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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의원 49병상 초과 운영 이유 급여비 환수 부당
정신과의원 49병상 초과 운영 이유 급여비 환수 부당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0.03.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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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정신보건법 위반했더라도 국민건강보험법 환수 법적 근거 없다" 판단
김주성 변호사, "정신보건법과 건보법 입법 목적 달라…정당한 진료 인정 당연"
ⓒ의협신문
ⓒ의협신문

정신과의원이 기준 병상(49병상)을 초과해 정신질환자를 입원시키고 요양급여비용을 받은 것에 대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부당한 방법으로 급여비를 받았다는 이유로 환수 처분한 것은 잘못됐다는 대법원판결이 12일 나왔다.

정신과의원이 (구)정신보건법령상 시설기준을 위반했더라도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정한 요양급여의 기준에 미달하거나 그 기준을 초과하는 등의 다른 사정이 없는 한 정신과의원에 지급된 요양급여비용을 국민건강보험법상 부당이득징수의 대상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이번 대법원판결은 의료법(중복개설 금지)과 국민건강보험법은 입법 목적과 규율 대상이 서로 다른 만큼 요양급여비용을 환수하는 법적인 근거가 될 수 없다는 대법원판결(대법원 2019년 5월 30일 선고. 2015두36485 판결)이 영향을 줬다.

A원장은 2009년 5월 30일∼2016년 7월 30일까지 정신과의원을 운영했다.

그러나 (구)정신보건법 등에 따른 정신의료기관의 시설·장비 기준을 위반해 정신과의원에 허용되는 최대 병상 수(49병상)를 초과해 정신질환자를 입원시키고, 그들에게 요양급여를 제공한 다음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그 병상 수를 초과해 입원한 정신질환자들에 관한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았다.

건보공단은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요양급여비용을 받은 경우)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총 30억 9195만원의 요양급여비용 환수 처분을 했다.(요양급여비용 가운데 1억 1258만원 부분은 A원장이 건보공단에 청구한 요양급여비용에서 전산 상계 처리됨)

A원장은 건보공단의 환수처분이 부당하다며 '요양급여비용 환수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A원장은 "정신과의원에 허용되는 최대 병상 수(49병상)를 초과한 병상을 마련한 다음 그곳에 정신질환자를 입원시키고 건보공단으로부터 환자들에 대한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은 것은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을 위반해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요양급여비용을 받은 상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시설·장비 기준을 위반해 정신과의원에 허용되는 최대 병상 수를 초과한 병상을 운영했더라도 환자들에게 적절한 요양급여를 제공한 다음 건보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한 것은 부당청구로 볼 수 없다는 것.

김주성 변호사(법무법인 반우) ⓒ의협신문 이정환
김주성 변호사(법무법인 반우) ⓒ의협신문 이정환

A원장은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에서는 요양기관이 요양급여에 필요한 적정한 인력·시설 및 장비를 유지하도록 하고 있을 뿐, 이를 초과하는 시설 등을 갖추는 것을 금지하는 취지가 아니므로, 최대 병상 수를 초과했더라도 이 규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환수처분의 범위는 입원 환자 초과 수용과 인과관계가 있는 요양급여는 입원료에 한정돼야 한다"며 "검사료·기본진찰료·식대·약대·재료대·조제료·처치료는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항변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1심 재판부(서울행정법원)와 2심 재판부(서울고등법원)는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1심 원고 청구 기각, 2심 원고 항소 기각)

1심 재판부인 서울행정법원은 "정신과의원은 환자 50인 이상이 입원할 수 있는 병실을 갖춰 사실상 정신병원의 규모로 운영하면서도 정신병원의 시설·장비 기준을 갖추지 않고 정신병원 개설 허가 절차를 거치지 않아 관할 행정청으로부터 해당 시설·장비에 관해 아무런 관리·감독을 받지도 않았다"고 봤다.

그러면서 "49인을 초과해 입원한 환자들에 대한 요양급여는 요양급여의 인정기준을 위반해 이뤄진 것이므로, 그에 관한 제반 요양급여비용은 지급받을 수 없는 요양급여비용으로서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에 해당한다"며 "건보공단의 처분은 위법 사유가 없고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인 서울고등법원도 "정신과의원이 49인을 초과한 환자들에게 제공한 요양급여는 요양급여 인정기준(구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5조 제1항)을 위반한 채 이뤄진 것"이라며 원고의 주장은 이유가 없다고 봤다.

A원장의 부당한 이득을 취한 바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49인을 초과한 환자들에게 제공한 요양급여는 요양급여의 인정기준을 위반해 이뤄진 것이므로, A원장과 해당 입원환자들 사이의 사법상 진료 계약이 유효한지 아닌지, 그 불법성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아닌지와 무관하게 이에 관한 요양급여비용은 환수처분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A원장은 입원료만 환수처분 대상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입원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에서 발생·지급된 요양급여비용은 모두 부당한 방법으로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에 해당한다"라며 "입원료뿐만 아니라 식대·검사료·기본진찰료·약대·재료대·처치료 등은 모두 환수처분 대상이 된다"라고 판단했다.

A원장은 결국 대법원에 상고하고 건보공단의 요양급여비용 환수 처분의 부당성을 주장했다. 그 결과,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했다.

대법원은 국민건강보험법이 의료법 등 다른 개별 행정 법률과 그 입법 목적과 규율대상이 다르다는 것에 주목했다.(대법원 2019년 5월 30일. 선고 2015두36485 판결)

대법원은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이 요양급여의 일반원칙으로 '요양기관은 가입자 등의 요양급여에 필요한 적정한 인력·시설 및 장비를 유지해야 한다'고 규정한 취지는 요양기관이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에게 적정한 요양급여를 제공하게 하려는 것이지, (구)정신보건법령상 정신과의원의 입원실 수를 제한·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봤다.

또 정신의료기관이 (구)정신보건법령상 시설기준을 위반했더라도,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정한 요양급여의 기준에 미달하거나 그 기준을 초과하는 등의 다른 사정이 없는 한, (구)정신보건법 규정에 따라 시정명령 등을 하는 외에 곧바로 해당 정신의료기관에 지급된 요양급여비용을 국민건강보험법상 부당이득징수의 대상으로 보아 제재해야 할 정도의 공익상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은 49인을 초과한 환자들에게 제공한 요양급여가 국민건강보험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며 "원심의 판단에는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의 기준 및 부당이득징수의 대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대법관 일치된 의견으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했다.

이번 사건 원고 측 변호를 밭은 김주성 변호사(법무법인 반우)는 "(구)정신보건법령상 정신과의원이 입원실 수를 초과한 상태에서 요양급여가 제공됐다는 사정만으로는 해당 요양급여비용을 수령하는 행위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에 의해 요양급여비용을 받는 행위'에 해단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신보건법에서 정한 병상 수(49병상)를 위반은 했지만, 국민건강보험법(제57조 제1항)을 적용해 요양급여비용을 환수해서는 안 된다고 재판부가 판단했다는 것.

김 변호사는 "최근 이번 사건과 비슷한 판결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며 "건보공단은 다른 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무조건 요양급여비용을 환수 처분할 것이 아니라 실제로 진료가 적정하게 이뤄졌는지도 세밀하게 살피는 것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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