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본인부담금 감면했다고 무조건 '의료법 위반' 아니다"
법원 "본인부담금 감면했다고 무조건 '의료법 위반' 아니다"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0.11.26 06:00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산지법 항소심 "영리 목적 입증 안되면 환자 유인행위로 단정하기 어려워"
ⓒ의협신문
ⓒ의협신문

의료기관이 직원이나 직원 가족에게 복지 차원에서 진료하고 본인부담금을 감면해 주는 행위는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방법원은 지난 12일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유인하고 본인부담금을 할인해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부산 A안과병원 의사와 직원에 대한 항소심에서 각각 벌금 70만원을 선고한 1심 판결을 뒤집고 피고인들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A안과병원 의사(원장)와 직원(행정부장)이 공모, 2014년 7월 21일부터 2019년 5월 23일까지 총 206회에 걸쳐 병원 직원, 가족 및 친인척을 진료하고 총 400여만원의 본인부담금을 할인한 것이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유인한 것이라며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1심 재판부(부산지방법원)는 A안과병원 의사와 직원이 의료법 제27조 제3항을 위반했다며 각각 벌금 70만원에 선고유예를 선고했다.

의료법 제27조 제3항은 '누구든지 국민건강보험법이나 의료급여법에 따른 본인부담금을 면제하거나 할인하는 행위, 금품 등을 제공하거나 불특정 다수인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행위 등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 및 이를 사주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A안과병원 의사와 직원은 항소했다.

2심 재판(부산지방법원)에서 검찰 측은 "환자의 본인부담금을 할인해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유인하는 행위를 했다"며 "의료인이 본인부담금을 임의로 감면해 주는 것을 허용하면, 결국 요양급여비용으로 전가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의료기관이 자의적인 기준에 따라 감면 대상과 범위를 정하게 되면 사실상 의료시장의 근본 질서를 뒤흔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A안과병원 의사와 직원은 "병원 소속 의사·직원·가족·친인척, 진료협력계약을 체결한 협력병원 직원·가족 등에 한해 일정한 감면기준을 적용해 본인부담금을 감면했다"며 "의료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2심 재판부는 "병원 직원 및 가족들에게 본인부담금을 할인해 준 행위가 영리를 목적으로 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부족하고, 급여대상이 아닌 진료비 부분(비급여)은 의료법 제27조 제3항이 규정한 본인부담금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A안과병원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감면대상 범위가 감면 대상이나 실제 감면받은 횟수 등을 고려할 때 의료시장의 근본 질서를 뒤흔들 정도에 이른다고 볼 증거도 없고, 감면 대상에 대한 감면기준 적용이 자의적으로 보이는 측면은 있지만, 그것 역시 의료시장 질서를 뒤흔들 정도는 아니다"고 구체적인 판단 이유를 밝혔다.

2심 재판부는 "본인부담금 감면 행위가 의료법 제27조 제3항이 금지하는 유인행위에 해당하려면, 단순히 본인부담금 감면 행위가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영리를 목적으로 한 것으로 인정돼야 한다"고 봤다.

기망 또는 유혹의 수단으로 환자가 의료인과 치료위임계약을 체결하도록 유도하거나, 환자 유치 과정에서 환자 또는 행위자(일명 브로커)에게 금품이 제공되거나 의료시장의 질서를 근본적으로 해하는 특별한 사정이 인정돼야 의료법이 금지하는 유인행위에 해당한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

이 밖에 현행법(국민건강보험법) 체계는 부정한 비용 징수 절차를 통해 통제하는 것을 예정하고 있을 뿐, 본인부담금 감면 자체를 금지(통제)하는 것으로 해석되지 않고, 의료법 제27조 제3항의 예외사유를 충족하지 않았다고 바로 영리 목적 유인행위로 의제되는 것도 아니라고 봤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여러 의료기관이 직원 및 직원의 가족 등에게 진료 후 본인부담금을 감면하고 있는데, 이번 판결은 의료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기준을 제시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검찰은 2심 재판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어떤 판결을 할지 주목된다.

<관련 법령>

* 의료법 제27조(무면허 의료행위 등 금지)
③누구든지 국민건강보험법이나 의료급여법에 따른 본인부담금을 면제하거나 할인하는 행위, 금품 등을 제공하거나 불특정 다수인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행위 등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 및 이를 사주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는 할 수 있다.
1. 환자의 경제적 사정 등을 이유로 개별적으로 관할 시장·군수·구청장의 사전승인을 받아 환자를 유치하는 행위.
2. 국민건강보험법 제109조에 따른 가입자나 피부양자가 아닌 외국인(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제외한다) 환자를 유치하기 위한 행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