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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공중보건의료지원단 지원한 홍성휘 회원 '맨땅에 헤딩'한 사연은?
의협 공중보건의료지원단 지원한 홍성휘 회원 '맨땅에 헤딩'한 사연은?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0.12.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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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요양병원 경증·음성 코로나 환자 속출... 관리 시설 '공주 유스호스텔' 자원
"사태 초기 혈압계·온도계도 도착 안해...감염관리시스템 마련 위해 고군분투"

#1.
대한의사협회는 코로나19 재확산 위기가 고조된 11월 18일, 공중보건의료지원단을 대거 모집한다고 밝혔다.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 긴급 투입할 수 있는 의사 상비 인력 체계를 마련한다는 목적이다.

#2. 홍성휘 회원(경기도 성남 소재 병원 봉직의, 만36세)은 평소 구호 활동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 구호 활동을 현장에서 하고 싶다는 생각에 30살부터 의학 공부를 시작했다. 학생 시절에도 네팔 지진 긴급 구호팀 등에서 활동했고, 최근까지 진료 봉사를 이어왔다. 코로나19 사태 등을 겪으면서 보건의료 비상시 즉각 투입할 수 있는 전문가 그룹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의협과 생각이 통했다. 의협 '공중보건의료지원단' 모집 소식을 듣고 망설임 없이 바로 지원했다.

#3.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공주 소재 요양병원 관련 확진자 소식이 계속되고 있다. n차 감염자까지 합하면, 해당 요양병원 관련 감염은 1일 기준 총 51명으로 늘었다.

#4.
의협은 공주 요양병원 코로나19 확진과 관련, 공중보건의료지원단을 투입하기로 했다. 여기에 배정된 '의사 상비 인력'이 홍성휘 회원이었다. 홍성휘 회원은 해당 요청에 바로 개인 휴가를 내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홍성휘 의사(성남 소재 병원 입원전담의, 의협 공중보건의료지원단) ⓒ의협신문
홍성휘 회원(의협 공중보건의료지원단, 경기도 성남 소재 병원 봉직의) ⓒ의협신문

[의협신문]은 대한의사협회 공중보건의료지원단 신분으로, 공주 요양병원 격리 시설로 지정된 '공주 유스호스텔'로 파견을 나간 의사 상비인력, 홍성휘 회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는 "어떤 일을 하고 있냐?"는 질문에 "모두 다"라고 답했다. 혈압계나 온도계도 도착하지 않은 상황에서 환자가 밀려 들어왔던, 급박했던 초창기 상황도 전했다.

[일문일답]
공주 유스호스텔에는 어떤 환자들이 머물고 있나?
▶공주 요양병원 집단 감염 이후, 1차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증상이 심하지 않은 요양병원 환자들이 머물고 있다. 이후, 검사에서 다시 양성을 받은 사례도 나오고 있는 만큼,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현장에서 하는 일은?
▶'그냥 다'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야말로 모든 일을 하나부터 열까지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최초 상황을 컨트롤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일이 가장 주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 같은데?
▶초창기에는 다소 혼란이 있었다. 환자들은 밀려오는데, 환자에 대한 진료기록이나 체온계·혈압계 조차도 마련되지 않았다. 이에, 혹시 몰라 가지고 간 개인장비를 먼저 활용하기도 했다. 환자들이 통증을 호소해도 기존 병력을 모르니, 답답한 상황도 있었다.

또 한 가지는 확진자에 대한 공포의 문제가 있었다. 여기서도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배정받은 인력들이 확진자에게 약을 줘야 하는데, 방호복을 입고도 들어가기를 꺼려했다. 막연한 공포가 아닌, 바이러스의 실체와 싸워야 한다며 재차 설득했고, 결국엔 통했다.

하고 있는 일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먼저, 기본적인 시스템의 세팅이다. 예를 들어, 층마다 체온계·혈압계가 있어야 하고, 환자에 대한 기록이 있어야 한다. 요양병원 환자들이기에 복용 중인 약도 함께 도착해야 한다. 몇 층 몇 호에 어떤 환자가 있는지, 그리고 각각의 증세는 어떤지에 대한 기록도 마련해야 했다.

