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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범위 약제내성결핵 차단 공중보건 위기 막는다
광범위 약제내성결핵 차단 공중보건 위기 막는다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0.02.27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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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니아, 첫 광범위약제내성결핵 현장진단장치 개발
저자원환경에 최적화…저개발국에서도 저가 사용 가능
[라이트펀드 R&D 프로젝트] ⑤ 4가지 약제 내성 확인 광범위약제내성결핵 현장진단장치

저개발국가 건강 불평등 해소와 공중보건 증진을 목표로 한국의 생명과학기업이 확보한 보건의료 R&D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글로벌헬스기술연구기금 라이트펀트(RIGHT Fund·Research Investment for Global Health Technology Fund)가 1차 사업으로 5개 R&D과제를 선정했다.

지난 2018년 7월 설립된 라이트펀드는 보건복지부, 한국생명과학기업 5개사(SK바이오사이언스·LG화학·GC녹십자·종근당·제넥신), 빌&멜린다게이츠재단의 공동 출자로 세계 공중보건 증진을 위해 한국생명과학기업이 참여한 우수한 R&D 프로젝트를 발굴해 2022년까지 500억원을 글로벌 헬스 R&D에 지원한다.

1차 사업으로 선정된 세부과제는 ▲저개발국 5세 미만 영유아에게 효과적인 주사제형의 신 접합 콜레라백신 R&D 프로젝트(유바이오로직스·국제백신연구소·하버드의대) ▲저개발국가의 필수백신 접종률을 높일 수 있는 6가 백신(DTwP-HepB-Hib-IPV)의 제조공정 R&D 프로젝트(LG화학) ▲1회 투약 말라리아 신약 후보물질의 경제적이고 안전한 연속 공정 기술 R&D 프로젝트(SK바이오텍·MMV(Medicines for Malaria Venture)) ▲삼일열 말라리아 치료제에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는 G6PD 결핍증 환자 선별을 위한 G6PD 현장진단기기의 저개발환경 맞춤 기술 R&D 프로젝트(SD바이오센서·PATH(Program for Appropriate Technology in Health)) ▲분자진단 이용 4가지 결핵 약제 내성 동시 확인 가능한 광범위약제내성결핵 현장진단장치 R&D 프로젝트(바이오니아·FIND(Foundation for Innovative New Diagnostics)·국제결핵연구소) 등이다.

세계적으로 공적개발원조(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조달시장 규모는 올해 2월 기준 210조 8112억원에 이른다. ODA 조달시장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UN 공공조달시장 규모는 2017년 기준 186억 달러(22조 782억원)이며, 이 가운데 한국의 UN 조달 규모는 2억180만 달러(2395억원)로 전체의 1.08%를 차지하고 있다. UN 조달시장에서 의약품은 26억 4100만달러(3조1203억원), 의료기기는 7억 3560만달러(8695억원)를 차지한다. 우리나라 기업 비중은 의약품 1억 5550만달러(1838억원·5.9%), 의료기기는 1240만달러(147억원·1.6%) 수준이다. 주목할 점은 UN 조달시장 유망품목 1, 2위로 의약품·의료기기가 꼽히고 있는 가운데 보건의료 R&D 관련 제형개발, 제조기술 개선 등에서의 국내 기업들의 강점이 글로벌에서 인정받으며 ODA 조달시장에서 시장 규모를 꾸준히 넓혀가고 있다.

라이트펀드는 국내 생명과학기업들의 우수한 R&D 기술개발을 지원하며 글로벌 시장의 보건의료 관련 미충족 수요를 충족시킬 대안을 찾아나가고 있다.

아래에서는 라이트펀드 1차 사업에 선정된 5개 R&D 과제를 중심으로 주요 연구개발 상황을 점검한다.

라이트펀드의 다섯 번째 R&D 프로젝트는 분자진단을 이용해 4가지 결핵 약제의 내성을 확인할 수 있는 저자원환경 맞춤 차세대 광범위 약제내성결핵 현장진단장치 기술이다. 한국생명과학기업 바이오니아가 결핵 신속 진단시스템을 세계에 보급하는데 기여해온 FIND(Foundation for Innovative New Diagnostics)와 다제내성결핵의 국제협력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해온 국제결핵연구소와 함께 추진한다.

세계 공중 보건의 위협 '슈퍼 결핵' 빠른 진단에 성패 달려

2005년 남아프리카의 한 마을 투겔라 페리. 슈퍼 결핵이라 일컫는 광범위약제내성결핵이 세상에 처음 존재를 드러냈다. 이 마을의 스코틀랜드교회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52명의 결핵 환자가 1·2차 결핵치료제 투여에도 결국 사망한 원인은 광범위약제내성결핵 때문이었다.

결핵은 보통 약물치료를 받으면 호전되나 이 병원에서 치료받던 542명의 결핵 환자 중 221명이 가장 많이 쓰이는 1차 결핵치료제에 효과가 없었고, 2차 결핵치료제 투여에도 53명은 호전되지 않았다. 결국 광범위약제내성결핵 환자 53명 중 52명이 사망하면서 슈퍼 결핵이 세계 공중보건의 이슈로 떠올랐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결핵은 세계 10대 사망원인 중 하나로 2016년 기준 약 1040만명이 앓고 있으며, 2016년 한 해 동안만 130만명이 결핵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결핵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치료제 내성 결핵균에 감염된 약제내성결핵이다. 약제내성결핵은 심한 치료 부작용, 높은 치료 비용 부담, 오랜 치료 기간, 낮은 완치율 등 때문에 세계적으로 공중보건의 위기 이슈로 인식되고 있다. 약제내성결핵 환자 수는 2016년 기준 총 60만명으로 추정되는데, 전체 결핵 사망자 중 약제내성결핵 사망자가 24만명으로 치사율이 높다.

