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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8 17:57 (목)
전문간호사 업무 확대?...면허 뒤흔드나
전문간호사 업무 확대?...면허 뒤흔드나
  • 송성철 기자 medicalnews@hanmail.net
  • 승인 2020.12.26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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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전문간호사 규칙 개정안' 추진...의사 '지도'를 '처방'으로
최대집 의협 회장 "의사 면허 뒤흔들어...전국의사 반대 투쟁 부를 것"
보건복지부 ⓒ의협신문
보건복지부 ⓒ의협신문

보건복지부가 전문간호사의 업무범위를 진료권까지 확대하는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열린 제1차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 협의체에서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전문간호사 규칙)을 공개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행 의료법 제2조(의료인)에서는 간호사의 업무를 ▲환자의 간호요구에 대한 관찰, 자료수집, 간호판단 및 요양을 위한 간호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 ▲간호 요구자에 대한 교육·상담 및 건강증진을 위한 활동의 기획과 수행, 그 밖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보건활동 ▲제80조에 따른 간호조무사가 수행하는 가목부터 다목까지의 업무보조에 대한 지도로 규정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전문간호사의 분야별 업무범위에 대한 근거 규정을 마련하겠다며 제시한 시행규칙 개정안은 1안(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 또는 처방 하에 시행하는 ○○전문간호 업무)과 2안(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 또는 처방 하에 시행하는 ○○진료에 필요한 업무) 등이다.

즉 의료법이 규정한 간호사의 업무업무(의사·치과의사·한의사의 지도 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를 전문간호사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의사·치과의사·한의사의 지도 또는 처방'(1안) 또는 '의사·치과의사·한의사의 지도 또는 처방 하에 시행하는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바꾸겠다는 것이 핵심. 간호사의 업무를 제한적으로 확대하고, 일정 부분 진료까지 위임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보건복지부는 전문간호사 업무범위와 관련한 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해 각 단체 의 의견을 수렴하고, 수가 연구를 통해 지원체계를 마련, 전문간호사 제도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의료계는 "전문간호사의 업무를 '지도'가 아닌 '처방' 하에 시행하도록 하는 것은 의사와 간호사의 업무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사안"며 "특히 전문간호사가 특정 진료에 필요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것은 면허제도와 진료의 기본 틀을 바꾸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의사가 처방에 의해서만 간호사에게 업무를 지시토록 제한하거나 특정한 진료업무를 간호사가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은 의사의 면허와 진료권을 뒤흔드는 중차대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보건복지부가 진료권을 뒤흔드는 시행규칙 개정안을 일방적으로 강행할 경우 전국 의사들의 강력한 반대 투쟁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료계는 코로나19 감염자가 하루 1000명 이상 쏟아지고, 민관이 긴밀히 협력해야 할 긴박한 상황에서 의료법 체계와 면허제도를 뒤흔드는 전문간호사 규칙을 개정하겠다고 나선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의협은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 협의체는 면허체계의 근간을 훼손하고, 의료의 안전성을 저해하는 면허범위에 대한 협의체가 아니라 간호사의 근무환경을 개선하고, 간호사의 업무에 대한 수가를 보상하는 협의체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박진규 의협 기획이사는 "전문간호사의 업무범위는 의료법을 개정하기 전에는 불가능하다"면서 "이미 앞서 열린 협의체에서 '간호사의 업무는 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로 명확히 했음에도 다시 논란을 일으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의료계는 보건복지부가 국회에서 여야 의원들의 발의와 소관 보건복지위원회·법제사법위원회·본회의 등 여러 단계의 엄격한 검토와 심의를 통해 개정해야 하는 의료법 대신 장관 권한으로 비교적 용이하게 바꿀 수 있는 의료법 시행규칙을 손질, 전문간호사의 업무범위에 대한 근거 규정을 마련키로 한 데 대해 법과 원칙을 무시한 무리수라는 입장이다.

