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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④] '실손보험 청구 대행법' 위헌적 요소 다분

[기획④] '실손보험 청구 대행법' 위헌적 요소 다분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0.11.14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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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의협신문

실손보험 청구대행 관련 법안이 대거 발의되고 있는 가운데, 법조계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위헌적 소지가 있고, 다른 법령과의 충돌이 예상된다며 부정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

또 보험업법에 따라 중계기관의 요청만으로 환자에 대한 민감정보를 환자 동의 없이 전송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과도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쟁점 1. 보험업법 개정안 의료법과 정면 충돌
보험연구원은 지난 8월 발표한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방안' 보고서를 통해 "현행 의료법상으로도 환자가 요청하면 요양기관은 환자의 진료기록 사본을 환자가 '지정'하는 곳으로 즉시 전송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환자의 증빙서류 전자 전송 요청이 요양기관에 완전히 새로운 법적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보고서는 "현재의 전통적 체계를 유지하면서 단지, 각 보험회사와 요양기관 간의 전산망 연결, 보험중계센터의 설립 및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전산망 활용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면 현실화 가능하고, 이해당사자 모두의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법조계는 요양기관이 자료를 전송하도록 강제하는 조항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의료법 제21조 제2항은 '의료인, 의료기관의 장, 의료기관 종사자는 환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환자에 관한 기록을 열람하게 하거나 그 사본을 내주는 등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게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해 원칙적으로 환자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의 기록 열람권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의료법 제21조 제3항은 예외적으로 제한된 범위에서의 환자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의 기록 열람권을 인정하고 있는데, 보건복지부는 '수사기관의 진료기록 사본 교부 신청에 관해 의료법이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면 응할 의무가 없다'고 해 다른 사람의 기록 열람권에 관해 '예시적'이 아니라 '한정적'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정혜승 변호사(법무법인 반우)는 "예외적 조항은 환자가 헌법상 자기 결정권 및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에 따라 자신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임과 동시에 민감정보인 건강정보를 환자가 아닌 자가 함부로 열람할 수 없도록 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또 "일반적으로 요양기관과 환자가 체결하는 계약은 '치료위임계약'에 불과하고, 이 계약상 의무 중 환자가 지정하는 제3자에게 반드시 정보를 전송하도록 하는 의무까지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특히 "보험업법 등에서 요양기관에 정보 전송 의무를 부여한다면, 요양기관과 환자 간 체결한 치료위임계약의 범위를 넘는 의무를 법률이 부과하는 것이며, 요양기관이 원치 않음에도 정보의 전송이라는 추가 의무 부담을 계약 내용에 포함하는 것이 되어 '사적자치 원칙'에도 반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조진석 변호사(법무법인 세승)는 "보험사로 진료기록을 송부하는 것과 관련해 현행 의료법에는 환자의 요청에 따라 보험사에 보낼 수 있다는 명시적 규정이 존재하지 않고, 실손보험과 유사한 사안인 산재보험이나 자동차보험의 경우 의료법에 따로 규정이 되어 보험사 등 보험자의 기록 열람권이 부여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건복지부도 관련 의료법 조항이 제한적 규정이라고 해석하는 점을 고려할 때 설령 보험업법이 개정되더라도 의료법이 개정되지 않는다면 요양기관이 실손보험사에 환자에 관한 진료기록을 제공할 법적 근거는 부족하다"라고 분명히 했다.

조 변호사는 "법인인 실손보험사에 대리권을 위임해 기록열람을 하는 것은 의료법과 충돌하는 것으로, 의료법 제21조 제3항 제2호를 근거로 요양기관이 실손보험사로 환자에 관한 기록을 송부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쟁점 2. 요양기관에 기록 제공 의무…비례의 원칙 위반·평등권 침해
우리나라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때에만 법률로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때는 반드시 비례의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조진석 변호사는 "요양기관에 실손보험사에 대한 기록 제공 의무를 부여하는 것은 요양기관 또는 의료인의 일반적 행동 자유권을 제한하는 것으로 비례의 원칙에서 벗어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에도 쉽게 환자 또는 그 대리인이 진료기록에 접근할 수 있고, 보험계약자들이 각종 정보통신기술을 통해 쉽게 실손보험 청구 등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구태여 실손보험사에 기록 열람권을 따로 부여할 필요성이 낮다"고 덧붙였다.

