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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8 17:57 (목)
코로나19 관련 '명확한 기준'갖고 얘기하자
코로나19 관련 '명확한 기준'갖고 얘기하자
  • 정지태 고려의대 명예교수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0.04.12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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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태 고려의대 명예교수
정지태 고려의대 명예교수
정지태 고려의대 명예교수

자꾸 개학이 늦춰지고 있다. 4월 6일에 한다고 했는데, 대한의사협회는 더 늦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총선의 계절이라 이런 것도 정치적인 고려에 의해 결정되는가?"라고 주변에 이야기했더니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필자를 보면서 "사람이 어째 그리 사회를 비틀어 보느냐"고 뭐라고 한다. 

필자가 잘못했으니 그렇다고 치고, 개학을 하고 못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결정하는 게 아니라면 무슨 기준을 가지고 정하는지 의문이 생겼다. 어떤 결정을 내릴지 궁금해서 인터넷을 열심히 찾아보았는데 그런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개학했다가 다시 문제가 생기면 휴교를 할 것인지도 딱히 정해져 있지 않다.

그냥 그때그때 눈치 봐 가면서 하면 되는 일일까? 우리는 이렇게 결정을 내린다고 특별한 기준을 제시하면 뒷말이 없을 터인데 그것이 쉽지는 않은 모양이다. 5000만 국민 중 나만 이런 일에 궁금증을 가지는 것은 아닐 터인데…. 어쨌든 인터넷 세상으로 결정이 났다.

확진자 발생이 하루 몇 명 이하면 개학한다, 사망자가 없어지면 한다, 학생을 비롯한 모든 학교 관련자가 충분한 마스크를 공급받을 수 있는 시기가 되면 개학한다 등등 이런 개학의 기준점을 만드는 노력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번 코로나 사태를 지내며 보니, 세계보건기구(WHO)라는 기관은 중요한 판단이 필요할 때는 별로 믿을 만한 정보를 주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니 세계적인 방역 모범국가임을 주장하는, 아니 인정받고 있는 대한민국이 그런 기준을 연구하고 발표해 안전한 교육환경을 만드는 데 일조해야 한다고 믿는다.

지금이 절체절명 엄혹한 위기의 시대이기는 해도 하루아침에 후다닥 만들어 내면, 또 전형적인 탁상공론이라 욕먹기 십상이니 이른 시일 내에 나오기는 쉽지 않겠지만, "곧 병이 잡힐 것이다"라는 소리를 해서 필자같이 착한 국민이 쓸데없이 열 올리고 욕하고 하지 않게 하려면,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기준점이 필요하기는 할 것이다. 그래야 국민의 신뢰를 얻는 정부가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의협은 빼놓고 논의해야 하겠지만 말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길어지면서 SNS를 통한 소통이 점점 늘어가는데, 요즘 자주 보는 문장이 "좀 잠잠해지면, 다시 모임도 하고 한잔해야지"다. 전에는 "언제 밥이나 같이 합시다"라고 맘에 없는 소리를 인사치레로 했지만, 요즘처럼 사람 만나는 기쁨이 무엇인지를 실감하는 시기에, 저놈이 괜한 소리하는구나 하는 오해를 일으키게 하지 않으려면, 잠잠하다는 기준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봐야 할 시기가 왔다.

언제까지나 "잠잠해지면… 어쩌자"는 소리를 할 수는 없지 않을까? 가끔 밖에 나가 봄바람 쐬며 차 한잔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데, 제주도 가서 유채꽃도 보고 싶은데, 괜한 짓 했다가 낭패 볼까 그것도 쉽지는 않다. 

하루 확진자가 100명 미만으로 발생하는 날이 1주일 이상 지속하면 그것을 "잠잠해졌다!"라고 할 수 있다는 '사례 정의'가 있다면 좋지 않을까? 하는 것이 무식한 필자의 생각이다. 그런데 요즘 하루 100명 미만으로 발생하는 날이 며칠 되던데 이제 곧 잠잠해지기는 하려나 모르겠다. 

우리 형편은 그런데, 유럽이나 미국의 사정은 상상을 초월하고 있으니, 그쪽에서 유입되는 환자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그것도 힘들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일본 쪽 이야기는 어떤 쪽으로 말하면 반일 척일이 되고, 어떤 쪽으로 말하면 토착 왜구로 몰리니 언급하지 않는 게 신상에 좋을 듯싶다. 

지난 10여 년을 돌아보면 수년 간격으로 신종 감염병이 유행해서 나라가 공황 상태에 빠지기도 하고, 우리는 그런 일이 없지만, 보고 배울 것이 많은 선진국으로 알았던 나라에서 무차별적으로 사재기를 해대는 광경을 보면, 앞으로도 이런 신종 감염병이 가끔 발생할 때를 대비해서 아주 정확하지는 못해도 이럴 때는 이렇게, 저럴 때는 저렇게 대비하라는 기준을 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래야 국경을 봉쇄할지 말지, 교회를 폐쇄할지 말지 등등, 이런 일이 소모적인 싸움질 없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번은 사실 전 세계가 겪어보지 못한 급작스러운 일이었다. 그래도 어디선가 근거라고 찾아내서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전문가들을 보면 존경스럽다.

이번 경험을 잘 정리하고 대처 방향을 정해 다음번을 대비해야 할 것이다. 몇 년 전에 메르스가 돌았을 때 백서를 작성하고 대비책도 만들었던 기억이 있는데 그것이 이번에 좋은 교범이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필자도 백서 파일을 받았었는데,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이 없다. 필자야 주변인이니까 그렇다 치고, 관계 공무원이나, 전문가들은 다 읽어보고 숙지하고 있겠지, 그리고 그 경험이 있으니까 지금 우리가 잘하고 있다는 믿음을 가져본다.

■ 칼럼과 기고는 본지 편집 방침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 칼럼은 4월 6일 이전에 집필, 현재 시점과 차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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