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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단체의 자율권과 면허관리(하/끝)
의사단체의 자율권과 면허관리(하/끝)
  • 안덕선 의료정책연구소장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1.02.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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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면허관리기구 설립과 문화역사적 배경
안덕선 의료정책연구소장 ⓒ의협신문
안덕선 의료정책연구소장 ⓒ의협신문

우리나라에서 의사단체라는 용어는 정의된 적이 없어 보인다. 어떤 나라는 의사단체의 정의도 규명하고 있다. 주된 이유 중의 하나는 의사단체가 아닌 단체는 의사 보수교육을 주관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의사단체로 규정된 단체가 아닌 단체는 보수교육을 통하여 특정 개인이나 기업의 이득 등 의사회원을 이해갈등 관계에 놓이게 할 개연성이 충분히 보여 의사단체도 용어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있다.

의사단체는 크게 의사의 신분과 경제적 보상이 주된 관심사인 조합(Trade Union, Trade Association)의 성격과 의사가 지켜야 할 전문직업성(Professionalism)을 수호하기 위한 공적 단체로 구별할 수 있다.

이런 구분의 역사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유럽의 나라들은 중세부터 동업자조합인 길드를 형성하며 특정 직업을 바탕으로 단체를 형성했다. 단체적 규약을 만들어 길드 회원의 자격과 행동에 대한 규범을 세우고 회원들이 이를 지키도록 했다. 이들은 회원들이 만든 규약을 준수하는 것이 길드 전체의 이득을 가져오고, 직종의 사회적 신뢰를 획득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의사단체의 길드는 의사·약료사·이발사 외과의사의 세 가지 형태가 이합집산을 거듭했다. 결국 과학의 발전으로 이 세 가지 기능을 한 번에 갖춘 현대식 의사가 탄생했다. 의사에 대한 배타적 권리를 인정하고 현대적 개념의 면허를 발부하기 시작했다. 영국인들은 면허기구의 원조가 헨리 8세 때 College of London으로 자랑하지만 실제로 현대적인 면허기구가 오늘날 같은 위치를 갖게 된 것은 19세기 중반의 일이다. 

회원에 대한 윤리준수 위반 사례에 대한 징계는 회원 상호 간의 친목이나 이익을 위하여 구성된 단체와는 성격을 달리하고 단체 내의 이해갈등 관계를 유발하기에 의사의 교육과 자격 그리고 윤리적 위반 사안을 다룰 수 있는 별도의 단체를 만든 것이다. 

19세기 유럽의 전문직 역사를 대표하는 영국은 우리나라에는 존재하지 않는 의사단체의 결성과 단체의 기능적 분화과정에서 의사의 이득을 위한 조합(British Medical Association)과 환자와 사회를 보호하고 좋은 의료를 장려하기 위한 면허기구(General Medical Council) 의사단체를 이원화했다. 

동·서양의 문화적 역사적 인문학적 차이점의 하나는 인간의 대상화라는 명제에서 매우 다르다. 한·중·일의 문화로 대변되는 동아시아의 문화는 집단주의와 가족주의가 바탕이다. 영·미의 개인주의와 매우 대조적이다. 

기독교 문화가 주된 서양에서 인간은 원죄가 있고 항상 죄악에 빠질 수 있는 함정을 기정사실화하고 출발하여 의사단체가 자기 스스로를 대상화 할 수 있다는 역량은 곧 스스로에 대한 자율적인 규제를 유도했다. 

2019년 6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의사회(AMA) 대의원 총회. 의협 대표단이 AMA 대의원 총회장 앞에 모였다. ⓒ의협신문
2019년 6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의사회(AMA) 대의원 총회. 의협 대표단이 AMA 대의원 총회장 앞에 모였다. ⓒ의협신문

반면 동아시아는 근본적으로 인간은 스스로의 노력에 따라 성인이 될 수 있거나 아니면 도덕군자가 될 수 있다는 성선설을 근거로 하여 좋은 인간이 되도록 교육과 설득을 우선시했다. 그리고 직업을 중심으로 단체를 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은 사회로 발전했으며 직업성 정체성보다는 학식과 교육을 겸비한 양반이나 대인으로 성장하여 필요한 경우 나라의 부름을 받고 나라를 위해 충성하는 것이 중요한 사회를 만들어 냈다. 동아시아의 가르침에는 자신의 수양을 우선으로 하고, 이후 가족을 잘 돌보며, 더 나아가 임금님께 충성하고 나라에 봉사하는 3단계의 사회적 구조를 만들었다. 

가족과 통치자 사이에 사회 속에 존재하는 공공기구나 협회 혹은 단체는 찾아보기 힘든 역사를 가진 것이다. 즉 어떤 사안이든지 공적 영역에 속하는 것은 바로 통치권의 소관 사항이지 직업으로 모여 단체를 구성하여 자신을 대상화하여 스스로 규제를 하는 역사나 문화는 없는 것이다. 

문중의 규제가 존재했지만, 씨족사회 내의 질서를 위한 것이지 사회나 공중을 위한 사회적 기구는 아니다. 

성선설을 바탕으로 도덕군자가 되도록 교육받은 사람들은 우선 알게 모르게 덕 윤리(德 倫理, Virtue Ethics)를 받은 사람으로 직종에 특정된 것이 아닌 보편적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를 중시했다. 

반면에 사회나 공중에 대한 인식이 다른 유럽에서는 특정 직위의 사람이 지켜야 할 덕목이 일반인과 다르다는 것을 강조했다. 의사라는 직업 역시 귀족은 아니지만, 귀족적 품위의 요소를 갖춘 직업으로 이들이 져야 할 도덕적 무게는 일반인과 다르다는 점이 사회적 규범으로 자리 잡았다. 

19세기 중반 영국에서 시작된 의사단체의 기능적 분할은 해가 지지 않는 제국으로 성장하면서 세계 도처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우리는 영국의 제도에 익숙하지 않은 전통이 있다. 한때는 중국이 그리고 일본이 이제는 미국이 세계와 교통하는 창구가 되었으나 여전히 국제적 사회 규범으로 자리 잡은 영국식 제도는 여전히 낯설기만 하다.

2019년 6월 17일 국회의원회관 1세미나실에서 열린 합리적인 의사면허제도 개선을 위한 제2차 토론회. 자유한국당 박인숙 의원과 대한의사협회·한국의약평론가회가 공동주관했다. [사진=김선경기자 photo@kma.org] ⓒ의협신문
2019년 6월 17일 국회의원회관 1세미나실에서 열린 합리적인 의사면허제도 개선을 위한 제2차 토론회. 자유한국당 박인숙 의원과 대한의사협회·한국의약평론가회가 공동주관했다. [사진=김선경기자 photo@kma.org] ⓒ의협신문


2018년 대한의사협회의 리더들과 태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싱가포르·독일·미국·캐나다 의사단체의 단기연수는 충격적인 문화적 체험이다. 이후 의협 대의원회는 자율규제를 위한 면허기구의 설립을 수임 사항으로 의결했다. 의협 집행부는 꾸준히 면허기구 설립을 위한 노력을 지속했으며, 드디어 면허관리기구의 출범을 2021년 중에 시작할 것을 우리 사회에 공표했다. 

이런 지속적인 노력 속에 새로 출범한 가칭 대한의사면허원은 아직도 회원·국회·정당·보건복지부 그리고 사회의 설득이라는 엄청난 과제를 안고 있어 앞으로의 항해가 그리 순탄치 않음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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