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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법 때문에 수술 지연?…전공의들 '뿔났다'
전공의법 때문에 수술 지연?…전공의들 '뿔났다'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19.12.1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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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대학병원 외과수술 지연 이유, 전공의법' 보도 반박
박지현 회장 "인간적인 삶 유지 위해, 전공의법 지켜져야!"
대한전공의협의회 ⓒ의협신문
대한전공의협의회 ⓒ의협신문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전공의법)' 시행으로, 대학병원 외과수술이 지연되고 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전공의들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전공의법은 최소한의 인간적 삶을 위한 장치이며 불법 의료인력 등으로 인해 정작 외과 전공의가 수술방에 들어가기 어렵다는 진단도 함께 나왔다.

동아일보는 9일 '전공의 주 80시간 근무에 수술 급감…대기 환자들 속 탄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전공의법으로 전공의 수련 시간이 80시간으로 단축되면서 외과 수술이 지연, 환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대전협은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보도에서는 '수술 절벽'이란 극단적 용어를 사용해, 전공의법의 내용과 서울대병원 외과 수술 건수를 단순 비교했다"며 "마치 외과 수술이 감소한 이유가 전공의 수련 시간 단축인 것처럼 설명했다"고 비판했다.

전공의들은 과중한 수련 시간으로 인한  '과로'가 환자안전에 큰 문제를 끼칠 수 있다고 호소했다.

서울지역 S대학병원 A전공의는 "환자들에게 묻고 싶다. 36시간 이상 잠 못 자고 일한 전공의 혹은 교수에게 수술을 받고 싶은가?"라면서 "동아일보의 기사는 전공의법 시행으로 수술 건수가 줄어들어 환자들의 불만이 생긴 것으로 호도했다"고 꼬집었다.

대전협이 3월 시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전공의의 과로가 환자 안전에 위해가 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설문에 참여한 660여 명의 전공의 중 '불충분한 수면으로 업무를 안전하게 수행하는 것에 불안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는지'에 관한 질문에 70.2%가 '항상 또는 자주 있다'고 답한 것.

전공의들은 '36시간 연속해서 잠을 자지 못한 채 근무했다', '이러다 죽겠다 싶은 생각을 하며 새벽까지 일한다', '집중력이 떨어져 무거운 수술 도구를 나르다 다쳤다', '환자를 착각해 다른 환자에게 검사하거나 투약할 뻔한 적이 있다'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불법 의료인력 등으로 인해, 오히려 외과 전공의들이 수술방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는 한탄도 나왔다.

서울지역 C수련병원 B전공의는 "그저 수술이 좋고,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하고 싶어 소위 기피 과목인 외과로 진로를 결정했다. 그럼에도 외과 전공의가 수술방에 들어가기는 하늘의 별 따기"라며 "수술방엔 간호사가 들어간다. 전공의는 수술방 밖에서 각종 잡일에 시달리며 발을 동동 구른다"고 털어놨다.

B전공의는 "전공의를 제대로 가르칠 생각은 하지도 않고, 값싼 인력으로만 치부하는 병원과 전공의가 없어 수술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교수들을 보면 비참하고 처절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대전협은 "왜곡된 의료시스템을 지금까지 끌고 온 모든 이에게 책임이 있다. 전공의의 안전을 보장하고, 제대로 된 시스템 내에서 교육을 받아야 수많은 환자의 안전 또한 보장할 수 있다"면서 "전공의의 삶과 인권을 갈아 넣어, 하루에 수십 개씩 수술하던 시절이 옳은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박지현 대전협 회장 역시, 동아일보 보도에 대해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전했다.

박지현 회장은 "전공의법 시행 이전 평균 근무시간은 주 100∼120시간에 달했다. 당연히 이뤄져야 할 수련병원의 적절한 의료인력 확충을 지속해서 요구했다"며 "이제야 겨우 교육의 질과 환자의 안전을 이야기하기 시작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환자 안전과 제대로 된 교육, 그리고 전공의의 인간적인 삶을 위해 전공의법을  지켜야 한다"면서 "서울대병원 외과의 주장이 마치 모든 수련병원 외과의 생각으로 오해할까 봐 염려된다"고 말했다.

박지현 회장은 "수십 년 동안 잘못을 바로잡지 못하다 보니 불법 의료인력과  같은 부작용이 나온 것이다. 왜곡된 의료시스템을 정상화하기 위한 첫 발걸음이 전공의법이 규정한 근무시간 제한"이라며 "잘 가르치는 병원과 수술을 공장처럼 많이 하는 병원은 분명 다르다. 서울대병원 외과는 환자 안전을 위해 더 적극적인 노력을 하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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