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쟁의'도 진행한 의협 노조, 의사 파업 '지지'
"시민단체에 묻는다. 의사증원·첩약급여화, 진정 필요한가?"
의사가 아닌 의료계 관계자. 대한의사협회 행정직원들로 구성된 의협 노동조합에서 최근 의료계 파업까지 이어지고 있는 '의사증원, 첩약급여화, 원격의료' 이슈에 목소리를 냈다.
대한의사협회 노동조합은 제2차 전국의사 총파업이 시작된 26일 '의사협회 노동조합이 시민사회 단체에 묻는다'는 제목의 의견문을 냈다. 시민단체에 대한 질의형식으로 구성됐지만, 의사 총파업 추진 논리와 맥을 같이하는, 지지 성명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이들은 의료계에 몸담고 있지만, '일반 국민' 신분이다. 특히 수년간 임금이 동결되면서 의협을 상대로 한 노동쟁의까지 진행했다는 점에서 이번 입장문은 더욱 주목된다.
의협 노조는 최근 시민사회 및 환자단체(이하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한 의사 총파업 비난 성명과 관련 "의료계가 제기한 문제에 대해 진지한 검토를 요청한다"고 전했다. 특히, 정책에 대한 논의가 아닌 국민들의 공포심을 유발하는 성명은 문제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시민단체들을 대상으로 ▲대폭적인 건강보험료 인상을 동반하는 의사 수 증원 정책을 추진해야 할 정도로 의료접근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는지? ▲코로나19로 추가 건강보험료 인상이 어려운 현시점에서, 한약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시급히 추진해야할 과제라고 생각하는지? ▲원격진료는 의료계와 시민사회가 의기투합해 반대해 왔는데, 이제 와서 생각이 바뀐 것인지? 등 크게 세 가지 물음을 던졌다.
의협 노조는 의협이 4대악 의료정책으로 명명한 정책 중 의사 증원 정책, 첩약급여화 시범사업, 원격진료 추진 등에 대한 의견을 물음과 동시에 각 정책에 대한 비판의견을 덧붙였다.
먼저 의사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신설 정책과 관련 "추후 발생할 사회적 비용 대비 실제 국민들이 얻을 수 있는 혜택에 대해 심히 의문을 갖고 있다"며 "교통·통신의 발달로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으로 묶여있는 우리나라에서 대폭적인 건강보험료 인상을 동반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할 정도로 의료접근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는지"에 대해 반문했다.
한약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과 관련해서도 "그간 국민 건강과 건보재정을 위해 그 누구보다 안전성과 유효성, 그리고 비용 효과성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주장해 왔던 것이 바로 시민사회들이었다"면서 "그런데 이상하리만큼 금번 '한약 첩약' 논의 과정에서는 시범사업을 통해 급여화 적정성을 검토해보자는 정부의 주장에 대해 시민사회들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원격진료 확대 정책에 대해서는 "의료계와 시민사회는 지난 2014년 박근혜 정부의 원격의료 도입 추진 시 안전성과 유효성 문제뿐 아니라 의료비 인상, 개인정보 유출 등에 반대의 뜻을 함께하며 정책을 철회시킨 바 있다"면서 "국민 건강의 문제는 정권에 따라 바뀔 수 없는 문제로 시민사회 역시 향후 비대면 진료 확대 시도에 대해 반대 의사를 명확히 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논란이 된 보건복지부 '의사는 공공재' 발언과 관련해서도 "의료는 학문적으로 일부 공공재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을지 모르나,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결코 공공재가 아니다"라며 "의사가 공공재라면, 대표단체인 의사협회 직원은 공무원 혹은 공공기관 직원에 준하는 대우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그저 수년간 임금이 동결되고 노동쟁의가 발생한 사업장의 일개 노동자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의협 노조는 "이번 의사 집단행동의 원인은 우리나라 보건의료 영역을 정부가 규제 일변도의 정책으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회적 갈등이 본질"이라면서 "국민 건강권 수호라는 의료계와 시민사회, 그리고 우리들의 최종 지향점은 같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현재의 갈등 상황이 봉합돼 의사들이 의료현장으로 복귀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시민단체에 "적대적이고 편향된 인식을 거두고, 상호 동반자적 입장에서 의료계가 제기한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해 달라"면서 "의사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이유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전달 없이 국민들의 공포심을 유발해 의료계가 제기한 문제의 본질을 가리는 행위는 지양해 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