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③] 의료계 '실손보험 청구 대행법' 반대하는 7가지 이유
[기획③] 의료계 '실손보험 청구 대행법' 반대하는 7가지 이유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0.11.11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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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실손보험사가 손해 볼 일을 추진할까?"
"환자-의사 불신 조장...보험분쟁 구조 의료계 전가"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의협신문

"보험업법 개정을 통해, 실손보험 청구를 간소화한다". 겉으로 보기에 좋아 보이기만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 그런데 의사들이 한 목소리로 해당 법안을 반대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20대 국회에서 처음 보험업법이 발의됐을 때부터 의료계는 해당 법안이 '실손보험금 지급 거절법'이라며 실손보험사의 숨은 의도를 파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21대 국회에서도 의료기관이 실손보험 청구를 대행하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이 여야에서 발의됐고, 의료계는 해당 법안이 "국민과 의료인을 기만하는 악법"이라며 잇달아 반대 성명을 내놨다.

의료계 단체들의 반대 성명 등을 분석해봤을 때, 의사들의 '보험업법 개정' 반대 이유는 크게 7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다.

첫 번째, 의료계는 의료기관이 실손보험 청구를 대행하는 것 자체에 대한 부당성을 짚는다.

민간보험은 보험계약자가 민간보험사와 사적인 가입·계약에 의해 성립되는 것으로, 의료기관은 민간보험에 대한 구속이나 법률적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10월 30일)는 "보험 가입자 편의성을 핑계로 계약 당사자도 아닌 의료기관에 청구 작업을 떠넘기는 부당한 행위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두 번째로, 의료기관의 청구 대행은 결국, 불필요한 행정 규제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방적인 의무를 규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의료기관은 기본적으로 의료를 행하는 곳이다. 특히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행정인력을 따로 두지 않는 곳이 많다. 이에, 행정업무를 일방적으로, 그것도 규제를 통해 신설하는 것은 현실과 괴리된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한개원의협의회(9월 28일)는 "의원급 의료기관은 1인 원장에 1인 직원인 곳이 많다. 현재의 진료 외의 행정 서류도 한계를 넘어서는 정도"라며 추가적인 행정부담을 지워선 안 된다고 호소했다.

세 번째로, 의료계는 보험사가 축적된 가입자의 진료 정보를 통해 향후 보험금 지급 또는 재갱신을 거절하는 수단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진단하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보험업법 일명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을 '실손보험 청구 거절법'이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해당 법안을 수익 보전을 주목적으로 하는 실손보험사가 원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 봐야 한다고 꼬집는다. 쉽게 말해, 실손보험사가 손해 볼 일을 하겠냐는 것이다.

서울특별시의사회(10월 30일)는 "보험청구 간소화라는 미끼로 오직 민간보험사의 이익만을 도모하는 법안들에 대해 강력히 반대한다"면서 "사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입법의 권한을 오용하는 일부 국회의원들의 행동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울산광역시의사회(11월 3일) 역시 "민간보험사는 향후 보험금 지급 최소화 및 가입거부 등으로 손해율을 줄일 수 있다. 이를 통해 결국 많은 이익을 취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실손보험사가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히고 있는 것 자체가 동 법안을 통해 손해율을 낮추려는 숨은 의도가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는 의견이다.

(이미지=pixabay) ⓒ의협신문
(이미지=pixabay) ⓒ의협신문

네 번째, 의료인들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에서 비급여와 실손의료보험 청구 정보 등을 집적했을 경우, 이를 토대로 건강보험 청구 비용 심사 시 다시 활용하는 '이중 점검' 근거로 악용할 우려가 있다고 본다.

이러한 판단은 앞서 자동차보험 심사업무를 심평원으로 위탁한 결과를 바탕으로 한다. 의료계는 심평원이 건강보험과 자동차보험 진료 심사 정보를 연계해 '이중 점검'을 실시하고 있어, 현재도 많은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전라남도의사회(10월 29일)는 "자동차보험에 이어 실손보험사 업무에까지 공기관을 동원하도록 한 법안은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것이자, 공익의 이익을 저해하는 불합리한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다섯 번째, 의료계는 심평원이 공적 기관인 점도 해당 법안의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건강보험료로 운영되는 국가 운영기관에서 민간보험사가 운영하는 실손의료보험 청구과정에 개입하는 것은 심평원 기본 설립 목적과 역할을 벗어났다는 것.

강원도의사회(10월 28일)는 "국민건강보험법에 근거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역할은 공보험 심사를 위한 것이지 민간보험사의 편의를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을 사기업 이익을 위해 전용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섯 번째, 환자의 진료기록이 상당히 민감하고, 예민한 개인정보라는 점도 문제로 꼽는다.

현재는 환자가 본인의 진료 정보를 의료기관에서 직접 수령 후 보험사에 제출하고 있다. 의료계는 이러한 '번거로움'이 오히려 환자 개인정보를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라고 말한다.

경상북도의사회(11월 3일)는 "개인정보 보호법이 강화돼 주민등록번호 등도 노출할 수 없는 마당에 그보다 더 민감한 개인 진료기록을 제삼자에게 무조건 제공하게 만드는 법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다시 말해 개정안과 같이 환자 본인을 거치지 않고, 관련 서류가 전송된다면 스스로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정보가 유출될 우려가 높다는 것.

시민사회단체 역시 앞서 2019년 "보험가입자 편의성을 핑계로 보험업계의 숙원사업을 해결하려는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은 폐기해야 한다"며 "의료기관에 강제하는 보험금 청구 전송 관련 자료는 진료내용 등이 포함돼 개인의 건강정보 유출 우려가 있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마지막으로, 의료인들이 무엇보다 가장 큰 우려를 표명한 부분은 의사와 환자 간의 불신 조장 가능성이다.

의료기관이 보험사에 전송하도록 한 뒤, 의료계의 우려처럼 보험사가 의료정보에 대한 데이터 수집을 통해 환자의 보험 가입이나 갱신, 지급 거부 등에 근거로 활용할 경우, 환자는 최초에 자신의 정보를 제공한 의료기관을 비난하게 될 것이란 것.

대한정형외과의사회(11월 4일)는 "보험사-개인 간 계약에서 보험사는 어떻게든 지급을 줄이려고 여러 핑계를 대면서 환자와 갈등을 촉발했는데, 청구대행 업무가 의료기관으로 넘어가면, 그 갈등 관계가 환자-의료인간으로 전이될 것"이라며 "보험사가 보험 지급을 안 하면 환자는 의료기관에 불만을 토할 것이고, 의료기관은 당사자도 아니면서 환자에게 불신과 원망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는 "해당 법안이 국민에게 진정 유리한 법안인지에 대한 근본적 해결 없이 통과 여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의료계의 우려와 반대에도 불구, 민간보험사의 이익만을 대변하고 국민과 의료인을 기만하는 보험업법 개악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는 불상사가 발생한다면, 의료계는 총력을 모아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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