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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기시키면 살고 못시키면 죽는다'

'발기시키면 살고 못시키면 죽는다'

  • 이석영 기자 dekard@kma.org
  • 승인 2003.1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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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관련 의약품이 잇달아 국내에 쏟아져 들어오면서 요즘 제약업계에서는 '발기시키면 살고 못시키면 죽는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비아그라가 독주하던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에 레비트라와 시알리스가 도전장을 내면서 치열한 3파전을 예고한데 이어, 최근에는 성욕을 북돋아준다는 남성 호르몬제까지 출시돼 끝을 모르는 성전(性戰)에 업계의 관심은 비상하다.

제품을 선보인 업체들은 한결같이 적극적인 성생활을 통한 삶의 질 향상을 내세우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아직까지 성에 관한한 유교적 관념의 지배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한국 사회에서 자신의 성적 문제를 전문가와 상담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성 문제는 일차적으로 자기 혼자 은밀하게 해결하려는 욕구가 강하다 이같은 점은 발기부전치료제의 불법 유통이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남대문시장이나 인터넷에서 비아그라를 손쉽게 구할 수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 된지 이미 오래다. 최근에는 인천국제공항세관에서 9억원 상당의 중국산 가짜 비아그라를 들여오던 업자가 적발되기도 했다.

현재 비아그라의 암시장 규모는 최소한 1,000억원대를 넘을 것으로 업계는 추측하고 있다. 비아그라의 연 매출액이 약 300~40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사용자 10명중 약 7명은 처방전 없이 복용하고 있는 셈이다. 다시말해 사용자의 70%는 약물 부작용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의미다.

이같은 상황에서 발기부전치료제가 두 제품이나 새로 출시되고, 성욕 증감을 위한 호르몬제까지 출시됨에 따라 앞으로 성관련 의약품의 암시장의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것이라는게 업계의 공통된 관측이다. 이같은 우려는 업체의 홍보전략에서도 엿볼 수 있다.

시알리스를 출시한 한국릴리의 경우 스포츠 신문에 집중 홍보하면서 젊은층의 수요를 자극하는 홍보 마케팅을 집중적으로 벌이고 있다.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이 전문의의 상담과 진단을 거쳐 처방에 따라 발기부전치료제를 복용할지에 대해서는 비아그라의 예에서 보듯이 회의적일 수 밖에 없다는게 의료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서울 강남구의 모 비뇨기과 원장은 "발기부전치료제가 마치 정력 보강제로 인식될 정도로 국민의 인식이 왜곡돼 있다"며 "업체들은 효능 효과만 홍보할 것이 아니라 반드시 전문가의 진단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라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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