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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9 06:00 (금)
코로나 바이러스 1년째
코로나 바이러스 1년째
  • 여한솔 전공의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R3)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1.01.24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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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현장과 괴리감 있는 정부 방역 실태…한숨만"

코로나 중증환자 중, 산소요구량이 늘어나는 중증환자의 병실이 턱없이 부족해졌다. 코로나 확진 환자는 당연히 음압격리시설에서 진료를 진행해야 하는데 얼마 전 한 의료관리학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은 '남아돌고 있는 중환자실 중 10%만 써도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 각 병원이 예비용으로 중환자실을 운영하고 있어 애를 먹고 있다'라는 실언으로 의료계 내부에서 이슈가 되었다.

정말 중환자실이 남아돈다면, 전국 응급실에서 헤매고 있는 ICU 입원 대기 환자들을 지켜보는 우리는 생명에 대한 경외심조차 없는 파렴치한 의사일까. 이상하다. 일단 서울만 예를 들더라도 중환자실이 없어 쉴 새 없이 전원 문의가 오고 정작 우리 응급실만 하더라도 중환자실 공실이 없어 오랜 시간 동안 체류 중인 환자가 다반사다.

'Latte is horse…'. "라떼는 말이야"라며 시작하는 꼰대들처럼 괜한 바이털 부심에 젖어 사는 멍청한 바보 의사로 불리는 게 싫지만, 이야기 안할 수가 없다. 정권과 의료계에 나름 영향력을 행사하는 분이 실상은 하나도 모른 채 서류에만 적혀있는 숫자놀음에 저런 실언을 하게 놔둘 수가 없다.

코로나 바이러스 전염을 우려하는 각 병원의 응급실은 그야말로 전쟁터이다(사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기 전부터 그랬다). 뇌출혈, 뇌경색 환자, 건강함의 균형이 무너져 의식이 처지는 환자, 피를 토하고 장기가 찢어지고 뼈가 부러지는 환자들이 매일 응급실을 찾는다.

그러는 가운데,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해 이제는 기침하는 환자, 열 나는 환자만 보더라도 코로나 바이러스를 의심하게 되고, 실제로 폐사진에서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환자들에게서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진된다. 응급의료진은 혹시라도 모를 원내 감염확산을 막기 위해 있는 코로나 의심 환자들을 음압격리실로 분류한다.

하지만 이것도 한계가 있는 법, 사람이 하는 일이라 '완벽함'이란 존재할 수 없다. 실제로 진료 중 코로나 확진 환자 혹은 의심 환자가 추후 확진되어 격리된 사례가 수없이 많다.

사실 재앙은 이미 예견되었다. 겨울철에 횡행할 것은 현장에서 일하는 의사들은 모두가 눈치채고 있었다. 확진자가 100명 이하로 감소했을 때 그들은 성공적인 K-방역에 한껏 취해 있었다.

격리병상이 포화할 경우의 대책 마련에 눈 가리고 있었고, 밀접접촉으로 인해 격리당할 수많은 감시대상이 처할 질병에 대한 그 어떤 병원도 지정하지 못하고 119를 떠돌며 방황하는 환자들에 대해서 수용 불가능한 민간 병원에서 보건 공무원들은 역정만 내고 있었다.

다사다난했던 2020년 여름, 문화관광부는 '코로나 숙박 대전'이라며 여행을 장려하고 세금을 남발하며 마치 코로나 바이러스를 모두 막은 것처럼 자축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2020년 12월부터 수십일간 일일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섰다. 확진자가 폭증할수록 감시해야 할 대상은 수십 배 증가하기에 이젠  정부가 마련한 가용자원으로는 역학조사 따위는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다행히 이 글을 정리하는 1월 중순에는 300∼400명으로 확진자가 줄어들었다. 이것을 다행이라고 여겨야 할까) 일이 터지니 거리 두기 단계를 격상한다고 한다.

글쎄. 불가사의한 전염력을 자랑하는 바이러스는 이미 전국 곳곳에 퍼져 있는데 이제 와서 집 밖을 나가지 말라고 하다니.

위중 환자가 얼마나 나올지 예측 가능하니 미리 상급종합병원에 중환자 치료 병상을 준비해 달라는 계획을 밝히고 병상당 보상체계도 확실히 했어야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을 만드는데 관련 장비 더해 공간도 많이 차지하고, 준비 기간도 일주일 이상 걸린다. 예측 가능한 수준의 심각한 문제를 왜 꼭 그들은 닥쳐야 논의하는지 알 수가 없다.

코로나19 질병도 위험하지만, 수많은 환자를 접하면서 느끼는 진짜 문제는 코로나 확진자가 아닌데 코로나 의심 증상으로 인해 치료받지 못하고 떠도는 환자들이다. 호흡기 증상 혹은 발열이 있는 환자들은 코로나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응급실에서는 음압격리를 유지할 수 밖에 없다.

실신으로 오는 환자가 코로나 확진이 나오는 이 마당에 폐렴이 의심되는 환자들을 코로나 음성이 확인되기 전까지  어떤 자신감으로 격리구역에서 제외할 수 있을까. 이들 때문에 중환 구역이 꽉 차 있고 중환 구역이 없어 떠도는 심정지 환자, 중증환자들은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전혀 모른다. 지금까지의 행보로 봐선 정부에서 방책을 고민한 흔적도 보이지 않고 실제로 이런 문제를 고민해본 적도 없는 것 같다.

우한에서 시작된 역병이 이제 1년째를 맞이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의료진의 피로도는 정말 끝없이 상승하고 있다. 하지만 환자들을 생각하면 절대 포기할 수 없기도 하다.

현장에서 경험하는 문제들에 대해 언제쯤 당국은  '귀'를 갖고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줄지 모르겠다.  5인 이상 단체모임을 금지하면서도 정작 그들의 편이 규칙을 위반했을 때에는 '우연히 만난 것이라 괜찮다'는 보건복지부의 아전인수격 해석을 보고 있자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 칼럼이나 기고 내용은 <의협신문>의 편집 방침과 같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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