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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바이오안보·제약산업 인식 높였다

'코로나19 팬데믹'…바이오안보·제약산업 인식 높였다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0.12.28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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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치료제 둘러싼 자국우선주의 결국 세계 경제 악화 초래
의약품·진단기기 등 자급자족 필요성 제고…리쇼어링 이어질 것
글로벌 공급망 붕괴 대비 자국 제약바이오산업 재유치 추진 전망

강선주 국립외교원 교수
강선주 국립외교원 교수

코로나19 팬데믹이 끝을 가늠키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백신 접종이 이뤄지면서 종식을 위한 실마리를 찾고 있지만 변종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세계는 또다시 암울한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다.

세계보건기구가 지난해 12월 31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위험을 알린 지 3개월만에 전세계로 확산된 후 11월말까지 6315만명이 감염됐으며, 146만명이 사망이 사망했지만 아직도 코로나19는 진행중이다.

코로나19는 세계 각국에 바이오안보의 중요성과 함께 자국우선주의라는 민낯을 내어보이는 상황을 초래했다.

현 세대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감염병의 확산이 남겨 준 과제는 무엇일까. 아직도 현재진형형인 이 형극의 감염병은 인류에게 어떤 메세지를 남겼을까.

강선주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최근 발간한 정책보고서 <KPBMA Brief>에 '코로나19 팬데믹: 바이오안보와 자국우선주의의 도래' 기고를 통해 코로나19 팬데믹은 국가의 안보 분야로 바이오안보의 중요성을 급격히 상승시켰으며, 바이오안보의 대응 수단을 제공하는 바이오산업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바이오안보 대응에 국제적 조율과 협력이 더 나은 결과를 생산할 수 있음에도 국제정치적 환경은 자국우선주의와 경쟁으로 유도하고 있으며, 이같은 상황을 부추기는 국제정치의 불확실성은 단시간에 정리될 사안이 아니므로 한국의 바이오안보와 바이오산업도 이에 대한 적응 방안을 강구해야 할 때라고 진단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코로나19가 금세기 첫 팬데믹이지만 마지막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기후변화와 생태계 파괴로 신종 병원성 미생물과 인간의 접촉이 증가했고, 세계화가 병원성 미생물의 이동을 용이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은 반복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강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과 자국우선주의 바이오안보의 원인이 되는 병원성 미생물이 비가시적이고 초국경적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개별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바이오안보를 효과적으로 달성하지 못한다"며 "병원성 미생물의 특성상 국가들이 대응을 조율하고 협력할 때에만 바이오안보를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국제적 조율과 협력은 작동하지 않았고 각자도생을 앞세웠다. 나라와 나라간 이동이 잦은 초국경적 상황에서 자국 중심의 감염병 대응책은 해결의 실마리에도 다가설 수 없게 했다. 이뿐 아니다. 지난 수년간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작용으로 일어난 폐쇄적 민족주의 정서를 더욱 공고하게 만들었다.

강 교수는 "자국민 보호목적에서 감염병 발생 시에 준수해야 할 WHO 의무를 준수하지 않았고, 70개 이상의 국가들이 코로나19가 발생한 국가로부터 일방적으로 여행 제한, 생산 중단과 국경 통제가 글로벌 공급망을 교란시키자 80개 국가들이 의약품과 의료장비의 부족에 대비하기 위해 수출 통제를 실시했다"며 "각 국가들의 국제적으로 조율되지 않은 자국민 보호 조치는 코로나19 팬데믹을 악화시켰을 뿐"이라고 단언했다.

이와 함께 팬데믹 극복의 장벽으로 글로벌 리더십의 부재도 꼽았다.

강 교수는 "강대국인 중국에서 처음 발생하고, 또 다른 강대국인 미국이 최대 피해국이 되면서 감염병 대응에 필요한 글로벌 리더십이 발휘되기 어려웠다"며 "더구나 세계 패권 경쟁 중인 미국과 중국이 코로나19 대응에서 협력할 의지조차 보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바이오안보 위협의 초국경적 특성상 국가간 협력이 필요조건임에도 현재 바이오안보 대응은 반대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바이오안보가 보건 위협인 만큼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는 수단은 군사력이 아니라 감염병을 다루는 보건·의료 능력인데, 국가들은 보건·의료 능력을 공동 협력이 아닌 개별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국우선주의는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과 배분 상황에서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문제는 선진국들이 자국민들에게 코로나19 백신을 접종시키고 최빈국들을 코로나19 백신 접종에서 배제한다면 더 큰 손실에 직면하게 된다는 점이다.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통제되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글로벌 공급망을 훼손하고 세계 경제는 교란 상태에 빠져들기 때문이다.

강 교수는 "개도국들에 코로나19 백신을 공급한다면 약 250억 달러가 들지만, 이들을 외면할 경우 글로벌 GDP는 연간 1530억 달러의 손실을 입게 될 것"이라며 "선진국들이 개도국들을 백신 접종에서 배제함으로써 지불할 비용이 개도국들에 백신을 공급하기 위해 지불할 비용보다 훨씬 크다. 선진국들의 백신 민족주의는 글로벌 대중뿐만 아니라 자신들에게 경제적 벌금을 부과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통박했다.

제약바이오산업에 미친 영향도 만만찮다. 의약품과 진단키트 등 특정 장비의 자급자족 필요성을 높였으며, 리쇼어링(Reshoring·제조업이 해외에 진출했다가 자국으로 돌아오는 것)이 활발해질 것이라는 진단이다.

강 교수는 "국민 보호에 필수적인 의약품 조달을 경쟁국에 의존하는 것은 안보 위협이 될 수 있다. 만약 해외에서 의약품 조달이 불가피하다면 국가들은 안보 위협이 낮은 동맹국 또는 소수의 파트너 국가에 의존을 선택할 것"이라며 "국가가 공중보건에서 자급자족을 강화하고 글로벌 공급망 붕괴에 대비하기 위해 제약산업 재유치를 타깃으로 삼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제약산업은 높은 혁신 가치, 첨단기술 및 국가경쟁력에 중요성을 가지면서 동시에 새로운 지역으로 생산시설을 이전할 큰 잠재력을 가졌다는 사실도 국가들의 제약산업 재유치를 자극한다"고 지적한 강 교수는 "다른 산업의 가치사슬에 비해 지리적 제약을 덜 받고 글로벌 제약 수출능력의 절반 이상이 이동 가능한 제약산업의 특성은 국가들로 하여금 바이오안보 달성을 위해 규제와 조세 특혜 등을 내세워 리쇼어링을 추진하게 하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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