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3-28 17:57 (목)
'코로나 속 때 이른 축포' 政, 백기투항 자초한 결정적 3장면
'코로나 속 때 이른 축포' 政, 백기투항 자초한 결정적 3장면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20.09.06 15:03
  • 댓글 2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료계 반발 뻔한데, 정부여당 '의사정원 확대' 밀어붙여 논란 자초
반감만 자극한 복지부의 '입'...미복귀 전공의 고발 강행 결정적 '악수'
ⓒ의협신문
ⓒ의협신문

대한의사협회와 정부여당이 정책의 '원점 재논의'에 합의하면서, 의료계 집단행동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던 의대정원 증원과 공공의대 신설 계획은 일단 백지로 돌아갔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국민을 지키기 위한 대승적 결단이었다고는 하나, 결과적으로 정책적 성과없이 갈등만 일으킨 꼴이라 '정부가 설익은 정책 추진으로 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정책 발표부터 '원점 재논의'에 이르기까지 결과적으로 정부의 '패착'이 된 몇가지 결정적인 장면이 있다. 각 사건들은 의사들의 분노를 자극하는 기폭제가 됐고, 결과적으로 의료계 투쟁 대오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① 당정, 의대정원 증원발표 강행...'때 이른 축포'

ⓒ의협신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7월 23일 의대정원 증원과 공공의료신설을 골자로 하는 '의사인력 확대방안' 발표했다. ⓒ의협신문 김선경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7월 23일 의과대학 정원 증원 및 공공의료신설을 골자로 하는 '의사인력 확대방안'의 발표를 강행한다. 

의료계의 강력한 반발이 뻔히 예견되는 상황이었지만, 4.15 총선 압승과 당시까지만 해도 성공적으로 평가받던 K-방역(한국형 코로나19 대응)으로 자신감을 얻은 결과다. 

코로나19 사태로 공공의료인력 확대의 명분을 얻은 정부는 이를 기회로 삼아 의사인력 확대라는 숙원사업을 해결하고자 했다. 총선 승리로 176석을 확보한 여당은 든든한 뒷배이지 동료였다. 

그러나 지금와 돌아보자면 '때 이른 축포'였다. 

당시 이미 의료계는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강행 움직임과 일방적인 '원격진료(비대면진료)' 허용 등, 연이은 정부의 독단적 의사결정을 바라보며 부글대던 터다.

여기에 더해진 정부여당의 의사인력 확대 움직임은 그야말로 끓는 물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결국 이를 도화선으로 전공의 집단휴진과 개원가 파업 등 의료계 집단행동이 가시화되기 시작한다. 

② 의료계 공분 끓어올린 보건복지부의 '입'

ⓒ의협신문

의료계 대화상대였던 보건복지부 관료들의 '부적절한 발언'들도 사태를 악화시키는데 한 몫했다. 대표적인 것이 "의사는 공공재", "참을 인(忍)자 세번을 쓰고 나왔다"는 얘기다.

정부 내 보건의료정책 사령관인 김헌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1차 전공의 총파업 직후인 8월 1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의사는 그 어떤 직역보다 공공재라고 생각한다"고 발언, 의료계의 공분을 샀다.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강하다"는 말과 함께였다. 

의료의 공적인 성격을 강조하고자 한 말이었다지만, 정부가 공공의사(지역의사) 양성을 일방 추진하면서 의-정 갈등이 빚어지고 있던 상황이라 그 해석을 놓고 큰 논란이 일었다.

적지 않은 의사들은 이를 '의사는 정부와의 대화상대나 정책 파트너가 아닌 공공적인 재화이고, 필요하면 더 찍어내면 된다'는 정부의 왜곡된 시각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보고, 분노했다.

같은 달 18일에는 손영래 보건복지부 대변인이 대한전공의협의회와의 첫 공식협의에서 전공의 대표자들에 "참을 인(忍)자 세번을 쓰고 나왔다"거나 "코로나19가 얼마나 심각한지 전공의들이 잘 모르는 것 같다"는 등 고압적인 자세로 훈계조의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분을 샀다.
 
정부 관료들의 이런 발언은, 정책 추진을 둘러싼 논리대결을 넘어 의-정간 감정의 골마저 깊어지게 했다. 

③ 전공의 고발 강행...교수들 진료중단·사직선언으로 번져 

ⓒ의협신문
보건복지부는 8월 28일 업무개시명령 미이행 혐의로 수도권 전공의와 전임의 10명을 경찰에 고발하는 초강수를 뒀다. (사진제공=보건복지부)

정부가 8월 28일 단행한 응급실 미복귀 전공의 등 10명에 대한 고발조치도, 사태를 꼬이게 만든 또 다른 변곡점이 됐다.

앞서 정부는 8월 26일을 08시를 기해 수도권 휴진 전공의·전임의를 대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발부하고, 당일 전격적인 수련병원 현장조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이탈자(휴진자) 명단을 파악한 정부는 358명의 전공의 등에 대해 개별적으로 복귀를 명하고, 다음날 개별명령에도 불구 미복귀한 인원들을 파악한 뒤 이들 중 10명을 의료법에 따른 업무개시명령 미이행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이 선택으로, 사태는 또 다른 국면을 맞는다. 

투쟁의 전면에 섰던 후배 의사들의 피해가 현실화되자, 당초 파업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여왔던 의대 교수 등 병원계까지 진료중단과 사직서 제출을 연이어 결의하며 본격적으로 전장에 뛰어들었다.

사태가 진정되기는커녕 확전된 양상이었다. 

이후 들불처럼 번진 의료계 집단행동 움직임에 정부와 여당은 9월 4일 결국 백기를 들었다. 집단행동의 직접적인 기폭제가 됐던 의대정원 증원 정책은 정부여당의 공식 발표 44일만에 백지로 돌아갔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