약제내성결핵은 대표적 결핵 치료제인 리팜피신과 아이소나이아지드(isoniazid) 모두에 내성을 보이는 결핵균에 감염된 다제내성결핵과 리팜피신·아이소나이아지드에 더해 퀴놀론계 치료제·항결핵주사제 중 한 가지 이상 약제에 내성을 보이는 결핵균에 감염된 광범위약제내성결핵으로 나뉜다. 특히 약제내성결핵은 여러 치료제에 내성이 있을수록 치료가 어렵고 사망률이 치솟는다.

국내 약제내성결핵 환자의 치료 결과를 조사한 연구에서 다제내성결핵 환자의 치료성공률과 사망률은 각각 46.2%와 9.3%였고, 광범위약제내성결핵 환자의 치료 성공률과 사망률은 29.3%와 26.7%로 여러 치료제에 내성이 있을수록 치료 결과가 나빴다.

약제내성결핵은 조기 진단이 치료의 성패를 가른다. 조기에 정확히 결핵균을 파악해 적절한 약제로 치료하는 것이 치료 성공률을 높이는 데다, 약제내성결핵균의 전파를 빠르게 차단해 공중보건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까닭이다.

느리게 자라는 결핵균…분자진단 기술로 신속 진단

결핵 진단과 약제내성검사는 균 도말검사와 배양검사로 진행한다. 기존에는 느리게 자라는 결핵균을 증식시켜 검사를 진행해 검사시간이 2∼8주 정도로 오래 걸렸다.

최근들어 유전자 이용 분자진단 기술의 발달로 진단 속도가 이전보다 훨씬 빨라졌다. 결핵균의 특정 DNA 염기서열과 리팜피신에 저항성을 보이는 염기서열을 증폭시키는 분자진단장비로 2시간 정도면 결핵 진단과 함께 가장 많이 쓰이는 결핵 치료제인 리팜피신에 대한 내성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분자진단은 분자생물학적 기술을 활용해 결핵 환자의 타액으로부터 균의 유전 정보를 담고 있는 유전자를 검사하는 방법으로 느리게 자라는 결핵균의 신속 진단에 활용되며 결핵 퇴치에 핵심 키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현재 시판되고 있는 테스트 기기는 리팜피신 내성에 대한 검사만 가능하다. 

바이오니아는 분자진단을 이용해 4가지 결핵 약제의 내성을 확인할 수 있는 저자원환경 맞춤 차세대 광범위 약제내성결핵 현장진단장치를 개발하고 있다.
바이오니아는 분자진단을 이용해 4가지 결핵 약제의 내성을 확인할 수 있는 저자원환경 맞춤 차세대 광범위 약제내성결핵 현장진단장치를 개발하고 있다.

4개 약제 내성 결핵균 진단 장치 국내 기술로 개발

바이오니아가 개발하고 있는 '저자원환경 맞춤 차세대 광범위약제내성결핵 현장진단장치'는 광범위약제내성결핵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 진단장치는 바이오니아가 보건복지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을 받아 개발해온 현장형 신속분자진단장비 IRON-qPCR 기술을 이용했다. 30분만에 결핵균 감염 여부와 함께 4가지 결핵 약제의 내성 결핵균까지 확인할 수 있다.  

김영훈 바이오니아 부사장은 "바이오니아는 결핵 약제로 가장 많이 쓰이는 리팜피신을 비롯 아이소나이아지드·플로로퀴놀론·아미노글리코사이드 등 4종의 약제에 대한 결핵균의 다양한 유전자 변이를 동시 검출하는 분자진단키트를 개발하고 있다"며 "분자진단키트에 사용되는 핵심재료는 합성 DNA(프라이머·프로브 등)인데 바이오니아는 384개 올리고 DNA를 동시에 합성하는 DNA 자동합성기를 개발하고, 100여 종의 DNA/RNA 원료물질까지 모두 개발 및 양산 시스템을 구축해 차세대 분자진단 개발 분야에서 핵심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바이오니아는 열악한 개도국의 저자원환경에서 검사가 널리 이뤄질 수 있게 장비와 시약의 내구성·경제성을 갖춘 진단장비를 개발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김영훈 부사장은 "바이오니아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장비·키트·원재료 등을 자체 개발했으며, 분자진단 핵심 기술까지 보유하고 있어 로열티 없이 경제적인 가격으로 분자진단제품들을 개발·생산할 수 있다"며 "혁신적인 설계를 통해 경제적인 가격으로 대량생산과 상온에서 유통이 가능한 진단키트를 개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진단장비가 세계 결핵 환자들의 진단에 널리 활용되기 위해서는 실제 환자의 검체를 활용한 다국가 임상평가로 유효성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FIND·국제결핵연구소 등과 긴밀하게 협력해 글로벌 임상평가를 수행할 예정"이라며 "세계 각국의 결핵 환자들이 처한 열악한 의료환경에서 약제내성결핵을 신속하게 진단할 수 있는 현장형 내성결핵진단키트는 결핵 퇴치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윤빈 라이트펀드 대표는 "바이오니아가 개발하는 저자원환경에서 최적화된 진단장치는 세계 공중보건의 위기를 몰고 올 수 있는 광범위약제내성결핵 진단까지 가능한 현장형 약물감수성 진단장치"라며 "저개발국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저가의 차세대 현장진단장비가 개발되면, 약제내성결핵의 치료 성공률을 높이고 사망률을 줄여서 2035년까지 결핵사망율을 95%, 결핵발생률을 90%까지 대폭 감소시키겠다는 WHO의 '결핵 근절 전략(End TB strategy)'에 효과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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