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통화 이전 환자 직접 대면해 진찰한 사정 전제돼야" 판단
의사가 전화 통화만으로 환자에게 전문의약품을 처방한 것은 환자에 대해 진찰을 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전화 통화 이전에 환자를 대면해 진찰한 것이 단 한 번도 없고, 전화 통화 당시 환자의 특성에 대해서도 알고 있지 않아 '진찰'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5월 14일 A의사가 전화 통화만으로 환자에게 전문의약품을 처방한(처방전 작성 및 교부) 사안에서 무죄(의료법 위반)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서울서부지방법원에 환송했다.
원심판결과 증거에 의하면 A의사는 2011년 2월경 전화 통화만으로 환자에게 플루틴캡슐 등 전문의약품을 처방한 처방전을 작성해 교부했다.
A의사는 전화 통화 이전에 환자를 대면해 진찰한 적이 단 한 번도 없고, 전화 통화 당시 환자의 특성 등에 대해 알고 있지도 않았다.
대법원은 의료법상 처방전 작성·교부를 위한 진찰의 기준을 주의 깊게 살폈다.
대법원은 ''진찰'이란 환자의 용태를 듣고 관찰해 병상 및 병명을 규명하고 판단하는 것으로서, 진단 방법으로는 문진·시진·청진·타진·촉진, 그리고 기타 각종의 과학적 방법을 써서 검사하는 등 여러 가지가 있다'는 대법원 판례(대법원 1993. 8. 27. 선고 93도153 판결 등)를 인용했다.
대법원은 "현대의학 측면에서 보아 신뢰할만한 환자의 상태를 토대로 특정 진단이나 처방 등을 내릴 수 있을 정도의 행위가 있어야 '진찰'이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고 봤다. 진찰이 치료에 선행하는 행위라는 것.
그러면서 "그러한 행위가 전화 통화만으로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최소한 그 이전에 의사가 환자를 대면하고 진찰해 환자의 특성이나 상태 등에 대해 이미 알고 있다는 사정 등이 전제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A의사의 행위는 신뢰할만한 환자의 상태를 토대로 한 것이라고 볼 수 없어 결과적으로 A의사가 환자에 대해 진찰을 했다고 할 수 없다"고 봤다.
그런데도 "원심은 A의사가 환자를 직접 진찰했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며 "원심판결에는 직접 진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환송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