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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면허관리, 처벌보다 자율이다
의사면허관리, 처벌보다 자율이다
  • 박홍준 의협 부회장(서울특별시의사회장)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0.11.18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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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현장 가장 잘 아는 의사들 '전문가평가제' 통해 자율규제
국민 건강 질 높 높이려면 자율적이고 공정한 의사면허관리 필요
박홍준 의협 부회장(서울특별시의사회장)
박홍준 의협 부회장(서울특별시의사회장)

지난주 보건복지부는 의사면허신고 미필자들에게 면허정지에 관한 사전통지를 보냈다. 이후 의협뿐만 아니라 서울특별시의사회는 해당 회원들의 쏟아지는 문의로 홈페이지와 전화가 며칠 동안 마비되는 대소동을 겪었다.

최근 국회에서는 의사면허규제에 관한 법안들이 봇물이 터지듯 하고 있다. 마치 유행처럼 국회의원 너도나도 의료인의 면허를 규제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있다. 

심지어 지난 국회에서 폐기한 법안들을 재활용하기도 한다. 

일례로 금고 이상 형이나 파산선고를 받고 복권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의료인이 될 수 없고, 면허를 취소하겠다고 한다. 의료인의 직업과 무관한 위법 행위에 대해 일률적으로 면허를 취소하는 것은 부당한 이중처벌이며, 선의의 피해자가 속출될 것이 뻔하다. 

모든 의사들을 예비 범죄자 취급하는 법률안을 발의하는 배경에는 의사면허의 질 관리에 대한 불신이 내포되어 있다. 

면허의 질 관리는 지속해서 엄격하게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통해 의사직의 권위와 숭고함을 인정받을 수 있다. 

의사면허가 신성불가침의 영역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대다수의 해외 선진 각국의 경우 의사의 위법행위가 면허의 직무와 상당히 연관되어 있어야만 면허에 대한 처분이 가능하다. 순기능보다 부작용이 더 큰 처벌 위주의 법안보다는 자율적 관리가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우선 자율적 면허관리는 처벌보다 선제적(先制的)인 접근이 가능하다. 의료계는 그동안 몇 건의 비도덕적 의료 행위로 홍역을 앓았다.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에 따른 집단 감염 사태 및 대리 수술 등으로 인해 전체 의사들이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비도덕적 진료 행태는 의료계 내부로부터의 선제 대응이 가장 효과적이다. 자율관리를 통해 비도덕적 의료행위를 예방하고, 조기에 적발함으로써 국민 건강의 질을 한층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자율관리는 전문직역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정부의 일률적인 규제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의사의 자존감 회복과 진료의 자율성 확보가 가능하다. 

현재 다양한 분야의 전문직업군이 스스로 윤리강령을 세워 사회적 책무와 자율규제를 강조하고 있다. 의사면허제도 역시 자율규제라는 큰 흐름 속에서 의학전문직업성을 유지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이다. 

보건복지부 공무원 몇 명이 13만 의사들의 면허관리, 더 나아가 100만명에 달하는 보건의료인의 면허를 관리하는 허울뿐인 현 제도를 더는 관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면허관리와 자율규제를 실천함으로써 전문직업인으로서 정체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신뢰를 높일 수 있다. [사진=pixabay]
면허관리와 자율규제를 실천함으로써 전문직업인으로서 정체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신뢰를 높일 수 있다. [사진=pixabay]

대한의사협회는 수년에 걸쳐 의사면허관리원을 준비해 왔으며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전문가평가제는 소수 의사의 잘못된 진료 행태를 모니터링하고 평가하여 환자와 대다수 선량한 의사들을 보호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의료계가 자체적으로 불법 의료행위나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조기에 발견하여 해결하는 것은 자율적 면허관리의 첫걸음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현행법에 명시된 면허관리와 자율규제를 실천하여 전문직업인의 정체성을 확보하고, 의료행위 수행 적정성에 대한 심의를 통해 협회의 전문성·자율성·객관성을 강화시키며, 자율권을 위임받아 필요한 실질적 조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유기적 민관협동체계를 구축하고자 함이다. 또한, 동 사업을 통해 드러난 문제점을 분석하고 보완점을 개발하여 필요한 법 개정을 추진하고, 전문직업인의 자율통제 기능에 대한 신뢰를 제고하여 점진적으로 자율권 영역을 확대하고자 한다." 

서울특별시의사회는 우리나라 자율면허관리의 초석을 놓고자 2019년부터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제도의 효율성을 확인했으며, 그 결과를 <서울시의사회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 운영 백서>에 수록했다.

백서에는 지역의료의 현장을 잘 아는 의사들이 상호 모니터링과 평가를 통해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척결하는 동시에 자율적인 면허관리가 필연적이라는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했다.

의협은 자율규제를 강화해 대다수의 선량한 의사를 보호하고,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의사상을 만들어야 하며, 궁극적으로 독립적인 면허관리를 해야 한다. 

자율성과 공정성을 담보한 의사면허관리는 앞으로 우리들이 함께 만들어가야 할 건강한 대한민국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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