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가들 "의료소송 '1인 감정' 문제...교도소 담장 걷는 격"
법률가들 "의료소송 '1인 감정' 문제...교도소 담장 걷는 격"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20.11.26 18:12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무개시명령 독재 시대 만든 하자있는 법"
의협 의료정책연구소·한국의료법학회 세미나
ⓒ의협신문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와 사단법인 한국의료법학회는 26일 '의료관계법의 제문제' 세미나를 개최했다.ⓒ의협신문

'업무개시명령'으로 대표되는 보건복지부 장관의 의사 및 의료인에 대한 지도권과 명령권이 의료인을 한낱 국가 보건의료 정책 실현을 위한 파트너가 아닌 도구로 전락시키고 있으며 최소한의 민주적인 절차도 갖추지 못해 개정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료법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졌다.

의료계가 올 9월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 증원, 첩약급여화 추진, 원격의료 확대 등 정부의 4대 악 의료정책을 반대하며 단체 행동에 들어가자 정부는 의료법 제59조(지도와 명령)를 근거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겠다고 경고했다. 실제 명령을 위반한 전공의 10명은 고발됐다. 

의료계는 의사들의 단체행동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한 의료법 제59는 '직업의 자유와 인간의 존엄을 침해하고 있어 위헌적 여지가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의료법 제59조(지도와 명령)

①보건복지부장관 또는 시·도지사는 보건의료정책을 위하여 필요하거나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危害)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필요한 지도와 명령을 할 수 있다.

②보건복지부장관,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으로 휴업하거나 폐업하여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으면 그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할 수 있다.

③의료인과 의료기관 개설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제2항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와 사단법인 한국의료법학회는 26일 '의료관계법의 제문제' 세미나를 개최해 형사 처벌과 행정처분을 함께 내리도록 규정한 의료법 제59조의 문제점을 집중 논의했다.

이날 김형선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법제도팀장은 발제를 통해 "군사 독재(유신 정권) 시절에 만든 의료법 제59조(지도와 명령)와 의료법 제30조(의료인 단체의 권한과 의무), 제32조(의료인 단체의 감독)는 퇴출해야 한다"라며 "의료인 단체의 보건의료 정책 참여 보장 규정을 넣은 개정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패널로 나온 김봉철 대법원 사법정책연구위원도 "의료법은 의료인의 행위를 포괄적으로 규제하고 광범위한 처벌을 규정하고 있어 의료인을 보건의료 정책의 동반자가 아닌 보건의료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시켰다"며 법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업무 개시 명령의 구체적인 이유를 법률로 정하고 명령이 내려질 때 국회나 국무회의에 보고하는 등의 절차를 만들어야 한다"라고도 덧붙였다.

김용범 법무법인 오킴스 대표변호사 역시 "의료법 59조는 정부가 명령을 내리면 의료인을 따라야 한다는 인식을 깔고 있는 것"이라며 "한국은 의사나 의료인에 대해 지나친 요구를 줄이고 전문가로의 지위를 존중하는 풍토가 쌓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무상과실치사상에 대해 형사적 처벌이 남발되거나 자격정지, 의료기관 폐쇄 등 이중삼중의 행정처분을 내리는 상황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김용범 변호사는 "한 명의 감정 의사의 판단만을 토대로 의료소송 판결을 결정하는 경우가 잦다"며 "적어도 형사적 의료소송에 대해서는 감정단을 구성해 제대로 된 결정을 내리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재희 의협 법제이사(법무법인 명재)는 "한 명의 감정인에 의존해 내리는 판결 관행으로 의료인은 늘 교도소 담장을 걷는 상황이 된다"며 "업무상과실치상(사)에 따른 의료인에 대한 형사적 처벌은 신중히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행정처분 관행에 대해서도 "행정처분을 내릴 범죄유형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반드시 자격정지 기간을 규정해 의료인의 직업적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