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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늘린다고 지방병원 안간다"

"의사 늘린다고 지방병원 안간다"

  • 송성철 기자 medicalnews@hanmail.net
  • 승인 2020.07.22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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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식 원장 "정부 공공의대 신증설 정책 문제만 더 꼬여" 비판
"병원 허가제 도입하고, 병원 중심에서 1차 의료로 전환해야" 조언

이규식 건강복지정책연구원장(연세대 명예교수) ⓒ의협신문
이규식 건강복지정책연구원장(연세대 명예교수) ⓒ의협신문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의사 증원과 공공의대 신설 정책으로는 지방 의료기관 근무 기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진단이 나왔다. 

보건행정학계의 원로 이규식 건강복지정책연구원장(연세대 명예교수)은 <ISSUE PAPER> 최근호에 발표한 '공공의과대학 설립 타당한가?'를 통해 "공공의대를 졸업한 의사가 보건기관이나 지방에 근무하려고 할지 의문"이라며 "결국 공립의과대학을 늘리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규식 원장은 정부가 의사인력 증원 과정에서 장기적인 의료인력 확충 계획을 포함한 '의료계획'을 수립하지 않은 점, 의료계와 꾸준한 대화를 통해 설득하는 절차를 생략한 점을 우려했다. 

공공의과대학 설립 필요성을 납득시키지 못한 것도 문제점으로 꼽은 이 원장은 "공공의과대학을 졸업한 의사가 과연 보건기관이나 지방에서 근무를 하려고 할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특히 노인 인구 증가로 감당하기 어려운 의료비 증가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현행 의료서비스 공급체계를 병원 중심에서 1차 의료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점에 무게를 실었다.

"10년 후의 인구 수, 인구구조, 그리고 상병구조의 변화를 감안해 의료서비스의 공급체계(delivery system)를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대한 확실한 비전을 갖고 의사 수를 추계해야 한다"고 조언한 이 원장은 "의과대학 증설이 이루어져 의사가 현장에서 활동할 시기는 아무리 빨라도 2035년이나 되어야 가능하다. 의사 수가 증가하면 의료비도 같이 증가하는데 2035년 이후에는 공적연금의 재정고갈과 다양한 복지제도에 따른 재정지출 증가로 인해 의료비 지출이 용이하지 않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짚었다. 

의사 수를 늘리기 전에 병원 신·증설 규제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의사 수는 통제하면서 병원의 신·증설 및 병상 수는 자유를 허용했기 때문에 이러한 정책의 부조화가 오늘의 의사부족 문제를 더욱 심화시켰다"고 지적한 이 원장은 "병원 중심적인 공급체계를 지양하고, 병원의 신·증설에 대한 허가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면서 "현재와 같이 대도시 지역의 대형병원 설립을 방치할 경우, 앞으로 지방 중소병원들의 도산은 불을 보듯 뻔해 질 것이며, 이로 인한 의료공급자의 편재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이 규정한 '공공의료'의 정의와 인식을 바로해야 한다는 점에도 무게를 실었다. 

이 원장은 "공공의료는 '공공보건의료기관이 생산하는 의료'가 아니라 '공적재정으로 제공하는 건강보험의료'"라면서 "공공의료의 정의를 건강보험의료로 한다면 공공의과대학 설립은 논리적 근거를 상실한다"고 지적했다.

공공의대 설립이 필요한 이유로 '의과대학을 졸업한 의사들을 대부분 큰 도시로 나가기 때문에 지방에 의사가 부족하므로 지역의사를 확보하기 위해 공공의과대학을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의대졸업생 가운데 필요한 수만큼 정부가 공무원으로 선발하여 지방에 발령을 내어 근무시킨다면 모르겠지만, 특정 의대를 졸업한 사람은 지방에서만 개업해야 한다면 그 대학은 2류 대학으로 전락하고, 주민들도 특정 의대 출신 의사를 외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원장은 "군인이나 경찰이 아닌 민간신분의 의사를 공공의과대학을 졸업하였다고 몇 년을 지방에 의무 근무시키겠다는 것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2008년 개원한 건강복지정책연구원은 국내 유일한 민간 보건복지 정책연구기관이다. ⓒ의협신문
2008년 개원한 건강복지정책연구원은 국내 유일한 민간 보건복지 정책연구기관이다. ⓒ의협신문

현행 의료정책으로는 의사들이 도시로 몰리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도 했다.

"그나마 대도시 집중을 막을 수 있는 장치인 진료권 설정과 환자의뢰체계(referral pathway)를 철폐하면서 환자가 몰리니 의료공급자(의사 및 병원)도 환자를 따라 서울로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 이 원장은 "이제 와서 의과대학 입학이 희망인 학생들을 볼모로 잡고 공공의과대학을 설립하여 의사나 의료기관의 도시 편중을 막겠다는 정책은 정당성도 없고 결코 성공할 수도 없다. 대형병원이 대도시에 무분별하게 건립되는 것을 현재와 같이 방치하고서 의사의 지방 분산을 꾀하는 정책이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는 결코 믿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 원장은 "의료공급자의 위계화와 의료계획을 통하여 환자의 대도시 집중을 완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동시에 환자가 구매자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때 의사나 의료기관의 편재를 막을 수 있다"면서 "공공의과대학의 설립과 같은 임기응변적 정책으로는 문제를 더욱 꼬이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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