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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딸 논문 저자권 논란…출판윤리 가이드라인은?
조국 딸 논문 저자권 논란…출판윤리 가이드라인은?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9.09.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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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여도가 가장 높은 사람 제1저자' 규정…고등학생이 요건 충족 의문
저자 자격 의학논문 민낯 드러나…연구자들 연구·출판윤리 중요 과제
ⓒ의협신문
그래픽 / 윤세호기자 seho3@kma.orgⓒ의협신문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이 고등학생 시절 작성한 의학논문에 제1 저자로 등재돼 논란이 일면서 의학논문 출판윤리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고교 재학 중인 학생이 의과대학의 연구실을 찾아 연구를 돕고, 영어로 논문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논문의 제1 저자가 되기 위한 조건을 충족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

제1 저자는 논문 초안과 연구에 가장 많이 기여한 자를 말하는데, 과연 조국 후보자의 딸이 의과대학 교수의 지도하에 연구실에서 2주간 인턴을 하면서 이런 조건에 부합했는지 여부가 논란의 핵심이다.

이런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의학계에서는 의학논문 출판윤리와 관련 가이드라인을 얼마나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는지, 그리고 제1 저자가 되기 위한 조건을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의학논문 출판윤리 가이드라인, "기여도 가장 높은 사람 제1저자"
대한의학회 산하 대한의학학술지편집인협의회 '의학논문 출판윤리 가이드라인'(3판)과 국제의학학술지편집인위원회(ICMJE)의 저자 자격 기준에 따르면 '논문 작성에 기여도가 가장 높은 사람이 제1 저자가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의학논문 출판윤리 가이드라인은 국내 최고 석학 19명이 집필진으로 참여해 ▲연구윤리(생명윤리, 동물실험윤리, 이해관계, 인공지능 임상검증, 빅데이터 연구윤리, 개인정보 보호, 위조·날조·변조·표절) ▲출판윤리(중복출판, 저자 자격, 전문가 심사, 이미지 조작, 인용 조작) ▲저작권과 자료 공유(저작권, 임상시험 자료 공유, 임상시험 등록) ▲기타 윤리(특허 관련 윤리, 가짜 학술지, 논문 취소, 자료 보존, 광고와 홍보)에 대한 기준을 정했다.

이 중 조국 후보자 딸의 경우는 '저자 자격'(Authorship)과 깊은 관련이 있다. 저자 자격에서 제1 저자 등에 대한 기준을 정하고 있는데, 의학계에서는 과연 이 기준에 합당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구를 열심히 하는 연구자도 SCI급 학술지에 논문이 실리기 어려운데, 2주 인턴 생활을 한 고등학생이 어떻게 제1 저자로 이름을 올릴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의혹이 이번 기회에 밝혀져야 한다는 것.

논문 부정 많아 ICMJE도 저자의 자격 요건 충족 강화
가이드라인은 ICMJE의 권고 기준을 오래전부터 따르고 있다. 2008년 개정된 ICMJE의 기존 저자 자격 기준에서는 연구에 참여하거나 논문 작성에 기여한 경우, 그리고 논문 최종본에 승인한 경우를 포괄적으로 저자 자격으로 인정해 왔다.

하지만, 논문 부정과 관련한 문제가 생길 때마다 저자가 본인의 책임을 부인하는 사례가 많았다. 이에 ICMJE에서는 2013년 개정판을 발행해 이전 기준을 모두 만족시키면서 논문의 진실성을 책임지는 데까지 저자의 자격 기준을 확장했다.

ICMJE에서는 저자의 자격 요건을 ▲연구의 구상이나 설계에 실질적인 기여, 또는 자료의 획득·분석·해석 ▲연구 결과에 대한 논문 작성 또는 중요한 학술적 부분에 대한 비평적 수정 ▲출판되기 전 최종본에 대한 승인 ▲연구의 정확성 또는 진실성에 관련된 문제를 적절히 조사하고 해결할 것을 보증하며 연구의 모든 부분에 책임을 지는 것에 동의 등 4가지 항목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로 정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이 '제1 저자'로 되어 있는 의학논문 원본.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이 '제1 저자'로 되어 있는 의학논문 원본.

책임저자 따라 '제1 저자' 되느냐 마느냐…합리적 의심 충분
저자는 크게 '책임저자'와 '기여자'로 구분한다.

책임저자는 논문 투고 과정 동안 학술지와 교신하면서 학술지 투고 절차에 따라 저자들의 상세 정보를 제공하고, 연구윤리 심의나 임상시험 등록 및 이해관계 등과 관련한 제반 문서를 완비하는데, 일차적인 책임은 책임저자에게 있다.

단, 이들 업무를 한두 명의 공저자와 분담할 수도 있다. 책임저자는 논문 투고와 심사 과정에 걸친 전 과정에서 편집진과 적시에 교신할 수 있어야 하고, 출판 후에도 저작물에 대한 비평이 있으면 이에 회신할 수 있어야 한다.

