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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고 임세원 교수 의사자 인정 거부 처분 취소"
법원, "고 임세원 교수 의사자 인정 거부 처분 취소"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0.09.10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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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측이 제기한 '보건복지부 의사자 인정 거부 처분 취소' 소송서 '원고승' 선고
ⓒ의협신문
ⓒ의협신문

진료하던 중 환자가 휘두른 칼에 목숨을 잃은 고 임세원 교수(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를 '의사자'로 인정해 달라며 유족 측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결과 승소했다.

서울행정법원은 10일 오후 2시 고 임세원 교수 유족이 제기한 '의사자 인정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의사자 인정 거부처분을 취소한다"고 선고했다.

유족 측은 고 임세원 교수가 간호사를 대피시키다 사망한 것이므로 의사자 요건을 충분히 갖췄다며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임세원 교수는 2018년 12월 31일 자신이 치료하던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유명을 달리했다.

고인은 진료실에서 환자가 칼을 휘두르며 위협하자 간호사와 환자들에게 "도망치라" "빨리 피해"라며 위험을 알리고, 간호사들이 안전한지 확인하다 뒤따라온 환자에게 변을 당했다.

보건복지부는 2019년 6월 의사상자심의위원회를 열고 고 임세원 교수를 의사자로 인정할지에 대해 심의를 했으나, 인정 요건에 해당하는 '직접적·적극적 구조 행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불인정했다.

의사자란 직무 외의 행위로 구조행위를 하다가 사망한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구조행위는 자신의 생명 또는 신체상의 위험을 무릅쓰고 급박한 위해에 처한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직접적·적극적 행위를 의미한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도 고 임세원 교수를 의사자로 인정해달라며 보건복지부에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신경정신의학회는 탄원서를 통해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동료의 안전을 먼저 생각하고 행동한 고인의 숭고한 뜻이 의사자 지정을 통해 기억되고 함께 지속해서 추모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 임세원 교수는 생명을 지키는 의료인으로서의 책임감과 그에 따른 의로운 행동은 비극적 상황에서도 많은 동료 의료인, 예비 의료인, 그리고 국민의 마음에 슬픔을 넘어 희망과 신뢰의 메시지를 남겼다"고 강조했다.

특히 "마지막 찰나의 순간까지 바르게 살기 위해 애쓴 고인을 우리가 의사자로 기억하고 오래오래 추모할 수 있도록, 그리고 이를 통해 유가족분들의 고통과 아픔을 사회가 위로할 소중한 기회를 마련해 달라"고 의사상자심의위원회에 호소했다.

대한의사협회도 고 임세원 교수 의사자 불인정 소식이 알려지자 "지나치게 보수적이며 기계적인 판단"이라며 유감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의협은 "고 임세원 교수는 칼을 휘두르는 조현병 환자를 피해 안전한 공간으로 몸을 숨기거나 황급히 도망치지 않고, 간호사와 주변 사람들이 해를 입지 않도록 진료실 밖으로 나가 위험을 알리다가 참혹한 일을 당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타인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놓은 숭고한 행위에 느끼는 바가 없는 비인간적 행정 방식에 크게 실망한다"고 지적했다.

백종우 교수(경희의대 정신과)는 이번 판결과 관련 "그동안 관심을 가져준 분들과 탄원서를 내는데 함께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하며, 합리적인 판단을 해준 법원에도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 임세원 교수는 본인의 생명이 위협받는 순간에도 생명을 구하고자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사회가 안타까운 죽음에 함께 애도하고 기억함으로써 보다 안전하고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함께 살수 있는 사회가 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기뻐할 유족분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벅차다"는 말도 전했다.

유족 측 변호를 맡은 김민후 변호사(법무법인 원)는 "당시 고 임세원 교수는 탈출할 수 있는 비상대피로가 바로 왼쪽에 있었고, 탈출한 후 문을 잠가버리면 살 수 있었지만, CCTV를 보면 간호사가 있는 스테이션으로 일부러 달려가서 손짓하는 장면도 나오고, 다른 사람을 대피시키는 등 더 위험한 경로를 선택한 것을 재판부가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고 임세원 교수가 다른 사람에게 단순히 도망가라고 한 것이 아니라 직접적·적극적으로 의로운 행위를 했고, 본인의 의지로 희생한 것이 충분히 드러난 것을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보건복지부는 고 임세원 교수가 스스로의 위해를 구하기 위해 구조요청을 한 것이고, 사회 통념상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상호협력상 수준의 행위를 했다며 의사자 인정 거부처분이 정당하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보건복지부가 사실을 왜곡한 주장을 한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한편, 1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면, 행정소송법 제30조 제2항에 따라 처분을 내린 행정청은 판결 취지에 맞게 다시 처분을 해야 한다.

김 변호사는 "판결 내용을 보건복지부가 제대로 이해 한다면, 당연히 의사자로 인정하라는 취지이기 때문에 의사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롭게 나올 논리가 없는 가운데, 1심에서 판사 3명이 판단한 부분이 2심에서 뒤집어질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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