 감소시킬 수 있다. 강제 접종은 미래를 위해 필요할 수 있지만, 모든 인구에 대한 접종은 비효과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 역시 위와 같이 매우 제한적인 강제 접종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의료윤리적 측면과 의료법상의 원칙과도 부합한다. 감염 고위험자 또는 고위험 공공의료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장기적 안전성이 검증된 백신을 '국민의 합의를 전제로, 제한적인 백신 강제 접종' 하는 것은 사회가 정상 생활로 돌아갈 수 있는 정책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둘째, 백신 접종 후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의 인과관계 판단과 합리적 피해보상제도의 개편이 시급하다.

지난해 독감 예방접종 시기의 부작용 의심 사례들을 보면, 백신과 피해사례 인정과 인과관계 판단에 대한 사회적 논란의 여지가 컸다. 최근 질병의 인과관계 인정에 관한 사법부의 급격한 판례 변화를 현행 백신 접종으로 인한 부작용 피해 보상 관련 법령이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대법원의 판례(2017두52764)를 보면 "예방접종과 장애 등 사이의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간접적 사실관계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는 증명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인과관계를 추단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예방접종과 장애 등의 발생 사이에 시간적 밀접성이 있고 ▲피해자가 입은 장애 등이 예방접종으로부터 발생하였다고 추론하는 것이 의학 이론이나 경험칙상 불가능하지 않으며 ▲장애 등이 원인불명이거나 예방접종이 아닌 다른 원인에 의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정도의 증명이 있어야 한다고 대법원은 밝히고 있다. 향후 백신 접종 후 피해 보상에 대한 행정소송 등 국민의 요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우려되는 대목이다.

백신 부작용에 관한 가짜뉴스와 사회적 혼란은 막아야 한다.

영국 브리스톨대 Stephan Lewandowsky 교수 등이 공동 집필한 <코로나19 백신 커뮤니케이션 핸드북>을 보면 "고령자들이 예방접종 후에 백신과 직접 관련이 없는 '비기인성 부작용(misattributed side effects)'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대중과 특히 언론이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라고 지적했다.

명백한 것은 우리나라 사법부의 판례는 매우 전향적이고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있다. 따라서 사법부와 질병관리청 간의 현행 인정 기준과 보상 범위 간의 차이가 크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것이 결과적으로 백신 피해 보상에 대한 편견과 불신을 조장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백신 접종 후 예견되는 부작용에 대하여 합리적 보상'을 위해 감염병예방법 제71조와 하위 대통령령을 개정해 보상 폭을 조정해야 할 것이다.

셋째, 현 코로나19 국가 위기뿐만 아니라 향후의 새로운 감염병 국가 의료위기 사태를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범국가 민관합동 긴급의료위원회'를 설치하고, '중장기 국가 감염병 종합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중장기 국가 감염병 종합대책'을 수립해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감염 예방 및 관리 체계와 인력 양성 ▲백신과 치료제 및 글로벌 바이오 제약산업 구축 등을 시작해야 한다. 과거 MERS 감염병 이후에도 '국가감염병관리 중장기 계획'의 시행에 관해 노력했으나, 정권 교체 이후 구태의연한 정부와 국회의 정치적 논리와 무관심 속에서 실패했다. 이번에는 반드시 '소는 잃었지만,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한다'.

한파가 계속된 1월 8일 오후 서울 시청앞 광장 임시선별진료소. 의협 재난의료지원팀에 지원한 한 의사회원이 검체 채취 도중 난로에 손을 녹이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한파가 계속된 1월 8일 오후 서울 시청앞 광장 임시선별진료소. 의협 재난의료지원팀에 지원한 한 의사회원이 검체 채취 도중 난로에 손을 녹이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마지막으로 강조할 사항이 있다. 이제 더는 'K 방역'이라는 용어는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국제적인 학계와 연구그룹들이 특정 국가의 코로나19 감염과 대응 사례를 연구하거나 정책의 성과를 평가하는 조사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특정 국가의 방역 정책과 성과를 토대로 성공한 방역체계 혹은 방역모델로 특정화하거나 평가하는 연구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나라보다 표준 인구당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적은 뉴질랜드, 대만, 중국 등이 N-방역, T-방역 혹은 C-방역이라고 모델화하여 브랜드화하지 않는 것이 무슨 이유일까? 방역의 성과를 평가하되 반드시 그 성과와 실패 요인을 점검하여야 한다. 

방역에 대한 평가는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나 가능하며, 평가의 기준과 항목은 지금과는 전혀 달라야 한다. 

아래의 평가 기준은 필자가 여러 국제 공중보건 전문가들과 논의 중인 코로나19 감염병 예방 및 대응 국가별 성과 평가 기준(안)이다.

■ 표준 인구당 확진자수와 사망자 수 
■ COVID-19 감염 기간 중 비(非)코로나 질병으로 인한 건강피해와 사망
■ 사회적 거리 두기와 봉쇄로 인한 경제사회적 손실 크기
■ 사회적 갈등과 분열, 시민사회 연대의 약화와 같은 사회적 자산의 피해와 상실 등

■ 칼럼과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침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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