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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국민건강보험공단 '전액 환수 처분' 제동
대법원, 국민건강보험공단 '전액 환수 처분' 제동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1.01.20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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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반 사항에 대해서만 환수 처분해야" 원심 파기 환송
"요양급여비 전액 환수 부당이득징수 범위 법리 오해" 판시
ⓒ의협신문
ⓒ의협신문

최근 대법원이 입원실 공동이용 미신고(고시 위반)에 대해 요양급여비용을 전액 환수한 사건에서 고시 위반 부분에 해당하는 요양급여비만 환수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려 마구잡이로 환수하던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

대법원 재판부는 최근 입원실 공동이용 미신고 관련 비슷한 두 사건에서 ▲입원실 공동이용 미신고의 경우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에서 정한 부당이득징수 사유인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부당이득징수 대상이 공동이용의 대상이 된 해당 항목의 요양급여비용으로 한정되는지 여부(적극)를 살폈다.

즉, 단순히 입원실 공동이용 미신고를 위반(고시 규정 위반)한 사건에서 입원실에 입원시킨 환자들에 대한 모든 요양급여비용을 전부 부당이득징수 대상이라고 보고, 전액 환수처분을 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된 것.

이에 대해 대법원은 위반 사항에 대한 부분만 요양급여비용을 환수해야지, 모든 요양급여비용을 환수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판결에 따라 앞으로 건보공단의 일부 위반 사항에 대해 전액을 환수처분 하는 행태에도 큰 변화가 예상되고,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에 반대해 소송을 제기하는 사건에 대한 법원 판결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사건(대법원 2021년 1월 14일 선고. 2020두38171 판결)은 재활의학과의원을 개설·운영하는 P의사가 같은 건물 위층에 있는 내과의원의 입원실을 이용하면서 공동이용기관임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제출하지 않아 문제가 됐다.

건보공단은 내과의원 소속 물리치료사가 재활의학과의원 환자에게 물리치료를 실시하도록 했다는 이유로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에 해당한다고 판단, 내과의원에 입원시킨 환자들에 대한 모든의 요양급여비용 총 10여억원을 환수 처분했다.

P의사는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 2심 법원은 건보공단의 환수처분이 정당하다며 P의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P의사는 결국 대법원에 상고하고, 단순 고시 위반(공동이용 미신고)으로 요양급여비용 전액을 환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대법원은 P의사가 이 사건 고시 규정을 위반한 것은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에서 정한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에 해당하고 P의사가 이 사건 고시 규정 제1항(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고시한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을 위반해 공동이용한 부분은 시설에 해당하는 입원실에 한정되므로 '입원료' 부분만 요양급여비용으로 지급받을 수 없는 비용으로서 부당이득징수 대상이라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다른 의원(내과의원)의 입원실에 입원시킨 환자들에 대한 요양급여비용을 전부 부당이득징수대상이라고 판단한 원심을 파기환송 했다.

대법원은 다른 사건(대법원 2021년 1월 14일 선고. 2019두57985 판결)에서도 같은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K의사가 공동이용기관임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심사평가원에 제출하지 않고 같은 건물 내에 있는 D한방병원의 입원실을 이용해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및 업무정지 처분을 받은 사건에서 "고시 규정을 위반해 공동이용의 대상이 된 해당 항목의 요양급여비용은 부당이득징수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공동이용한 부분은 시설에 해당하는 입원실이고, 입원실 외 다른 시설, 인력 및 장비 등을 공동이용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입원료' 부분만 부당이득징수 대상이라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한방병원의 입원실을 공동 이용하기 위해 사전 신고 절차를 거치지 않아 이 사건 고시 규정을 위반했다는 점 외에는 진찰·검사, 약제의 지급, 처치, 간호 등의 요양급여와 관련해 국민건강보험법령 및 그 하위 규정들에서 정한 요양급여의 적용기준을 위반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두 사건에 대해 "요양기관을 개설·운영하는 의사가 같은 건물 내에 있는 다른 요양기관의 입원실에 입원시킨 환자들에 대한 모든 요양급여비용을 전부 부당이득징수 대상이라고 판단한 것은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정한 요양급여 적용기준과 부당이득징수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원심법원이 다시 심리·판단하라고 환송했다.

한편, 대법원은 두 사건을 심리하면서 의료법에서 시설 등의 공동이용에 대한 절차적인 부분을 규정하지 않더라도,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비용과 관련한 고시 규정을 위반한 사안에 따라 요양급여비용을 환수 처분한 것은 무효로 볼 수 없다고 봤다.

비록 의료법 제39조 제1항에서 의료기관의 시설 등에 대한 공동이용을 규정하면서 의료법 하위법령에 관련 사항을 위임하지 않고 있으나, 이 사건 고시 규정이 상위법령인 국민건강보험법의 위임에 근거한 것(대외적으로 구속력 있는 '법령 보충적 행정규칙'에 해당)이므로, 고시 규정에서 정한 절차와 요건을 준수하지 않고 요양급여를 실시하고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해 지급받았다면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에 해당한다는 것.

대법원의 이런 판단에 대해 김주성 변호사(법무법인 반우)는 "첫 번째 사건은 의료법 위반은 없고, 순전히 고시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며 "의료법 위반이 없더라도 고시 규정 위반만으로 환수가 가능하다고 대법원이 판단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고시 규정 위반 여부가 관련 의료법과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하는 사안이고, 고시에 대한 해석은 의료법에 바탕을 두고 해석해야 한다"며 "파기환송심에서는 두 사건에 대한 처분 사유가 무엇인지 쟁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법 위반이면 관련성 없는 것까지 무차별하게 환수하던 건보공단의 관행도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건보공단의 환수처분도 이제는 바뀌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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