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재사용 '인증샷'·"환자와 소통하려 '고성' 지른다" 등 반응
(재)사용 '자체지침' 의견 나누기도…"가장 효과적 재사용법은?"
대한민국에 '마스크 대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우체국에 공급한 마스크를 구하려 새벽까지 줄을 섰지만, 손에 들어온 건 마스크 2~3장이 전부. 그나마도 구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는 사람이 속출하고 있다. 대통령은 마스크 공급 부족을 이유로 2차례나 고개를 숙였다.
의사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의협은 3일 성명을 통해 방역 최전선의 의사들에게 마스크는 필수물자임을 강조하며 정부에 실질적 공급대책을 촉구했다.
SNS를 비롯한 온라인 등에서, 의사들은 '덴탈 마스크까지 동원했지만, 역부족이다', '마스크를 재사용하고 있다.', '마스크는 물론, 알코올까지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 등 한탄 섞인 반응이 나왔다.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가장 효과적인 소독법에 대한 의견이 오갔다. 자체적으로 마스크 사용과 재사용 지침을 만드는 모습까지 포착됐다.
"효과 떨어지는 거 안다. 그런데 없는 걸 어쩌나?"…의사들도 마스크 재사용
A개원의는 SNS에 "의사들 실화"라면서 "이렇게 압착기를 이용해 햇빛 잘 드는 곳에 일광욕을 시킨다. 매일 번갈아 쓰면서 버틴다"고 전했다.
실제, 온라인에서 마스크를 재사용하고 있단 글이 쏟아지고 있다.
의사 유명 커뮤니티에는 '알코올을 잔뜩 뿌려 건조하고 퇴근한다', '햇빛에 말려서 여러 번 사용하고 있다' 등 재사용에 대한 실제 후기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심지어는 '한 달 째 두 개의 마스크를 번갈아 사용하고 있다'는 글까지 있다.
마스크를 재사용을 하는 의사들의 사연에 '정전기 필터 성능이 40시간이라는 데, 괜찮은가?', '제대로 기능을 할 수 있겠느냐'는 걱정이 이어지자, 게시물 작성자는 "효과가 떨어지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없는 데 어쩌느냐"고 하소연했다.
B개원의가 '의사장터에서 마스크 신청됐다고 한다. 1400원 단가에 구매할 수 있다는데, 싸게 구하는 것이 맞는지 문의드린다'는 글을 게시했다. 이에 '당첨을 축하드린다'는 반응이 다수를 이뤘다. '비싸다면, 저에게 넘겨달라'는 댓글도 달렸다.
'마스크' 관련 환자-의사소통…"고성이 습관화", "환자에 마스크 선물 받았다"
최근 구하기 어려워진 마스크에 '금스크'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그런데, 구하기 어려운 금스크가 이젠 의사-환자와의 소통까지 어렵게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실제 [의협신문]이 2월 초 개원가를 취재할 당시, 환자와의 소통을 이유로, 마스크를 벗고 싶은 순간이 많다는 의견이 나왔다.
고령 환자들을 주로 진료하고 있다는 C개원의는 "진료과 특성상, 고령 환자들이 주로 병원을 찾는다. 귀가 어두운 분들이 대다수기에 마스크를 쓰지 않더라도 의사소통을 하려면 여러 번 반복해서, 큰 소리로 이야기한다"면서 "소통이 너무 어려울 때는 순간적으로 마스크를 벗어버리고 싶다. 실제로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해지기 전까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정율 고려의대 교수(고려대안암병원 신경외과)는 SNS를 통해 "원래 태어날 때부터 목소리가 좀 컸다. 요즘 마스크를 쓰면서 어르신 환자분들을 많이 진료하다 보니, 환자와 소통하기 위해 고성을 지르고 있다"고 전했다.
박정율 교수는 "고성이 습관화돼 진료 후, 집에 오면 왜 악을 쓰냐며 핀잔을 자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환자에게 선물 받은 마스크에 감사를 느꼈다는 후기도 있다.