저작물에 대한 의문이 제기돼 학술지가 추가적인 자료나 정보를 요청하면 이에 협조해야 한다. 최근에는 투명성을 강조하기 위해 논문의 교신을 책임지고 있는 책임저자 이외에 'guarantor'라고 해 논문의 연구 진실성을 책임지고 보증하는 사람을 표시하기도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 의학계 등에서는 책임저자의 고유 권한이 강했고, 책임저자에 따라 논문에 어떤 저자로 올라가는지가 결정됐던 것을 고려하면 조국 후보자 딸의 '제1 저자' 표기는 합리적 의심에서 벗어나지 못한 셈이 된다. 이 때문에 대한의사협회도 해당 교수를 의협 중앙윤리심의위원회에 회부한 상황이다.

여러날 밤새면서 실험한 연구원도 '감사의 글' 거명에 만족
ICMJE에서 요구하는 저자 자격 요건을 한 가지라도 충족하지 못하는 저자는 기여자(non-author contributor)로 간주한다.

연구비 획득, 연구 과정의 감독, 행정 지원, 원고 정리를 포함한 단순한 원고 교정, 언어 교정, 최종 원고 교정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또 임상 연구에서 저자 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 개별적으로 기여자로 기록하거나 임상 조사자(clinical investigators), 참여 조사자(participating investigators) 등으로 기록하며, 기여자를 기록할 경우 과학 자문(scientific advisors), 연구 계획의 정밀 검토(critically reviewed the study proposal), 자료 수집(collected data), 대상 환자의 치료 및 자료 제공(provided and cared for study patients) 등과 같이 그 역할을 상세하게 기술해야 한다.

이 밖에 논문을 투고할 때 감사의 글(acknowledgement)에 기여자로 기록된 모든 사람으로부터 기여자임을 확인했다는 서면 승인을 받아 함께 제출해야 한다.

이처럼 저자의 자격도 다양하고, 기여도에 따라 논문에 자신의 이름이 올라가기는 여러 검증이 필요하다.

연구원이 열심히 실험 등에 참여하면서 밤샘을 하더라도 감사의 글에 거명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제1 저자'로 등록되는 것은 상당히 영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논문 작성에 최고로 기여를 했다는 것을 인정받는 값진 선물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제1 저자' 보다 '선물 저자'였을 가능성 크다
부당한 저자의 예도 여전히 존재한다. 많은 공헌을 했음에도 저자에서 누락됐거나, 본인의 동의 없이 저자로 표기된 경우, 일단 저자가 됐는데 논문에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회피하는 경우 등이 바로 그것.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초청 저자'는 심사 중 혹은 출판 후 논문의 평판에 영향을 주기 위해 논문에 상당한 기여가 없는데도 저자로 표기하는 경우를 말한다.

'선물 저자'는 해당 분야의 대표나 원로를 그냥 저자로 기재하는 경우이고, '유령 저자'는 저자 자격이 충분함에도 저자 리스트에서 누락되는 경우로, 제약회사 후원 논문 등에서 많이 관찰된다. 이런 유형의 저자는 이전에 빈번했으나 점점 줄어가는 추세다.

대한병리학회 이사장까지 역임했던 서정욱 서울의대 교수(병리학교실)는 "이번 조국 후보자 딸의 논문은 지극히 특수한 사안이어서 함부로 얘기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대학 입시 일정에 맞춰 받은 '선물 저자(gift author)'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조심스럽게 지적했다.

대한의학회 산하 대한의학학술지편집인협의회에서 발간한 '의학논문 출판윤리 가이드라인'(3판) 가이드라인에서는 '논문 작성에 기여도가 가장 높은 사람이 제1 저자가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한의학회 산하 대한의학학술지편집인협의회에서 발간한 '의학논문 출판윤리 가이드라인'(3판) 가이드라인에서는 '논문 작성에 기여도가 가장 높은 사람이 제1 저자가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병리학회지 편집인, 저자 자격 확인 충분히 했나?
저자 자격에 대한 확인도 중요하다.

학술지 편집인은 논문을 투고 받을 때 공동 저자로 표기된 모든 사람이 학술지가 요구하는 저자 자격 기준을 충족한다는 것과 저자를 고의로 누락하지 않았다는 것, 또한 논문의 완전성에 대해 책임진다는 것을 확인하고, 저자별로 해당 논문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기재해 서명날인한 서류를 함께 받아야 한다.

또 저자 자격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은 기여자로 간주하며, 투고할 때 이들의 동의서도 받고 'acknowledgement'란에 기록한다.

이번에 대한병리학회지에 실린 조국 후보자의 딸에 대한 논문과 관련 병리학회지 편집인들이 이런 과정을 거쳤는지도 확인이 필요하다는 게 의학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저자 수와 순서는 이공계열과 인문계열에 따라 관련 사항이 다를 수 있다.

