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3-28 17:57 (목)
"스타벅스 옆 병원은 다 잘된다?" '스세권'을 아시나요
"스타벅스 옆 병원은 다 잘된다?" '스세권'을 아시나요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19.10.03 19:04
  • 댓글 1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료계 떠도는 '스세권=필승' 공식, 개원가 실제 반응은…?
부동산 관계자 "프렌차이즈의 까다로운 입지 선정 반영"
개원의협의회장 "저수가 속, 수입 대비 임대료 등 고려해야"
서울 소재 스타벅스 건물 전경 ⓒ의협신문 홍완기
서울 소재 스타벅스 건물 전경 ⓒ의협신문 홍완기

'스세권'. 전철역과 가까운 '역세권'에서 파생한 신조어로, 도보로 스타벅스를 이용할 수 있는 위치를 뜻한다. 비슷한 신조어로 '맥(맥도날드)세권', '편(편의점)세권', '몰(대형 쇼핑몰)세권' 등이 있다.

개원에 관심 있는 의사들 사이에서도 '스세권'은 큰 관심거리다.

최근 의료계 유명 D커뮤니티에는 "누군가 스세권은 필승이라고 얘기하던데, 스타벅스 주변에 의원 없으면 개원 명당이 맞느냐"는 글이 올라왔다.

댓글에는 "어디에 그런 곳이 있느냐. 대박 자리다", "너무 믿지 말라. 우리 동네는 스벅건물 병원 매물 나왔다" 등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실제 개원가 의사들의 '스세권' 선호도는 어떨까. 개원의들에게 '스세권'에 대해 물었다.

A원장(서울·개원의)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논쟁이 될 수 있지만, 역세권으로 불리는 곳과 '스세권' 등이 겹치는 곳이 대부분인 것 같다. 환자가 편하게 올 수 있는 장소가 병원을 포함해, 경영이 수월하다는 평가가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은행 인근 지역이 병원 경영에 유리한 장소라는 의견도 있었다.

B원장(서울·개원의)은 "스타벅스보다는 국민은행 등 저축은행 인근 병원이 잘 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낮 동안의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이 아무래도 환자의 접근성도 높은 곳이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가 돌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스타벅스가 오히려 주차 등이 어려워, 꺼린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C원장(세종·개원의)은 "나 역시 스세권은 필승이라는 이야기를 듣긴 했다. 하지만 미용·성형 등 일부 과에 한정적인 이야기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을 보면, 요새는 그마저도 크게 연연하지 않는 것 같다. 어설픈 스세권은 주차만 어렵게 해 오히려 피한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다"고 털어놨다.

C원장은 "나의 경우, 실제 개원 시 아파트 단지 등 주변 세대수, 동종 병원 인접 여부, 교통 편리성, 주차시설 등을 고려했다. 하지만, 근처에 스타벅스는 없다"고 웃으며 말했다.

부동산 관계자는 "예전에는 교통이 편리한 '역세권' 위주의 거주 시설을 선호했다면, 스타벅스나 맥도날드 등 프랜차이즈점 인근을 선호하는 분들이 크게 늘었다"며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이런 변화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특별히 병원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프랜차이즈점 등은 브랜드 이미지 관리를 위해 자체적으로 유동인구 등 상권을 분석한 뒤 허가를 하고 있다. 까다로운 입지 선정 과정을 마친 곳이라는 '확인된' 상권이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옛날에는 개원할 때, 한 번 개원하면 이곳에서 평생 진료하겠다는 마음을 가진 의사들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개원해도, 성공적으로 자리 잡기가 상당히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며 "'스세권' 등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역시 이런 흐름에서 나온 측면이 크다. 확신할 수 있는 작은 근거라도 찾고 싶어 하는 간절함이 느껴져 마음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스타벅스가 들어서면, 아파트 가격도 오른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만큼 사람들이 선호하는 장소라는 의미인 것 같다"며 "하지만 유동인구가 많고, 상권이 발달한 만큼 임대료 등 지출 비용 역시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저수가 체계에서 환자를 많이 본다고 해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보장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김동석 회장은 "실제 주변에서는 스타벅스보다는 보건소나 전국적 규모의 건강검진센터 인근을 피해야 한다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며 "이것 역시, 보건소에서 예방 역할이 아닌 진료의 영역을 침범하고, 일부 건강검진센터 등에서 덤핑을 통해 동네의원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보여, 씁쓸하다"고 전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