노만희 원장(노만희정신건강의학과의원·전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SNS에서 "마스크가 너무 구하기 어려워 덴탈마스크를 진료하고 있다. 그런데, 환자 한 분이 "원장님, 그거 쓰시면 위험하지 않겠냐"면서 KF94 마스크 한 개를 주고 가셨다. 그 어느 선물보다 반갑고, 감사했다"고 전했다. 노 원장은 "그나마 덴탈 마스크도 몇 개 남지 않았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개원의들 스스로 만들어본다! 자체' 마스크 사용·재사용 지침'…안전한 마스크 재사용법은?
개원의들은 마스크 재사용이 차단 효과가 떨어트린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그나마 '더 나은' 재사용 노하우를 공유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개원의들의 자체 마스크 (재)사용 지침(주의-아래 내용은 정식 지침이 아닌, 인터넷상 의견을 모은 것입니다.)
△마스크의 겉·속을 최대한 건드리지 않는다 △인체에 무해한 착용 시간은 20분 권고. 하지만, 위험환경에서는 그 이상도 가능 △습기가 찰 경우, 정전기 필터링의 효과는 거의 없다. 습기만 없다면, 8시간 연속 사용 가능하다. △사람이 밀집된 곳이 아니라면, 개방된 공간에서는 벗어서 습기를 제거하라 △마스크를 접거나 구기면 필터 효과 감소하니, 삼가라 △마스크를 빨거나 레인지 소독하면 망가질 수 있다. 가정용 자외선 소독기를 추천한다 △방한 마스크라도 쓰지 않는 것보단 낫다 등의 의견이 달렸다.
하지만 재사용에 대해선 △위생적으로 하루 이상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썼다 벗었다 하면서 마스크 앞부분을 만질 수밖에 없다 △습기가 차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다고 본다 등 회의적인 의견이 대다수다.
마스크 1회 사용 후 폐기가 '답'…부득이할 땐 '자외선 살균 장치' 이용
재사용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어떤 방법이 가장 안전한 걸까?
김현욱 가톨릭의대 교수(예방의학교실)는 2일 '마스크 재사용 관련' 기고문을 호흡보호구 융합기술원에 게재했다.
김현욱 교수는 "마스크는 일회용이므로, 가급적 재사용보다는 사용 후 폐기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마스크가 부족해 부득이 재사용을 해야 한다면, 지금까지 나온 방법 중 그나마 안전하고 검증된 방법을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현욱 교수는 과거 선진국에서 사스(SARS), 조류 인플루엔자(Avian Influenza), 메르스(MERS), 에볼라(Ebola) 사태에서 의료진과 국민들의 마스크 수요를 감당하지 못한 사례가 있어, 실험됐던 마스크 재사용 방법에 관해 설명했다.
김현욱 교수가 '비추'하는 방법은 알코올·표백제·스팀·전자레인지·일광 건조 등이다. 공통된 문제점으로 "일정 시간이 지나게 되면서 필터의 정전기가 감소했고, 마스크 효율이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짚었다.
김 교수는 마스크를 자외선으로 살균 처리하는 방법을 가장 추천했다. "마스크의 형태를 변형시키지 않고, 자외선의 강도에 따라 단시간(5~30분 이내)에 효과적으로 바이러스를 소멸시킬 수 있었다"면서 "가정에서도 쉽게 자외선 장치(칫솔, 컵, 휴대폰, 유아용품 살균 장치 등)'를 구매할 수 있어, 적당한 대안으로 사료된다"고 말했다.
박종혁 대한의사협회 총무이사 겸 대변인은 "안타까운 사연들이 많이 들린다. 내원 환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마스크는커녕 의료진들이 착용할 마스크조차 구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심각한 문제"라면서 한숨을 쉬었다.
박종혁 의협 대변인은 "정부가 방역의 기본 개념을 이해하고 있다면, 의료기관에 최우선적으로 마스크가 지급되는 것이 상식이란 걸 알거다. 정부 차원의 신속·실질적인 대책이 시급하다"면서 "의협 차원에서도 마스크 공급을 위해 다방면으로 애쓰고 있다. 코로나19 속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의료인들이 마스크 걱정이라도 덜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