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3-28 17:57 (목)
한방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마루타 실험!"
한방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마루타 실험!"
  • 송성철 기자 medicalnews@hanmail.net
  • 승인 2020.06.11 16:52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급여화 하려면 임상시험 통해 안전성·유효성 결과 제출해야
신경외과의사회 "국민 건강권 반해...전면 백지화" 요구
대한신경외과의사회가 한방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추진을 전면 백지화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사진=pixabay]
대한신경외과의사회가 한방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추진을 전면 백지화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사진=pixabay]

보건복지부의 한방 첩약 급여화 추진에 대해 대한신경외과의사회가 "사람을 마루타로 만들어 실험하려는 것"이라며 "한방 첩약의 안전성과 유효성부터 검증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경외과의사회는 11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세계적 석학들과 연구소들이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몰두하고 있음에도 개발되지 못하는 것은, 이런 여러 가지 난관을 극복하지 못하기 때문이고, 또한 과학적 접근법에 따른 검증을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시범사업을 통해 (한방 첩약의)안전성·유효성을 검증하겠다고 하는 것은 멀쩡한 사람을 마루타로 만들어 실험하는 것으로 인륜적 가치에 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6월 9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소위원회를 열어 올해 하반기부터 한의원에서 월경통·안면신경마비·뇌혈관질환 후유 관리 등 3개 질환에 대해 한방 첩약을 처방하면, 건강보험에서 지원하는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계획'을 공개했다.

신경외과의사회는 "정책 관계자는 시범사업을 통해서 안전성·유효성을 검증하겠다고 하지만, 의학에서 신약의 사용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며 "1상 및 2상을 포함한 대규모 3상 시험이 필요한 이유는 약의 효과를 검증하는 수준을 넘어 용법과 용량을 결정하는 문제와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안전성을 담보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약재의 경우 중금속·잔류농약·이산화황 등 안전성 문제를 안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실제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논의한 2019년 8월부터 지난 5월까지 회수·폐기된 총 52건의 한약재에서 중금속(카드뮴)부적합(11품목), 성상 이상(9품목), 이산화황(8품목), 순도시험(5품목), 중금속(비소)(4품목) 등이 검출됐다. .

지난 2019년 8월에는 2014∼2018년까지 중국 등지에서 성분 검사를 받지 않은 불량 한약재 2947t을 몰래 국내로 가져와 부산·대구·광주·경북 등 전국 약재시장과 한의원에 유통한 한약재 수입업체가 부산세관에 적발되기도 했다. 보건당국이 긴급 회수해 폐기·반송한 한약재는 20t에 불과하다.

첩약 급여화 대상 질환인 안면신경마비는 램지헌트 증후군처럼 경우에 따라 청력 손상을 유발할 수도 있고, 상당수는 중추성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뇌혈관질환은 경우에 따라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으므로 체계적으로 관리되어야 한다"고 강조한 신경외과의사회는 "정부 예산 500억원을 포함해 1000억원이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에 투입되는 것에 반대한다"며 "뇌혈관 질환을 담당하는 전문가 집단으로서 시범사업의 전면 백지화를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명서

보건복지부는 6월 9일 개최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소위원회를 통해, 올해 하반기부터 한의원에서 월경통과 안면신경마비·뇌혈관질환 후유관리 등 3개 질환에 대해 환자에게 치료용 첩약을 처방하면, 건강보험에서 지원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계획을 공개했다.

불과 5개월전 첩약급여화 사업에 대해 많은 반대가 있었음에도 보건복지부는 연간 500억이라는 정부예산을 투입해 급여화사업을 다시 진행하려 한다. 본인부담률이 50%로 결정할 것이므로, 1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대규모 사업이 된다. 이렇게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정책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한약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관한 문제이다. 정책 관계자는 시범사업을 통해서 안전성, 유효성을 검증하겠다고 하지만, 의학에서 신약의 사용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1상 및 2상을 포함한 대규모 3상 시험이 필요한 이유는 약의 효과를 검증하는 수준을 넘어 용법과 용량을 결정하는 문제와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안전성을 담보해야하기 때문이다. 2020년 가장 문제가 되는 코로나19에 대해 세계적 석학들과 연구소들이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몰두하고 있음에도 개발되지 못하는 것은, 이런 여러 가지 난관을 극복하지 못하기 때문이고, 또한 과학적 접근법에 따른 검증을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시범사업을 통해 안전성, 유효성을 검증하겠다고하는 것은 멀쩡한 사람을 마루타로 만들어 실험하는 것으로 인륜적 가치에 반하는 것이다. 실제로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던 시기인 2019년 8월부터 지난 5월까지 회수·폐기 된 총 52건의 한약재에서는 중금속(카드뮴)부적합(11품목), 성상 이상(9품목), 이산화황(8품목), 순도시험(5품목), 중금속(비소)(4품목) 등의 문제를 보여주었다.

또, 첩약 한제(10일분)당 수가는 14∼16만원 수준이 제안됐다. 의사들의 기본진찰료와 비슷한 개념인 변증·방제료가 3만 9000원으로 공개되었다는 것은, 의사들의 진찰료와 비교하여 과다 책정되었다는 비난을 받아야 한다. 한의사들이 방사선학적 검사나 현대적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없는 현실적 문제를 고려할 때, 진맥으로 진단하고 처방하는 진찰료가 4만원 가깝게 책정되었다는 것은 복지부에서 납득할 만한 근거를 제시하여야 한다. 

의학적 관점에서 질병의 진단과 치료는 환자들의 예후, 즉 일상 생활로의 복귀와 관련이 있다. 월경통만 하더라도 그 원인은 무수히 많고, 진단에 따라 난임을 막을 수도 있고 난임으로 몰아갈 수도 있다. 안면 신경마비 역시 대개의 경우 자연 회복이 되지만 램지헌트 증후군처럼 경우에 따라서는 청력 손상을 유발할 수도 있다. 안면신경마비의 상당수는 중추성이므로 검사를 통해 확인하여 필요한 약제를 사용해야 하는데, 이를 첩약으로 치료를 하겠다는 것은 국민의 기본적 건강권에 반하는 것이다. 뇌혈관 질환의 관리는 월경통이나 안면마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환자들을 경우에 따라서는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으므로 체계적으로 관리되어야 한다. 한의사들은 자신들도 해부학과 약리학, 생리학을 배운다고 주장한다. 해부학과 약리학, 생리학은 기초체계가 의학이라는 과학적 학문에 기반하며, 수 많은 검증을 받아왔다. 그렇다면 한의학이 그런 과학적 접근법을 이행하고 있고, 검증을 통과할 자신이 있는지, 그렇다면 그 결과를 자신있게 제출해야 한다.

국민 건강에 최선을 다해온 대한 신경외과 의사회는 정부예산 500억을 포함해 1000억이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에 투입되는 것에 반대하며, 뇌혈관 질환을 담당하는 전문가 집단으로서 시범사업의 전면백지화를 요구한다. 

2020년 6월 11일 
대한신경외과의사회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