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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9 06:00 (금)
"저는 코호트격리 중인 요양병원 의사입니다"
"저는 코호트격리 중인 요양병원 의사입니다"
  • 최희찬 과장(서울 미소들요양병원 신경과) kimys@doctorsnews.co.kr
  • 승인 2021.01.21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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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전담요양병원 성공하기 힘든 이유
중간단계(요양전담병원) 두면 요양병원 확진자 사망률 높여
요양병원 감염 문제 해결책 돌봄인력 지원·감염관리료 인상
ⓒ의협신문
최희찬 과장(서울 미소들요양병원 신경과) ⓒ의협신문

요양병원에서 집단감염사례가 발생하면서 정부는 7개 시도에 11개의 감염병 전담요양병원을 지정했다. 지정과정에서 서울시가 사전 동의 없이 민간요양병원인 미소들요양병원을 일방적으로 지정하면서 반발이 심하다. 미소들요양병원은 230여명이 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코호트격리 상태다. 의료진 및 직원들은 한 달 가까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 글은 지난 한 달 동안 미소들요양병원에서 코로나19 확진자들과 가장 가까이 대면해 진료하고 있는 최회찬 신경과장이 감염병 전담요양병원 강제지정의 문제점을 담았다. 최회찬 과장은 어떤 정책이 요양병원 환자들에게 더 나은 케어를 제공할 수 있는지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대안을 제시했다.

저는 코로나19 코호트격리로 한 달 동안 가족들 얼굴 한 번 보지 못하고 진료중인 미소들요양병원 의사입니다. 지난 1월 5일 중대본에서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저희 병원을 지정했고, 1월 15일에야 병원은 이 사실을 확인했다고 합니다. 지난 한 달 동안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한 경험을 토대로 코로나19 전담요양병원이 왜 잘못된 정책이고, 실패가 예견되는지 이야기하려 합니다..

첫째, 코로나 전담요양병원 강제 지정은 의료법 위반입니다. 의료법 시행규칙 제36조 제2항 18은 요양병원의 운영기준 중 하나로 '감염병예방법 제42조 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감염병 환자 등은 요양병원의 입원 대상으로 하지 아니한다'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둘째, 서울시에서 시설 및 인력을 보완해 준다고는 하지만, 감염병을 치료하지 못하는 요양병원의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습니다.

고령에  중증질환(치매, 뇌경색, 심장병, 암, 파킨슨병 등)을 가지고 있는 요양병원 환자 특성상, 그리고 저희가 코로나19 환자들을 케어해 본 경험상, 환자들은 순간 열나고 호흡곤란이 시작되면서 중환으로 넘어갑니다.

코로나19로 확진됐을 때 하루라도 빨리 전담병원으로 이송하여 치료하지 않으면  골든타임을 놓칩니다. 그런데 증상이 경미한 요양병원 환자를 전담요양병원이라는 중간단계를 거쳐야 하며, 거기에서 악화되면 전담병원으로 전원시키겠다고  합니다. 이송 과정도 환자에게 스트레스이고, 갑자기 상태가 나빠지는 요양병원 환자들 특성상 한 단계를 더 거치게 됨으로써 치료시기를 놓쳐 위독해지나 사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욱이 윤리적으로도 옳지 않습니다. 지역사회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일반 고령환자들은 전담병원으로 보내고, 요양병원 환자들은 전담병원이 아닌 전담요양병원으로 보내야 하며, 거기에서 악화되면 전담병원으로 보내도록 하고 있습니다. 신속히 전담병원으로 이송해 치료해도 힘든 분들인데 의료자원 부족(병상 부족)으로 전담요양병원이라는 중간단계를 거치게 하는 것은 사망률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 뻔합니다.

