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학술대회 중 긴급 상임이사회…"결사 저지" 결의
'청구 간소화' 이면엔 '지급 거부'…국민·의료계 다 '손해'
최근 발의된 실손보험 간소화 개정안이 오히려 국민과 의료기관 모두에 손해로 돌아올 것이란 의료계 진단이 나왔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를 저지하기 위한 총력전을 예고했다.
의협은 종합학술대회 개최 기간인 11월 2일 저녁, 대회장에서 긴급 상임이사회를 개최하고, 국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실손보험 청구 전자화와 청구 간소화를 위한 보험업법 개정안을 저지하는 데 총력을 집중키로 결의했다.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과 전재수 의원은 실손보험 청구 전자화와 청구 간소화를 담은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의료기관에 대해 실손보험 계약자와 피보험자가 요청할 때 진료비 증명서류를 전자문서 형태로 전송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또, 의료기관이 보험사에 서류를 보낼 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또는 전문 중계기관을 경유토록 명시했다.
의료계는 "보험업계가 실손보험으로 인한 심각한 적자를 호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소비자의 편의를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청구 간소화를 숙원사업으로 추진하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가입자의 보험금 청구를 간소화하는 것이 아니라 보험사가 가입자의 질병 관련 정보를 쉽게 획득하기 위한 것"이라며 "결국 이렇게 얻은 질병정보를 바탕으로, 보험사는 보험금 청구를 거부하거나 보험 가입 또는 연장 거부의 근거를 쌓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의료기관들이 실손보험 가입 관계에 있어, 전혀 당사자가 아닌데도 어떠한 대가 없이 청구업무를 강제로 대행하게 하는 것 역시 부당하다는 게 의료계의 입장이다.
의협은 "환자 정보를 중계하는 심평원이나 전문 중계기관을 통해 개인정보가 누출되거나 악용될 소지가 있다"면서 "특히 정부 기관인 심평원이 사기업인 보험업계를 위해 업무를 수행하는 점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박종혁 의협 대변인은 "의협 긴급 상임이사회에서는 이런 중대한 문제가 있는 법안에 대해, 최근 정부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가 입장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면서 "의협이 중심이 되어, 전 의료계가 함께 다각적인 접근을 통해 결사 저지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휴대폰 앱으로 서류를 찍어 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집요하게 의료기관이 의무적으로 보내도록 요구하는 이유는, 결국 보험사가 근거를 충분히 마련해서 액수가 큰 청구를 거부하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는 것"이라며 "청구 간소화로 인해 이익을 보는 것은 오직 보험업계뿐이며 국민과 의료기관은 모두 손해를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회원과 산하단체에도 이런 문제를 집중 홍보하고, 의료계 내부적인 단결을 바탕으로 국민에게 문제점을 알릴 것"이라고 밝힌 박 대변인은 "법안을 발의한 두 의원에 대해서도 강력한 규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