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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퇴원명령 어긴 정신병원 "불법 감금" 낙인
지자체 퇴원명령 어긴 정신병원 "불법 감금" 낙인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9.11.1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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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의사-환자 간 진료계약 보다 환자 기본권 보장해야"
"입원할 수 없는 환자진료 위법…요양급여 환수 적법" 판단
ⓒ의협신문
ⓒ의협신문

퇴원명령이 나왔음에도 이를 지연하고, 그 기간동안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은 것에 대해 요양급여비용을 환수처분한 것은 적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의료기관과 환자 간의 진료 계약이 아닌 정신보건법에서 정한 환자의 '기본권(자유권적 기본법) 보호'에 초점을 맞춘 이번 판결에 따라 앞으로 정신병원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관할 지방자치단체장이 '퇴원명령'을 한 경우 정신질환자를 즉각 퇴원시켜야 할 것으로 보인다. 퇴원해서 갈 곳이 없는 경우에는 입원환자의 주소지나 현재지를 관할하는 지방자치단체장에게 환자를 인계해 줄 것을 요청하는 절차를 진행해야 할 전망이다.

A정신병원은 지자체장으로부터 퇴원명령서를 받았음에도 입원환자를 계속 입원시키고, 퇴원명령 이후 기간동안의 요양급여비용을 건보공단에 청구했다.

건보공단은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을 제시하며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았다"면서 4459만 원을 환수처분했다.

A정신병원은 "퇴원명령은 원고에게 환자들을 퇴원시킬 의무만을 부과할 뿐, 그 자체로 원고와 환자 사이의 진료 계약을 무효로 하는 효과가 없다"면서 "의사와 환자 사이의 진료 계약의 효력 규정에 위배되므로 건보공단의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은 무효"라며 서울행정법원에 환수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지자체의 퇴원명령은 실질적인 의학적 관찰과 판단 없이 형식적인 서류 심사만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한 A요양병원은 "하자가 있는 퇴원명령으로 건보공단이 요양급여비 환수처분을 승계하는 것도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은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은 "구 정신보건법은 정신질환자의 신체의 자유나 거주·이전의 자유 등에 대한 제한을 최소화하기 위해 입원 요건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고, 심사 결과에 따라 퇴원명령을 받은 때에는 해당 환자를 즉시 퇴원시키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 정신질환자의 신체의 자유를 보장한 법안의 취지에 무게를 실었다.

특히 정신질환자의 정신의료기관 등 입원 경로를 자의 입원(법 제23조), 보호 의무자에 의한 입원(법 제24조), 시장·군수·구청장에 의한 입원(법 제25조), 응급입원(법 제26조)으로 구분, 정신질환자의 입원 및 퇴원 요건을 정한 것은 환자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짚었다.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정신의료기관의 장이 지자체장으로부터 퇴원명령을 받았음에도 해당 정신질환자를 계속 입원시키고, 건보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해 지급받은 행위는 요양급여비용으로 지급받을 수 없는 비용에 해당한다"면서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요양급여비용을 받은 상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첫 입원일로부터 6개월이 지나기 전에 전문의 진단, 보호 의무자 동의, 심사청구 등의 절차를 모두 마치지 못한 경우나, 심사 결과 지자체장으로부터 퇴원명령을 받으면 환자를 즉시 퇴원시키지 않은 것은 정신질환자의 신체의 자유나 거주·이전의 자유 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위법한 감금행위로써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라고 판단했다.

"구 정신보건법이 정한 입원 경로별 입원 요건을 갖추지 못한 환자를 임의로 정신의료기관에 입원시켜 진료할 수 없다"고 지적한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퇴원명령에 반하는 계속 입원 진료행위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위법한 감금행위일 뿐만 아니라, 애초에 입원 진료를 할 수 없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입원 진료행위로서 그 자체로 위법하므로 정신질환자에게 제공된 적법한 요양급여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1심 판결에 불복한 A정신병원은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했으나, 재판부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는 입원환자를 퇴원시킬 때 입원환자의 주소지나 현재지를 관할하는 지자체장에게 환자를 인계해 달라는 절차가 가능했음에도 이를 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추가로 판단했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는 "퇴원명령 대상 정신질환자를 보호 의무자에게 인계하기 곤란한 상황이라도 정신질환자의 관할 주소지·현재지 지자체장에게 인계해 보호하도록 하는 방법을 취하는 절차도 가능했기 때문에 퇴원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행위를 정당행위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김준래 변호사(국민건강보험공단 선임 전문연구위원)는 "정신병원에서 관행적으로 환자를 지연 퇴원시키고, 그 기간 동안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은 사례에 대해 환자의 기본권 보호를 중심에 두고 고등법원이 선고한 첫 판결"이라며 "의료기관과 환자 간의 진료 계약의 효력과 무관하게 정신보건법령에 따른 퇴원명령을 위반하는 경우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을 수 없다는 기준을 제시한 판결"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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