셋째, 강제 지정되면 병원의 기존 인력(간호사, 의사 등 의료진과 행정직원) 대부분이 사표를 쓰고 나갈 겁니다. 코호트격리를 한 미소들병원 직원 대다수가 가족과 떨어져 따로 살고 있거나 같이 있더라도 방과 화장실을 따로 쓰면서 가족에게 감염시키지 않을까 불안해 합니다. 저는 병원 근처 레지던스 호텔에서 출퇴근하고 있습니다. 저희 병원만 그럴까요? 언론에 의하면 전담요양병원으로 지정된 일부병원의 인력이 절반이상 그만두었다고 합니다. 코로나19 전담병원에서도 가끔 간호사들이 확진된다고 합니다. 하물며 시설과 인력이 그보다 못한 전담요양병원에서는 감염위험이 더 클 것입니다.

전담병원이나 우리병원에서 제일 힘들어 하고, 실제로 환자들 악화되어 사망까지 가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간호인력 부족도 있지만 돌봄인력(간병사)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서울시에서 코로나 돌봄인력을 모집했으나 목표 인원 200명에 못미치는 90명만 모집했습니다. 이 인원으로는 전담요양병원 1개소 정도 지원이 가능합니다.

우리 병원 역시 100명이 넘는 간병사들이 있었지만 코로나19 발생 시 90% 이상 이탈했습니다. 전담요양병원에서 1명이라도 간호사나 간병사가 확진 시 절반 이상은 이탈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럴 경우 의료진(주로 간호사)만으로 돌봄하면서 환자 케어를 해야 하는데 의료진의 피로도가 증가하면 돌봄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환자들의 증상이 악화되고, 사망률이 늘어나게 됩니다. 미소들병원에서 모두 경험한 일입니다.

넷째, 기존 환자들의 분산 및 이송이 쉽지 않습니다. 아직도 우리 병원에 50∼60명의 비확진자가 남아있습니다. 행복요양병원은 200명이 넘는 환자가 입원치료중입니다. 다른 요양병원으로 강제로 전원시키려 해도 협조가 쉽지 않고, 무엇보다 기존 환자 및 보호자들은 코호트격리와 다른 요양병원 이송 후 재입원이라는 과정에서 힘들고 지쳐 타병원 이송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행복요양병원 환자 및 보호자들도 이송을 거부하면서 서울시 담당자에게 민원을 넣고 있습니다. 그분들이 끝까지 거부하면 전담요양병원 운영은 불가능합니다.

다섯번째, 지역주민들의 민원도 해결해야 할 숙제입니다.

현재 기존 전담병원에서 코로나19 치료완결(감염의 위험이 없어 격리해제 통보)한 환자들을 받아주는 요양병원이 없어 입원기간이 길어지고, 병상회전이 안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전담요양병원 보다 전담병원 더 늘리거나 간호사·돌봄 인력 지원해야
 
대안을 제시하자면 첫째, 코로나19 완치자들을 적극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감염관리료 인상등 지원을 통해 요양병원에서 적극적으로 받도록 해야 합니다. 이렇게 해야 전담병원 병상 회전률이 높아지고, 전담요양병원이 없어도 요양병원에서 코로나19 환자 발생 시 바로 전담병원으로 이송이 가능할 것입니다.

서울시는 지난 1월 18일 100병상 이상의 요양병원에 격리해제자 1% 병상확보 행정명령을 내렸습니다. 미소들병원은 병원이 정상화 되고 간병인력만 확보되면 50%까지도 받을 예정입니다.

둘째, 왜 시설 및 인력도 부족하고, 의료법까지 위반하면서 강제로 코로나19 전담요양병원을 만들려고 할까요? 요양병원 환자들은 돌봄이 필요해서 전담요양병원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예산을 절감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전담요양병원 지정에 투입할 예산보다 더 많은 재원을 투입해 새롭게 전담병원을 지정하든지 기존 전담병원에 간호사 및 돌봄 인력을 지원하는 게 맞습니다.

셋째, 기존 시설 및 인력 지원, 인센티브를 유지한 채로 요양병원 코로나19 비확진자 격리 지정요양병원을 만들어 이 곳에서 비확진자들을 관리하며 양성 전환 시 전담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은 가능하리라 생각됩니다.

굳이 전담요양병원이라는 중단단계를 만들지 말고, 전담병원에 재정을 더 투입하면 환자를 한 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습니다.

■칼럼과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침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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