저자의 순서는 전적으로 저자에 의해 결정되며 편집인은 관여하지 않는다. 대부분 '논문 작성에서 기여도가 가장 많은 사람이 제1저자'가 된다. 조국 후보자의 딸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공계열 논문에서는 논문에 가장 기여도가 많은 사람을 제1 저자로 하고 최종 저자는 대개 연장자인 경우가 많다.

인문계열의 경우 저자 수가 적어 1인 저자일 때가 많지만, 여러 명일 경우 알파벳 순으로 나열하기도 한다. 알파벳 순으로 나열되지 않았다면 저자의 순서가 기여도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논문 투고 후 저자의 순서를 바꾸려면 저자 모두의 동의를 구하고 서명한 증빙을 제출해야 한다.

대한의학회, "해당 논문 참여 저자 실제 역할 파악" 권고
조국 후보자 딸의 의학논문 제1 저자 표기와 관련 대한의학회는 "실제 이 연구가 진행된 시기와 제1 저자가 연구에 참여한 시기를 고려하면 해당자가 저자 기준에 합당한 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저자의 순서 결정은 모든 저자의 동의를 받고 책임저자가 결정하는 것이 통상적 원칙"이라며 "이 원칙이 어떻게 적용됐는지 살펴야 하고, 단국의대와 대한병리학회의 의학 연구윤리 정도 확립도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대한의학회는 "다만, 저자의 충실성 여부가 논란이 된 현시점에서 권위 있는 학술지로서 해당 논문 참여 저자의 실제 역할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IRB 승인기록 등에 대한 진위 확인과 후속 조치를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대한의학회는 이번 사태와 같은 일을 막기 위해 향후 연구윤리에 관한 규정을 강화할 계획이다.

고등학생의 연구 참여는 권장할 사항이지만, 부당한 연구 논문 저자로의 등재가 대학 입시로 연결되는 부적합한 행위를 방지하도록 노력하겠다며 공헌자(contributor) 혹은 감사의 글(acknowledgement)에 이름과 참여 내용을 명시하는 방법 등을 권고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대한병리학회는 지난 23일 대회원 서신문을 통해 학회의 공식 입장을 밝혔다.

서신문에 따르면 해당 논문은 투고, 심사, 게재에 이르는 모든 단계에서 원칙이 적용됐으며 논문 출판 자체에는 문제가 없고, 논문의 내용에 대한 학술적인 측면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한병리학회는 ▲6명의 저자에 대한 자격 ▲소속 기관 표기의 적절성 ▲해당자의 제1 저자 역할 가능 여부 ▲기관연구윤리심의위원회 승인에 따른 적절한 연구인지 여부 등을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병리학회에서도 조국 후보자의 딸이 제1 저자로 합당한 것인지를 살피겠다는 것.

의학논문 민낯 드러나…연구윤리·출판윤리 중요한 과제
조국 후보자 딸의 사례를 계기로 국내 연구자들도 출판윤리를 더 엄격하게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내 연구자들이 '약탈적 저널'에 조심해야 하고, 국내 학술지들도 인용지수를 늘리기 위해 편법을 사용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는 것.

홍성태 대한의학회 간행이사는 '약탈적 저널'에 국내 연구자들 논문이 도둑맞고 있다며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암 전문 국제 학술지 <온코타겟>이 2018년 메드라인(Medline) 등재학술지에서 탈락한 데 이어 SCIE 등재학술지에서도 퇴출당한 것을 예로 들었다.

홍 간행이사는 "앞으로 영리만을 목적으로 하는 학술지이거나 저자부담금만 내면 100% 논문이 게재되는 학술지, 그리고 논문 투고 수가 이유 없이 갑자기 많아지거나, 자가 인용이 많아지는 학술지 여부를 잘 구분해 논문을 투고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가짜 저널'에 대해서도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홍 간행이사는 "검색엔진에 노출되기 위한 무분별한 키워드, 아마추어 같은 홈페이지 디자인 및 작동하지 않는 링크, 문장의 문법이 이상하거나 내용이 부실, 잘못된 Metrics 표기, 아티클을 찾기 어렵고 이슈별로 정확히 정리되지 않으면 가짜저널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금전적 손해뿐만 아니라 소중한 연구저작물이 도둑맞지 않도록 투고 전에 확인하고 또 확인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2017년에는 국내 학술지가 자신들의 학술지를 인용하면 사례금을 주겠다고 해 윤리적으로 논란이 된 경우도 언급했다.

학술지 인용지수를 늘리기 위해 금전적 유인책을 이용한 것인데, 대한의학회는 "인위적으로 특정 학술지를 참고문헌에 올리도록 하는 행위는 저자의 학문적인 자율성을 침해할 뿐 아니라 국제학계에서는 편집인 윤리에 어긋나는 비윤리적인 행위로 간주하고 있다"라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한편, 대한의학회 관계자는 "연구윤리와 출판윤리는 의사들에게도 중요한 과제"라면서 "조국 후보자 딸의 논문 논란을 계기로 의사들도 논문 작성 시 저자 자격 요건을 꼼꼼하게 살피고, 출판윤리에 대해 좀 더 신경 써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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