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희 원장 (서울 마포구· 연세비앤에이의원)
여유로운 버스의 흔들림과 아침 햇살은
다시금 잠이 솔솔 오게 합니다.
잠시 졸다가 이내 눈을 비비며 도착한 출근길입니다.
병원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니
맛난 김치 내음이 콧속을 깨웁니다.
' 어? 김치야 ?'
창가에 위치한 병원의 가장 안쪽 공간은 식당 겸 서재입니다.
책상 위에 놓인 커다란 스티로폼 박스 안에는
김치, 무말랭이, 명태채무침 등 밑반찬이 가득 합니다.
'엄마가 원장님 갓김치 좋아한다고 이거 더 보내셨어요 '
아침부터 배달된 음식을 정리하느라 상기된 얼굴의 최간호사입니다.
'이야 진짜 맛나네'
김치를 가득 입에 문 나는 더없이 부자가 됩니다.
먼 곳에서 나의 입맛을 챙겨주시는 직원의 어머님의 손길과
음식을 서둘러 정리하면서도 내 입에 넣어주는 최간호사의 손길이
어느 부자보다 나은 원장이 되게 합니다.
40여 평이 안 되는 공간에 원장 한 명, 간호사 두 명.
나의 작은 의원은 김치 부자가 되었습니다.
점심에 먹을 흰쌀밥과 김치 한 젓가락 생각에
벌써 침을 꼴깍 삼킵니다.
동네 의원의 원장인 나를
더없이 부자로 당당하게 해주는 최 간호사, 이 간호사
그들에게 나는 세상 멋진 동네 병원 의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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