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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2] 환수 처분 제동거는 대법원 판결…판례의 진화
[기획 2] 환수 처분 제동거는 대법원 판결…판례의 진화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0.06.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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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 정신과의원 49병상 초과 운영 이유 급여비 31억 환수 부당
대법원, "정신보건법 위반했더라도 건보법 환수 법적 근거 없다" 판단
시설기준 등 위반 이유로 요양급여비용 무조건 전액 환수는 "과잉 환수"

ⓒ의협신문
ⓒ의협신문

정신과의원이 기준 병상(49병상)을 초과해 환자를 입원시키고 요양급여비용을 받은 것에 대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요양급여비용을 전액 환수한 것에 대해서도 대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정신보건법에서 정한 입원실 수를 초과한 상태에서 요양급여가 이뤄진 것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에 의해 요양급여비용을 받는 행위'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으로, 기존에 법원이 전액 환수를 인정하던 것에서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

A원장은 2009년 5월 30일∼2016년 7월 30일까지 정신과의원을 운영하면서 (구)정신보건법에서 정한 기준을 위반해 최대 병상 수(49병상)을 초과해 환자를 입원시켰다.

또 환자들에게 요양급여를 제공한 다음 건보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았다.

건보공단은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요양급여비용을 받은 경우)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A원장에게 총 30억 9195만원의 요양급여비용 환수 처분을 했다.

A원장은 정신보건법에서 정한 시설·장비 기준을 위반해 최대 병상 수를 초과한 것은 인정했다.

그러나 "환자들에게 적절한 요양급여를 제공한 것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요양급여를 받은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으나 1심 재판부(서울행정법원)와 2심 재판부(서울고등법원)는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1심 원고 청구 기각, 2심 원고 항소 기각).

A원장은 재판부에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1, 2심 재판부는 건보공단의 요양급여비용 전액 환수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1, 2심 재판부는 "환자 50인 이상이 입원할 수 있는 병실을 갖춰 사실상 정신병원의 규모로 운영하면서도 정신병원의 시설·장비 기준을 갖추지 않고 정신병원 개설 허가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건보공단의 처분은 위법 사유가 없고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정신과의원이 49인을 초과한 환자들에게 제공한 요양급여는 요양급여 인정기준(구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5조 제1항)을 위반한 채 이뤄진 것"이라며 원고의 주장은 이유가 없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판단을 달리했다.

대법원은 2019년 5월 30일 선고한 판례(2015두36485 판결)를 인용하면서, 국민건강보험법이 의료법 등 다른 개별 행정 법률과 그 입법 목적과 규율대상이 다르다는 것에 주목했다.

의료법과 국민건강보험법은 입법 목적과 규율 대상이 서로 다른 만큼 요양급여비용을 환수하는 법적인 근거가 될 수 없다는 대법원판결이 영향을 준 것인데, A원장의 경우에도 정신보건법과 국민건강보험법의 입법 목적이 다르다고 본 것.

대법원은 "정신의료기관이 (구)정신보건법령상 시설기준을 위반했더라도,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정한 요양급여의 기준에 미달하거나 그 기준을 초과하는 등의 다른 사정이 없는 한, (구)정신보건법 규정에 따라 시정명령 등을 하는 외에 곧바로 해당 정신의료기관에 지급된 요양급여비용을 국민건강보험법상 부당이득징수의 대상으로 보아 제재해야 할 정도의 공익상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정신보건법에서 정한 병상 수(49병상)를 위반은 했지만, 국민건강보험법(제57조 제1항)을 적용해 요양급여비용을 전액 환수해서는 안된다는 판단이다.

대법원 상고심에서 A원장의 변호를 맡은 김주성 변호사(법무법인 반우)는 "병상 수와 관련된 행정처분만 해야지, 이를 이유로 건보공단이 요양급여비용을 전액 환수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대법원이 판단한 것"이라며 "최근 대법원 판례들이 다른 법령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국민건강보험법을 적용해 요양급여비용을 전액 환수하는 것을 축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액 환수를 불합리하다고 보는 판례들이 많이 나올 것 같다"며 "1 2심 재판에서 패소했다고 소송을 포기할 것이 아니라 대법원에 상고해 부당함을 끝까지 다퉈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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