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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19 17:45 (화)
51억 원 환수처분 7년 만에 뒤집었지만
51억 원 환수처분 7년 만에 뒤집었지만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0.06.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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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공단, 비의료인 사무장병원에 명의 빌려준 의사에게 51억 원 전액 징수
대법원 "징수처분 잘못 없지만 고용의사에게 전액 환수 '재량권 남용'" 판단
ⓒ의협신문
ⓒ의협신문

비의료인이 개설한'사무장병원'이 부당하게 받은 요양급여비용을 병원에 고용된 의사에게 전액을 물도록 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요양급여비용 징수처분은 잘못됐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50억 원대 환수 소송에 휘말린 지 7년 만이다.

대법원은 6월 4일 A의사가 건보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비용 징수처분 취소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A의사가 51억을 물도록 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했다.

건보공단이 비의료인이 개설한 사무장병원에 지급된 요양급여비용은 부당이득징수처분 대상이 된다고 본 것은 잘못이 없지만, 사무장병원에 고용된 의사는 월급을 받는 신분인 것을 고려하면 의무위반을 이유로 한 제재 처분이 과중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판단한 것.

A의사는 비의료인 B씨가 개설한 병원에 2005년 5월 2일부터 2007년 2월 22일까지 자신의 명의를 제공하면서 병원장으로 고용됐다.

A의사는 B씨로부터 일정 액수의 월급을 받았다. 또 B씨는 A의사 명의의 통장을 만들어 건보공단으로부터 받는 요양급여비용을 비롯한 병원의 수입을 관리하고, 병원의 의사·직원 채용도 모두 결정한 것은 물론 병원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분배했다. A의사는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고, B씨가 병원 개설자라는 사실도 알았다.

건보공단은 A의사가 의료법 제33조 제2항의 개설기준을 위반해 의료기관을 개설한 자(B씨에게 고용돼 의료행위를 했다)에게 고용돼 의료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에 근거해 고용된 기간 지급된 요양급여비용 51억원을 전액 징수 처분했다.

A의사는 건보공단의 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 재판부는 "사무장병원에 지급된 요양급여비용은 개설명의자인 A의사에 대한 부당이득징수처분의 대상에 해당한다"며 "부당이득징수처분의 취지에 비춰보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부당하게 지급된 요양급여비용 전액(51억원)을 징수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판단,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2심 재판부 역시 건보공단의 처분이 문제가 없다고 판단,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A의사가 제기한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판단을 달리했다.

대법원은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자가 개설한 의료기관은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기관이 될 수 없지만, 이런 의료기관이라 하더라도 요양기관으로서 요양급여를 실시하고, 그 급여비용을 청구한 이상 구 국민건강보험법 제52조 제1항에서 정한 부당이득징수 처분의 상대방인 요양기관에 해당한다고 봐야 하고, 이런 의료기관이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는 것은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에 해당한다"라고 봤다.

그러면서 "원심은 비의료인 B씨가 개설한 사무장병원에 지급된 요양급여비용은 부당이득징수처분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는데, 이런 원심 판단은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A의사에게 요양급여비 전액을 부당이득으로 징수 처분한 것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봤다.

대법원은 "처분의 근거 법령이 행정청에 처분의 요건과 효과 판단에 일정한 재량을 부여했는데도, 행정청이 자신에게 재량권이 없다고 오인한 나머지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과 그로써 처분상대방이 입게 되는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를 전혀 비교형량하지 않은 채 처분했다면,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해당 처분을 취소해야 할 위법 사유가 된다"고 판단했다.

구 국민건강보험법 제52조 제1항은 공단은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은 자 또는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에 대해 그 급여 또는 급여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징수한다고 규정해 문언상 '일부' 징수가 가능하다.

즉, 의무위반을 이유로 한 제재 처분의 경우 전체적으로 보아 비례 관계가 인정돼야 하는데, 의무위반의 내용에 비해 제재 처분이 과중(일부 징수가 가능함에도 전부를 징수)해 사회 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다는 것.

대법원은 "비의료인 개설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의료인인 개설명의인은 구 의료법 제69조에서 '의료기관의 개설자가 될 수 없는 자에게 고용돼 의료행위를 한 자'로서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것 등을 고려하면 구 국민건강보험법 제52조 제1항이 정한 부당이득징수는 재량행위라고 보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개설명의인(A의사)의 역할과 불법성의 정도, 의료기관 운영성과의 귀속 여부와 개설명의인(A의사)이 얻은 이익의 정도, 그 밖에 조사에 대한 협조 여부 등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사무장병원에 고용된 의사가 개설명의인이라는 이유로 요양급여비용 전액을 징수하는 것은 비례의 원칙,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한편, 이번 대법원 판결과 관련 김준래 변호사(김준래 법률사무소)는 "건보공단이 부당이득금에 대한 환수처분을 하는 데 있어 재량행위냐 아니냐에 대한 논란이 있었는데, 이번에 대법원이 교통정리를 해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무장병원에 고용돼 월급을 받는 의사에게 요양급여비용 전액을 환수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보면서, 건보공단이 사무장병원에 대한 부당이득금을 환수할 때는 개설인의 역할, 수익금 귀속 여부, 개설명의인인 의사가 얻은 이익의 정도를 고려해 환수 금액을 적절하게 정하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이번 대법원 판결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사무장병원에 고용된 의사에게 부당이득금을 환수하는 기준을 새로 만들 필요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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