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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의사에게 양수받은 의원…69일 업무정지 처분 날벼락
동료의사에게 양수받은 의원…69일 업무정지 처분 날벼락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0.06.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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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의사에게 의원 통째로 이전 받을 때 '현지조사'·'행정처분' 있었는지 잘 살펴야
법원, "양도한 의사가 처분사실 알리지 않은 잘못…양수인 처분 승계 불인정" 판단
ⓒ의협신문
ⓒ의협신문

자신이 봉직의사로 근무하던 의원을 양수받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69일 업무정치 처분을 받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의원을 양수받은 의사는 종전 의원을 운영하던 원장으로부터 행정처분을 받을 것이란 사실을 통보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건복지부가 내린 업무정지 처분은 간신히 면했다.

A의사는 2017년 2월 28일까지 B병원에서 근무하다가 퇴직했고, 그 무렵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채용 공고를 보고 면접을 거친 후 2017년 3월 6일부터 C의사가 운영하는 D의원에서 봉직의사로 근무했다.

C의사는 배우자가 2017년 2월경 요양병원을 개원하자 D의원을 양도하기로 하고, A의사에게 2017년 4월경부터 D의원을 양수할 의사가 있는지 타진했다.

A의사는 2017년 6월 15일 C의사와 D의원을 양수하는 내용의 '시설 양수도계약'을 체결하고, 2017년 7월 25일 자로 D의원을 자신의 이름으로 개설신고했다.

그런데, 보건복지부는 2016년 5월경 D의원의 요양급여비용 청구현황 등에 관한 현지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바탕으로, C의사가 D의원을 운영할 때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자 등에게 총 4493만 7380원의 요양급여비용을 부담하게 했다는 사유로 2017년 2월 1일 C의사에게 '요양기관 업무정지' 등의 처분 사전통지를 했다.

보건복지부는 2018년 9월 6일 비급여 대상 진료 후 요양급여비용을 이중청구 및 약제비를 부당청구한 것은 물론 내원 일수도 거짓 청구했다는 이유로 총 부당금액 비율에 따라 69일의 업무정지 처분을 했다.

구 국민건강보험법 제98조 제3항에 따라 종전 의원(C의사가 운영하던 D의원)에 대한 업무정지 처분을 종전 의원을 양수한 A의사에게 계속 진행할 수 있다고 보고, A의사가 운영 중인 D의원에 대해 책임을 물은 것.

구 국민건강보험법(2016년 2월 3일 개정되기 전의 것) 제98조(업무정지) 제3항은 '업무정지 처분 효과는 처분이 확정된 요양기관을 양수한 자(또는 법인)에게 승계되고, 다만, 양수인이 처분 또는 위반 사실을 알지 못했음을 증명하는 경우는 승계되지 않는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 제98조 제4항은 '업무정지 처분을 받았거나, 처분 절차가 진행 중인 자는 이 사실을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양수인(또는 법인)에게 지체 없이 알려야 한다'고 돼 있다.

관련 법이 이런데도 C의사는 D의원을 양도하면서 행정처분 가능성과 관련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고, 계약서에도 이런 내용을 포함하지 않았다.

의원을 인수해 새롭게 진료를 시작하려다가 하루아침에 업무정지 처분이라는 날벼락을 맞은 A의사는 C의사에게 업무정지에 갈음하는 과징금 2억 5000만원을 납부할 것을 요구했고, C의사는 과징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합의서를 작성하고 공증까지 받았다.

이와 함께 A의사는 서울행정법원에 '업무정지 처분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일러스트/윤세호기자 seho3@kma.orgⓒ의협신문
일러스트/윤세호기자 seho3@kma.orgⓒ의협신문

A의사는 "업무정지 처분 사유는 C의사가 운영하던 종전 의원과 관련된 것으로서, 자신과는 무관하므로 위법 사유와 관련이 없는 양수인인 자신에게는 C의사의 위법 사유가 승계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종전 의원을 양수할 때 업무정지 처분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고, C의사가 의원 양수도계약 시 행정처분 사전통지에 대해 전혀 알리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A의사는 '주위적 청구'로 업무정지 처분은 제재 처분의 대상자를 잘못 지정한 하자가 있고, 하자가 중대·명백하므로 당연 무효라고 주장했다.

또 '예비적 청구'로 업무정지 처분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양수했음이 명백한 점을 고려하면, 처분은 자기책임의 원칙, 평등의 원칙에 반하므로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는 점에서도 위법하다고 호소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주위적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고, 예비적 청구만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보건복지부로서는 A의사를 처분 관련 제재 사유의 승계자로 평가해 제재 처분 대상으로 삼을 만한 사정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며 "처분의 대상을 오인할 만한 사정이 있었다"고 봤다.

그러면서 "처분대상자를 오인한 위법이 있고, 그 하자가 중대하더라도 그런 사정만으로는 행정청의 처분에 명백한 하자가 있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행정처분 무효확인을 구하는 A의사의 주위적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예비적 청구와 관련 재판부는 "A의사는 종전 의원을 양수할 무렵 업무정지 처분에 대해 알지 못했음을 계약서 등을 통해 증명했으므로, 국민건강보험법 제98조 제3항 단서에 따라 종전 의원에 대한 제재 처분을 A의사에게 승계할 수 없다"고 봤다.

그러면서 "A의사로서는 69일 업무정지 처분 가능성을 알았더라면 양수 대금 기타 계약 조전에 반영했을 텐데, 계약 과정에서 행정처분 가능성이 전혀 고려되지 않고 양수 대금이 결정됐고, C의사도 행정처분 가능성을 A의사에게 말한 것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행정청은 제재 처분의 대상자를 A의사로 오인한 위법이 있으므로 취소돼야 한다"며 "A의사의 예비적 청구는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원고의 주위적 청구는 기각하고, 보건복지부가 2018년 9월 6일 A의사에 대해 한 요양기관 업무정지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고, 이 사건은 보건복지부가 항소하지 않아 지난 3월 3일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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