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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개설 위반했다고 급여비 환수할 수 없어!
중복개설 위반했다고 급여비 환수할 수 없어!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0.01.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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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중복개설(의료법) 위반했는데 요양급여비 환수(건보법) 법적 근거없어"
"의료법 VS 건보법, 입법 취지·규율 대상 달라"...건보공단 부당이득 환수처분 제동
ⓒ의협신문
ⓒ의협신문

중복개설 금지(의료법)를 위반했음에도 국민건강보험법을 적용, 요양급여비용을 환수해선 안된다는 대법원 판례가 굳어지는 모양새다.

의료법과 국민건강보험법은 입법 목적과 규율 대상이 서로 다른만큼 요양급여비용을 환수하는 법적인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취지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은 사람이나 보험급여 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에 대해 그 보험급여나 보험급여 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징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요양급여기준을 위반한 경우다.

과거 대법원은 국민건강보험법과 다른 법령(의료법 등)을 위반한 의료행위(요양급여)에 대해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경우"라고 판시했다.

하지만 최근 이와 다른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연이어 나와 주목받고 있다.

먼저 의료법상 중복개설 금지 위반 의료기관이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기관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한 대법원 판결(대법원 2019년 5월 30일 선고. 2015두36485 판결)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대법원은 2015두36485 판결을 통해 "설령 이미 다른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고 있는 의료인이 위 의료기관을 실질적으로 개설·운영했거나,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위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한 것이어서 의료법을 위반한 경우라 할지라도, 그 사정만을 가지고 요양급여비용을 환수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국민건강보험법은 의료법과는 목적이 다르므로 의료법 등 다른 법령 위반이 있더라도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를 청구할 수 있는지는 국민건강보험법의 취지를 고려해 독자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면서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한 요양급여를 실시할 수 있는 요양기관이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요양급여에 대한 비용 지급을 거부하거나, 위 의료기관이 요양급여비용을 수령하는 행위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에 의해 요양급여비용을 받는 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요양급여비용 상당액을 환수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문현호 대법원 재판연구관은 "대법원 2015두36485 판결은 국민건강보험법과 의료법의 입법 목적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 비록 의료법을 위반했다 하더라도 요양급여를 청구할 수 있는지는 국민건강보험법의 취지를 고려해 독자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밝힌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은 문언 그대로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이면 충분하다"고 언급한 문현호 연구관은 "의료법상 '개설 관련 규정'을 일부 위반했어도 국민건강보험법의 취지에 비춰 '요양기관'에 해당한다는 견해가 대법원에서 굳어지고 있다"며 "의료법에 위반된 의료기관 또는 의료행위라고 해서 곧바로 허용되지 않는 요양급여라고 볼 수 없고, 국민건강보험법의 취지에 따라 개별적으로 심사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대법원 판결을 지지하는 판결(대법원 2017두59284 판결, 2019년 11월 28일 선고)이 하나 더 있다.

의료법이 아닌 다른 법령(식품위생법)을 위반한 사안이다.

건보공단은 의료기관이 식품위생법상 집단급식소 설치 신고를 하기 전 환자에게 제공된 식사에 관한 요양급여비용을 수령한 것은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정한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경우'에 해당한다며 부당이득금 징수처분을 했다.

하급심에서는 건보공단의 처분을 적법하다고 봤지만, 대법원은 건보공단의 처분을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국민건강보험법과 다른 개별 행정법률의 입법 목적 및 규율 대상의 차이를 염두에 두고 국민건강보험법상 보험급여기준의 내용과 취지 및 다른 개별 행정법률에 의한 제재 수단 외에 국민건강보험법상 부당이득 징수까지 해야 할 필요성의 유무와 정도 등을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요양기관이 건강보험의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에게 식품위생법상의 인력·시설기준을 갖춰 환자 식사를 제공했다면, 비록 집단급식소 설치 신고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식사가 제공됐다고 하더라도 위 요양기관이 식대 관련 요양급여비용을 수령하는 행위가 '속임수가 그 밖의 부당한 방법에 의해 요양급여비용을 받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요양기관이 집단급식소를 설치·운영하면서 식품위생법상 사전 신고 의무를 위반한 경우 식품위생법 규정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재를 하는 외에 요양급여비용으로 수령한 식대까지 국민건강보험법상 부당이득 징수의 대상으로 봐야 할 정도의 공익상 필요성을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김주성 변호사(법무법인 반우)는 "식품위생법을 위반했더라도,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기관 자격이 부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판결"이라며 "앞으로 의료법 및 다른 법령을 위반한 이유로 건보공단이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을 적용해 부당이득금을 징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현호 대법원 재판연구관도 "대법원 2017두59284 판결은 다른 법령(의료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국민건강보험법에 근거해)내린 부당이득 징수처분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허용되기 어렵다는 점을 밝혔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부당이득의 징수) 제1항
① 공단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은 사람이나 보험급여 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에 대하여 그 보험급여나 보험급여 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징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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