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수련환경 등 이슈 투쟁에 묻혀 아쉬워…"
"1만6천 전공의 짝사랑하는 마음으로, 쉼 없이 달렸다"
최초의 여자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이자 이번 전공의 파업을 시작해 주목받았던 박지현 대전협 전 회장이 최근 임기를 마쳤다.
박지현 전 회장은 "회장직에서 내려와 홀가분하다"면서도 "이번 투쟁으로 최근까지 진행했던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관련 법안 발의나 정부와의 연차별 수련 교육과정 개선 등 이슈를 마무리 하지 못해 아쉽다"고 퇴임 직후 1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밝혔다.
"1년간 1만 6000명의 전공의를 짝사랑하는 마음으로 임했다. 365일 중 365일 모두를 대전협에 쏟았다"라고도 덧붙였다.
집단행동 시작 전까지는 '꼼수'로 악용되는 '4주간 평균 80시간 준수' 규정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박지현 전 회장은 "4주 평균 80시간 근무가 가능하도록 한 규정 탓에 개인 휴가를 다녀오면 다음 날 당직 '몰빵'을 서야 했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고자 규정 개정을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국가가 전공의를 지원'할 수 있다''고 규정한 전공의법 3조도 '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으로 바꾸기 위해 뛰었다"라고도 덧붙였다.
'임신 전공의 역차별 문제'의 해결책으로 연차별 수련 과정 마련의 중요성도 짚었다.
박지현 전 회장은 "임신전공의 차별 문제를 해결하려면 연차별 수련 과정으로 수련평가 과정을 개선해야 한다. 임신으로 인한 휴가를 가면 수련 시간이 부족해 낮은 점수를 받아야 하는 상황은 전공의 수련을 시간으로만 평가하기 때문으로 연차별 수련 과정을 마련해 양이 아닌 질 평가로 나아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투쟁의 의의는 역시 내·외적 '관심도'다. 국민이 이제 '전공의' 존재 알게 됐다"
투쟁과 관련, 마무리가 아쉽다는 평가에 대해 동의했지만, 전공의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커졌고 변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은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박지현 전 회장은 "투쟁 과정과 총회 개최 과정에 비판도 있었지만, 전공의가 현안에 관심을 가진 것 자체는 좋은 일이다"라며 "이전까지 의료계에서만 이슈가 됐던 일들이 정치면, 사회면을 장식하게 돼 국민이 '전공의'의 존재를 알게 됐다. 의료현안에 내·외부적인 관심도가 상승한 것은 긍정적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이전 파업을 겪었던 선배들은 '지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고 느꼈다. (투쟁의) 끝이 찝찝했지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9·4 의-정 합의 및 파업 중단 결정 과정에 대해 "마무리가 아쉬웠지만 일단 합의된 상황에서 버텨낸다는 것은 목표 없이 떼쓰는 것밖에 안 된다고 생각해 집단행동을 중단했다"라며 "인터넷 등에서 각종 음해나 루머가 많았지만 할 일을 묵묵히 하자고 생각했다. (음해나 루머에) 휘둘린 분도 있는 것 같았다. 이게 흐름이라면 박지현 집행부가 이끄는 투쟁은 끝난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결국엔 회장이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 알아야"
차기 대전협 집행부에는 "집행부마다의 색깔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며 "관습을 따르지 않고, 전공의만의, 우리만의 방식으로 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엔 회장이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라며 "집행부가 결정한 일이라도 회장의 판단에 따라 뒤집을 수 있어야 한다"라고도 덧붙였다.
끝으로 "무엇인가를 바꿔나갈 수 있다는 의지를 갖고 작은 성과를 얻었을 때, 성취감을 맛봤다. 이런 경험이 원동력이 됐다"며 "전공의들이 있었기에, 열정을 쏟을 수 있었고, 울고 웃고 했다. 제 인생에서 후회 없을 1년이었다. 그것이 남긴 역사적 발전이 있을 것이다. 앞으로 대전협의 행보는 전공의분들께 달렸다. 지금의 관심과 열정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