또, 층별로 환자를 모니터링하고 있는 간호사,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 등을 교육하는 일이다. 어떤 상황에서 의사에게 콜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지침을 만들어  교육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업무는 환자의 콜을 받는 거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일이다.

홍성휘 의사(성남 소재 병원 입원전담의, 의협 공중보건의료지원단)가 공주 요양호스텔에서 지침 관련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의협신문
홍성휘 회원(의협 공중보건의료지원단, 경기도 성남 소재 병원 봉직의)이 공주 요양호스텔에서 코로나19 방역지침 관련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의협신문

언제부터 투입된 건가?
▶11월 27일 금요일 오후 4시에 왔다. 이후, 지금(30일)까지 8시간 잤다. 잠을 줄이며 임하고 있다.

의사 인력은 얼마나 상주하고 있는지?
▶시간마다 다르다. 의사 인력만 말하자면 일단 나와 보건소장, 그리고 파견된 공중보건의사들이 교대근무 중이다. 교대근무를 하는 인원에 따라 적게는 2∼4명 정도가 상주해 있다고 보면 된다.

본업은 어떻게 되는지?
▶경기도 성남에 있는 병원에서 봉직의로 일하고 있다. 투입 직전까지 당직 근무를 하다가 개인 휴가를 내고, 바로 왔다.

대한의사협회 공중보건의료지원단 지원 계기는?
▶'원래 이런 생각을 해왔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올해 7월, 보건복지부에서 진행한 보건정책 공모전을 진행한 적이 있다. 당시 보건의료 비상이 걸렸을 때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전문가 그룹을 운영할 것을 제안했다. 결과는 떨어졌다.

그런데 11월에 너무나도 놀랍게 의협에서 제안했던 내용과 거의 똑같은 형태의 프로젝트가 의협에서 시작됐다. 원래 했던 생각과 같았기에 바로 지원하게 됐다.

이전에도 유사한 활동 경험이 있는지?
▶5년 전에 네팔 지진이 났을 당시, 학생 신분으로 긴급구호팀으로 자원했다. 4년 전에도 역시 학생 신분으로, 아프리카 우간다에 있는 시골 병원에 두 달 동안 실습한 경험이 있다. 현재는 서울 소재 외국인 근로자 무료 진료소인 라파엘 클리닉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진료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
▶어머니께서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하셨다. 물론, 티는 내지 않으시지만, 부모로서 걱정될 거로 추측한다. 하지만, 오히려 내 자리를 하나 마련해 달라고 하시면서 응원해 주셨다. 자식으로서,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어머니가 현재 평범한 전업주부라는 점에서 더 그렇다.

홍성휘 의사(성남 소재 병원 입원전담의, 의협 공중보건의료지원단)가 공주 요양호스텔에서 지침 관련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의협신문
홍성휘 회원(의협 공중보건의료지원단, 경기도 성남 소재 병원 봉직의)이 공주 요양호스텔에서 지침 관련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의협신문

가장 힘든 점이 있다면?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자칫 '힘든 점'이 '잘못된 점'으로 비춰져 여기 계신 분들의 노고가 폄훼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숙한 부분도 분명히 있지만, 짧은 시간 안에 이만큼 체계를 갖춘 것에 칭찬하고 싶다. 필요한 물자 역시 비교적 지원이 잘 되고 있다. 숨은 영웅들이 어디에나 있다. 보이지 않게 노력하는 분들이 많이 있다. 우리 사회가 아직 따뜻한 사람들이 있고, 그런 분들이 힘을 합쳐서 일을 해나가는 곳이라고 느낀다.

다른 동료 의사분들께 추천하고 싶은지? 한 말씀 부탁드린다.
▶감히 제가 '추천한다' 이런 얘기할 수 없는 부분이다. 다만, 의협에서 이런 제도를 운영한다는 것을 알고, 어떤 것인지 한 번 읽어봐 달라고 하고 싶다. 개인별로 상황이 다르다. 자기가 하고 싶으면 하는 거다. 감히 추천하거나 비추천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남한테 도움드리는 게 기쁘다. 순수하게 자원봉사자로서,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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