의협은 "마취 진료행위가 적절히 제공되지 않을 때 환자의 생명이 위태롭게 되거나 돌이킬 수 없는 후유증을 남기게 되는 등 환자의 안전을 매우 위협할 수 있다"면서 "간호사의 마취분야 간호업무에 대해 의사의 행위와 모호하게 걸쳐 전문간호사에게 의사 및 간호사업무 모두를 가능토록 허용한다면 면허체계 근간을 훼손하고 의료의 안전성을 저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협은 12월 23일 열린 제134차 상임이사회에서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논의하고,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전문간호사의 업무 범위(의사·치과의사·한의사의 지도 또는 처방 하에 시행하는 ○○전문간호 업무)에서 의사의 진료권을 침해하고, 면허제도를 훼손하는 '처방'과 '진료' 등의 업무를 제외한 대안을 제출키로 의결했다.

대한의사협회는 보건복지부가 추진하고 있는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이 면허제도와 진료권을 뒤흔들 수 있는 사안이라는 우려와 함께 현행 의료법 취지에 맞도록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키로 했다. 사진은 12월 23일 열린 제134차 상임이사회. ⓒ의협신문
대한의사협회는 보건복지부가 추진하고 있는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이 면허제도와 진료권을 뒤흔들 수 있는 사안이라는 우려와 함께 현행 의료법 취지에 맞도록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키로 했다. 사진은 12월 23일 열린 제134차 상임이사회. ⓒ의협신문

법원은 의사의 진료행위와 간호사의 진료 보조행위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대법원은 마취전문 간호사가 의사의 구체적 지시 없이 독자적으로 마취약제와 사용량을 결정하여 치핵제거수술 환자에게 척수마취시술,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게 된 사건(2008도590, 2010년 3월 25일 선고)에서 "구 의료법 제5호는 '간호사는 요양상의 간호 또는 진료의 보조 및 대통령령이 정하는 보건활동에 종사함을 임무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의사가 간호사에게 진료의 보조행위를 하도록 지시하거나 위임할 수는 있으나, 고도의 지식과 기술을 요하여 반드시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 자체를 하도록 지시하거나 위임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으므로, 간호사가 의사의 지시나 위임을 받고 그와 같은 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구 의료법 제25조 제1항에서 금지하는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의사의 구체적 지시 없이 독자적으로 마취약제와 사용량을 결정하여 피해자에게 척수마취시술을 한 경우,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것.

대법원은 또 조산사가 자신이 근무하는 산부인과를 찾아온 환자들을 상대로 진찰·환부소독·처방전 발행 등의 행위를 하다 기소된 사건(2006도2306 판결, 2007년 9월 6일 선고)에서도 "조산사도 의료법에서 정한 의료인이기는 하나, 조산사는 의료행위 중 조산과 임부·해산부·산욕부 및 신생아에 대한 보건과 양호지도에 종사함을 그 임무로 하므로, 조산사가 이를 넘어서 의사만이 할 수 있는 부녀자에 대한 진찰 및 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한 경우에는 구 의료법 제25조에서 금지하는 무면허의료행위에 해당한다"면서 "의사가 간호사에게 진료의 보조행위를 하도록 지시하거나 위임할 수는 있으나,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진료행위 자체를 하도록 지시하거나 위임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으므로, 간호사가 의사의 지시나 위임을 받고 그와 같은 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한편, 간호사는 1987년 이전까지 간호원으로 불렀으나 의료법 개정에 따라 1988년부터 '간호사'로 변경했다. 전문간호사제도는 1973년 보건사회부 장관이 간호원 면허 이외에 업무분야별 자격을 인정하면서 도입했다. 2000년 '분야별 간호사'를 '전문간호사'로 변경했으며, 2006년 13개 분야(보건·마취·정신·가정·감염관리·산업·응급·노인·중환자·호스피스·종양·임상·아동)까지 확대했다. 

간호사법 제정을 둘러싼 논란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열린우리당 김선미 의원은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시행(2008년 7월)을 겨냥, "치매·중풍 등의 만성질환으로 인한 장기요양 보호 서비스는 의사가 아닌 간호사가 제공해야 할 영역이므로 독자적인 간호사법이 절실하다"며 간호사법 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김 의원의 간호사법 제정안은 의료계는 물론 간호조무사협회의 반대 여론에 직면, 심의 과정에서 폐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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