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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아동학대 의심 신고한 의사 노출한 경찰 탓 위협받고 '덜덜'
[단독]아동학대 의심 신고한 의사 노출한 경찰 탓 위협받고 '덜덜'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0.12.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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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신분이라 노출 두렵지만, 위험한 상황 반복…참을 수 없었다"
순창경찰서, 입장문 통해 신분 노출 피해 '유감' 및 재발 방지 약속

최근 생후 16개월 된 입양아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부모가 재판에 넘겨져,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던졌다. 11일에는 '운다'는 이유로 생후 82일 된 신생아의 입에 손수건을 물려 숨지게 한 생부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징역 7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아동 학대'가 사회적 문제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아동 학대를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의료진의 적극적인 신고가 필수적이다. 정부는 의료기관에 의학적 소견에 따라 아동 학대 의심 시, 신고를 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그런데, 아동학대 의심 사례를 신고했다가 경찰이 신분을 노출, 고초를 겪은 의료진의 사례가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더욱이 해당 경찰은 신분 노출에 대해 별다른 책임을 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순창 소재 의료원에 근무 중인 공중보건의사 A씨는 [의협신문]에 아동 학대 의심 사례를 신고한 이후, 경찰에 의해 학대 의심자에게 신분이 그대로 노출당했다고 제보했다.

"OO 의사가 그랬어요"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의협신문

사건은 11월 20일. 발달지연이 있는 만 4세 아동이 의료원에 오면서 발생했다.

A공보의는 해당 아동을 진료 이후, 병원 입구에서 체온을 측정하는 직원으로부터 "아빠가 아이를 던져 눈 근처와 머리를 다쳤다"는 엄마의 진술이 있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고, 다른 병원에 전원을 보낸 후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했다.

그런데 이후, 학대 가해 의심을 받은 친부가 진료실에 항의 전화를 했다.

알고 보니, 신고를 받은 경찰이 가해 의심자에게 "의료원 소아과 선생님이 신고했다"는 사실을 말해, 신분이 노출됐던 것.

A공보의는 "가해 의심자는 진료실에 수차례에 걸쳐 전화했다. 1∼2시간 사이 5번 넘게 전화가 왔다. 위협을 받았고, 공포를 느꼈다"고 털어놨다.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범죄신고자법)'에 따르면 국가는 범죄신고자 등을 보호하고, 이들에 대한 보복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필요한 재원을 조달해야 한다.

하지만 해당 경찰서는 이러한 국가적 책무에 반해, 신분을 그대로 노출해버린 것. 이에, 불합리함을 느낀 A공보의는 순창경찰서 청문감사실에 민원을 넣었다. 하지만 "이해하고, 넘어가세요"라는 답변을 먼저 들었다.

A공보의는 "황당했지만, 위법한 행동이었다고 다시 항의했다. 그러자 '그럼 어떻게 해드릴까요?'라고 하더라. 거래하는 것도 아니고…내규에 따라 처리해야 하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신변 보호 및 해당 경찰관에 대한 조사 및 문책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추후 문의한 결과, 해당 경찰관은 이렇다할 조치없이 파출소에 대한 교육만으로 이 사건이 마무리됐다고 했다. 신변보호 조치 역시 하루 한 번 정도 순찰을 더 오는 정도였고, 이마저도 처음 며칠만 진행됐을 뿐, 이후에는 경찰분들이 잘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동학대 의심 사건은,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지 않으려 떼를 쓰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였다는 보호자의 진술에 의해 일단락됐다.

A공보의는 "지역이 워낙 좁다 보니, 여기서 더 강하게 항의했다가는 오히려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에, 하루하루 불안감 속에 진료를 이어가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법적으로 보호받는다고 알고 있어, 믿고 신고했는데 두려움에 떨게 됐다. 공무원 신분이 노출될 것이 두렵다"면서도 "하지만 공익을 위해, 꼭 제보해야 할 사안이라고 판단해 연락드리게 됐다"고 전했다.

(사진=pixabay) ⓒ의협신문
(사진=pixabay) ⓒ의협신문

순창경찰서는 [의협신문] 취재가 시작되자 의협신문에 직접 입장문을 보냈다.

정재봉 순창경찰서장은 "아동학대 신고 사건처리 과정에서 신고자의 의료시설 명칭을 경찰관이 거론해 신고자가 누구인지 추론할 수 있는 사정이 발생했다"면서 "이번 사건의 모든 처리 과정에 대해 경찰 조치의 적정성 여부를 조사해 그 결과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A공보의는 또 다른 동료 의료인 역시 코로나19 검사를 권고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폭언·위협 사건을 같은 경찰서에 신고했지만, 황당한 일을 겪었다고 전했다.

해당 사건을 신고한 뒤 관할 파출소에서 조서를 작성하던 중, 파출소장이 다가와 "'의료진이 인내심을 가지고 좀 참지 다 신고하고 그러냐', '의사가 딱 보면 모르냐'는 등의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A공보의는 "저 혼자만 겪은 일이라면 참았겠지만, 동료마저 이런 위험한 상황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참을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남계파출소장은 [의협신문]과의 통화에서 "공무원의 입장에서 국민을 이해하는 측면으로 마인드를 바꿔 달라는 취지로 말씀드린 것이다. 상황이 다소 격양됐기에 전달이 제대로 안 된 것 같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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