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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계, '의사 증원' 근거된 OECD 통계에 "시대착오적"
의학계, '의사 증원' 근거된 OECD 통계에 "시대착오적"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1.01.15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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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태 제24대 의학회장 취임 "의료계 내부 소통 강화 절실" 강조
"'의사 부족·범람' 모두 의사 주장…현장 시행 연구 부족이 원인"
정지태 제24대 의학회장
정지태 제24대 의학회장

'의사 증원'의 근거가 됐던 OECD 통계와 관련, 의학계가 보건의료 발전계획 수립 참고 수치 활용에 '부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정지태 신임 대한의학회장은 14일 쉐라톤 서울팔래스 강남호텔에서 개최된 '2021년도 정기총회 및 회장 이·취임식' 취임사를 통해 '의사 정원' 등 의료 정책에 OECD 통계 수치를 근거로 활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짚었다.

'대한민국 의사 인력, 넘치는가? 부족한가?'

정부는 작년 '의사 수 부족'을 이유로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강행했다. 우리나라 인구 1000명 당 의사 수가 2.3명으로 OECD 국가 평균인 3.5명과 비교했을 때 부족하다는 것이 그 근거였다.

하지만 의료계는 단편적인 수치 적용은 우리나라 실정에 맞지 않으며 의사 수 증가 및 인구 감소 추세, 그리고 은퇴를 앞둔 의사 비율 등을 다각도로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지태 신임 의학회장은 여기서 더 나아가 OECD 통계를 의료제도 개발 근거로 활용하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정지태 신임 회장은 "대한민국에 필요한 의사 수를 구하는데, 정확하지도 않고 일관성도 없는 OECD 통계를 매년 인용하고 있는 형편이다. 정부도 언론도 정치권도 학계조차도 그렇다"면서 "그 통계는 후진국과 개도국의 발전을 위해 보여주는 참고 수치다. 세계 10대 교역국인 우리가 참고해서 보건의료 발전계획을 세울 그런 통계가 아니다. 우리 위치가 아직도 개발도상국이라는 시대착오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이어 "아직 우리나라에는 우리 형편에 맞는 의사의 근무시간은 일주일에 몇 시간이 적합한 것인지, 그 근무시간을 근간으로 필요한 의사 수를 구해보는 일을 해보지 않았다. 95% 이상의 의사가 전문의를 취득하는데, 과연 전문의 수가 그렇게 필요한 것인지 누가 대답해 주지 않는다"면서 "분과전문의, 세부 전문의, 인정의 등 전문의 다음 단계의 교육제도도 다수 등장하고 있다. 이런 것이 현재 우리 의료 현실에 적합한 것이고, 과연 적절하게 운용되고 있는 것인지, 교육프로그램은 믿을 만한 것인지에 대한 관찰 평가도 없는 상태다. 많은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진단했다.

의학계 내 합의된 의견 도출을 위한 의료계 내부 소통 강화가 절실하다고도 짚었다. 소통이 안 되고 있는 예로, 역시 '의사 정원' 관련 문제를 짚었다.

정지태 신임 회장은 "의사가 부족하다는 사람도 의사고, 의사가 넘쳐난다는 사람도 의사다. 통일된 의견이 아니라, 의학계 내의 합의된 의견이 필요하다"며 "의료계 내부소통이 안 되는데 정부와 소통이 될 턱이 없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이어 "우리가 직면한 현실을 현장에서 시행한 연구가 많이 부족한 것이 그 원인이라고 믿는다"면서 "단편적인 연구나 짧은 기간에 걸친 표피적 해외 경험을 통해 얻은 지식을 최고의 전문 지식으로 착각하는 한, 의료계의 발전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요즘은 정치적 목표에 따라서는 의학교육의 질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세력조차 등장했다. 필요하면 자기 동네에 의과대학도 세우겠다고 한다"면서 "의료는 국민의 건강과 국민의 이익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망각하고 있다. 우리의 의학은 인류의 건강과 바로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국제적 영향력이 확고한 의학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많은 부분 개선이 필요한 시대다. 그 개선을 위해 의학회는 의료계의 중심 위치를 확고히 다져가도록 하겠다"며 "의학회는 우리 의료 중심추이다. 많은 협조와 공감을 보내주시기 바란다"고 독려했다.

대한의학회는 원래 회계연도가 3월 말로, 매년 3월 정기총회를 개최해 왔다. 이에, 회장 이·취임식 역시 3월 말 진행, 4월부터 임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제23대 장성구 회장이 회계연도를 1월부터 12월 말로 변경하면서 이번 신임 회장 임기 역시 1월부터 개시하게 된 것이다.

정지태 신임 회장은 1979년 고려대 의대를 졸업 후 고대병원에서 연구처장, 산학협력단장, 의과대학장을 지냈으며 지난해 정년 퇴임했다.

대한소아과학회·대한소아알레르기호흡기학회·한국의료법학회 등에서 이사·이사장·회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의학회에서도 부회장 등 임원을 지냈으며 현재 감사직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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