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여자
언제나 왕관을 쓴 장미꽃
멀리서도 나를 뜨겁게 하고
무명저고리 단아한 들꽃은
달아오른 나를 소박하게 한다
그들은 모두 한결같이 꽃이다
들꽃은 장미를 시샘하지 않아서
장미는 그 미모 애쓰지 않아서
마음이 빛깔보다 영롱하다
장미는 고혹한 향기 그대로
들꽃은 화장기 없는 얼굴
풋풋한 맨살 냄새가 좋다
하늘이 손을 거두어 갈 때
그들 겸허한 지혜는 번쩍거리며
당당하게 고개 숙인다
어린 씨앗 매달고 너른 품은 남아
그 온기 그지없이 거룩하다
양손에 꽃을 든 사람 하나 있나니
당신은 꽃보다 아름답다
전 한림의대 산부인과 교수(2015년 정년퇴임)/<열린시학> 등단(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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