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5-21 16:39 (화)
한의사가 진단하고 처방한 첩약이 쌍화차보다 효과가 있을까?

한의사가 진단하고 처방한 첩약이 쌍화차보다 효과가 있을까?

  • 강석하 과학중심의학연구원장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0.08.17 20:21
  • 댓글 19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약이나 한방차, 효과 다를 게 없는 이유는…플라시보 효과 때문

현대의학에서 다 같은 한 가지 질환이라고 여기는 환자들에 대해 한의학에서는 환자의 체질과 증상에 맞춰 세분화하고 개인에 맞춰 방을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같은 질환을 가진 환자들에게도 처방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한의대 6년 졸업해서 개원한 한의사들이 운영하는 한의원마다 종합병원을 방불케 하는 온갖 질환을 치료한다고 주장한다. 거기에 더해서 개인 맞춤형 진단과 처방까지 할 수 있다니 실로 놀라운 일이다. 최근에는 한의대와 의대 교육의 상당 부분이 유사하다고 주장하는데, 의대 졸업생들이 한 분야의 전문의가 되기 위해 4∼5년을 더 노력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한의학은 정말 대단한 학문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개인 맞춤형 처방이 한의학의 고유한 장점은 아니다. 아유르베다·동종요법·서양의 약초사 등 여러가지 전통의학과 대체의학에서도 똑같은 주장을 한다. 몸 전체를 보고 조화와 균형을 중시하며 '서양의학'의 방식으로 검증할 수 없다는 주장까지도 똑같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약회사에서 생산하는 한약제제들이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표준화된 한약제제로는 환자 개인에 맞는 처방이 불가능하다는 한의사들의 주장을 인정해서 훨씬 비싼 첩약을 급여화해주려고 시범사업을 결정했다. 개인 맞춤형 처방을 위한 '심층변증·방제기술료'로 3만원이 넘는 금액을 책정해서 의사들을 허탈하게 만든 것은 덤이다.

그렇다면 한의사들이 주장하는 환자의 체질에 맞는 처방은 임상시험으로 유효성을 인정받은 적이 있을까? 한의사들은 환자마다 처방이 다르기 때문에 임상시험이 불가능하다고 핑계를 대지만 여기에 대한 임상시험들이 있었다.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의협신문

2011년 오스트리아의 의사들이 중의사와 함께 100여명의 환자들을 상대로 임상시험을 실시해서 <Efficacy of individualized Chinese herbal medication in osteoarthrosis of hip and knee: a double-blind, randomized-controlled clinical study>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실험군에는 한의학적 진단에 따라 맞춤형 처방 한약을 주고 대조군에는 골관절염에 효과가 있다고 여겨지지 않는 맛이 비슷한 한방 차를 복용시켰다.

그 결과 실험군과 대조군 모두 증상이 개선됐는데 양쪽 그룹 간에 차이가 없었다. 숙련된 중의사가 환자 개인에 맞춰 처방해준 한약이나 효과를 기대하지 않았던 한방차나 다를 게 없는 것이다. 양쪽 그룹 모두 호전된 이유는 플라시보효과 등의 비특이적 효과로 해석할 수 있다.

2007년에는 영국 엑시터대 연구팀은 약초를 이용한 개인 맞춤형 치료 임상시험들을 분석해 <A systematic review of randomised clinical trials of individualised herbal medicine in any indication>이라는 제목의 체계적문헌고찰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한의학 등의 맞춤형 처방이 효과가 있다는 근거가 없고 한약이나 약초가 해로울 수 있어서 권고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더 단순한 체질 분류조차도 근거가 없어서 전통 한의학, 사상체질, 팔체질, 중의사들이 개발해 사용하는 체질분류 등 서로 다른 여러 가지가 난립하고 있다. 사상체질이나 팔체질에 대한 한의사들의 연구를 보면 같은 환자를 두고 한의사마다 평가한 체질이 다른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한의사는 엉터리 진단과 엉터리 처방을 한다는 말인가? 

한의학의 진단과 한약 처방에 대해 무엇 하나 제대로 검증된 것이 없고 과학적인 근거도 뒷받침되지 않는다. 중국의 제약회사가 미국에 의약품 허가를 받으려고 야심차게 도전해 T89(국내에는 심적환이라는 일반의약품으로 판매 중)가 한약제제 최초로 미국 임상 3상에 돌입했다고 홍보했으나 실패로 끝났는데 우리나라 한의사들의 한약이 효과가 있을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한의사가 진단하고 처방한 값비싼 한약이 찻집에서 파는 쌍화차에 비해서 효과가 있거나 안전하다는 근거가 없음에도 모르는 환자들은 돈을 낭비하는 피해를 입고 있다. 피해금액 중 절반을 건강보험에서 지급해서 '반값피해'를 입게 하면 그것이 국민을 위한 일인가?

 ■ 칼럼과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침과 다를 수 있습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