조 변호사는 "요양기관에 대한 기록 제공 의무 부여가 보험계약자의 편의 증진이라는 목적에 맞는 수단인지 의문이어서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특히 "교통사고 기록, 범죄 기록 등 다른 보험사고 관련 기록 제공 의무는 특별히 의무사항으로 규정돼 있지 않음에도 유독 요양기관에만 기록 제공 의무를 부여하는 것은 기록 보유기관을 차등해 대우할 합리적 근거가 없다는 점에서 헌법상의 기본권인 평등권 침해에 해당할 소지가 크다"라고 강조했다.

쟁점 3. 환자 민감정보 제공 엄격히 금지…개인정보보호법과 배치
이 밖에 보험업법 개정안은 의료법은 물론 개인정보보호법과도 충돌되는 내용이 있음에도 국회 등에서는 이런 부분에 대한 논의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혜승 변호사는 "환자에 대한 진료 정보는 매우 민감한 정보이기 때문에 환자 외의 자에게 제공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고, 환자 외의 자는 반드시 위임장과 환자의 동의서를 갖춰 제공 요청을 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보험업법만 개정하는 것으로는 요양기관이 직접 제3의 기관에 진료기록을 송부할 수 없다는 것.

정 변호사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민감정보는 처리가 제한되고, 반드시 정보 주체의 동의를 별도로 얻어야 하는데, 보험업법 개정안은 중계기관의 요청만으로 환자에 대한 민감정보를 동의 없이 전송할 수 있도록 해 개인정보보호법과도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조 변호사도 "상호 충돌되는 법 규정이 그대로 효력을 발휘할 경우 수범자인 국민 내지 요양기관의 입장에서는 상당한 불안정성 및 법적 위험성에 노출될 수밖에 없어 법적 안정성의 측면에서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를 했다.

기타 쟁점 1. 공보험의 시스템을 사기업의 이익을 위해 사용한다?
국민건강보험의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환자도 보험계약 관계가 있고, 건강보험공단과 요양기관도 요양기관으로 지정되는 등 법률상 계약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요양기관에 일정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가능하다.

국민건강보험법상 심사평가원의 설립 근거는 요양급여비용을 심사하고 요양급여의 적정성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고(법 제62조), 업무도 오로지 요양급여와 보험급여비용에 대한 것으로 한정되어 있다.(법 제63조).

그런데, 국민건강보험법상 일을 하는 공적 기관인 심사평가원이 사보험이 해야 할 일을 대신하는 것은 국민건강보험법의 입법 목적에서 어긋나게 된다.

정 변호사는 "국민건강보험법상 보험급여란 사보험이 아닌 국민건강보험을 의미한다"며 "적정한 비용으로 진료받을 권리인 국민의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설립된 심사평가원을 사기업의 비용 절감 및 소비자의 권리를 위해 활용하는 것은 입법 목적에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계기관 업무를 심사평가원이 담당하도록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타 쟁점 2. 비용 부담의 문제(공정성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건가?
심사평가원이 심사업무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르면 위탁 업무에 관한 비용(수수료)을 위탁자가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실손보험사가 지급하는 비용을 받고 심사업무를 하는 심사평가원이 과연 객관적이고 공정한 심사 업무를 할 수 있을지 의문.

조 변호사는 "국민건강보험법상 심사평가원이 심사·평가 및 적정성 평가를 했는데, 실손보험에서 다시 심사하겠다는 것은 불필요한 절차의 반복 내지 양 절차 간의 충돌을 일으킬 수 있어 무익 유해한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 가입자가 모든 치료에 대해 실손보험 지급을 청구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는데, 이에 대한 고려도 보험업법 개정안에는 담겨 있지 않은 것도 문제다.

정 변호사는 "보험가입자는 어떤 경우 자신의 치료 여부를 보험사에 노출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는데, 환자가 보험금 수령을 원하는지 여부에 대한 요건이 보험업법 개정안에는 담겨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실손보험의 가입이나 청구는 어디까지나 소비자인 각 개인의 의사와 결정에 따르는 일"이라며 "중계기관을 통해 일괄 업무 처리하면 소비자의 의사가 오히려 무시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복잡하고 다양한 보험의 계약 내용을 중계기관이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라며 "결국 보험사의 요구대로 중계기관을 통해 환자들의 내밀한 진료 정보가 보험사에 자유롭게 넘어가게 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우려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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