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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미국의사회(AMA) 대의원총회 참관기
2019 미국의사회(AMA) 대의원총회 참관기
  • 안덕선 의료정책연구소장 desk@doctorsnews.co.kr
  • 승인 2019.06.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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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다른 미국의사회 회무 연속성·전문성 역점
최고 전문가다운 성숙한 분위기…미국 정부 깊은 신뢰·정책 파트너
안덕선 의료정책연구소장
안덕선 의료정책연구소장

미국의사회(AMA)의 대의원총회는 연례행사로써 미국의사회를 구성하는 모두가 함께 참여하는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 속에서 가장 상위의 의사결정체 회의로 올해에도 시카고에서 성대히 개최됐다. 매년 같은 날짜에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것이 특징이다. 올해 총회를 참관하면서 무엇보다도 관심을 끈 것은 대의원 의장과 이사회 회장 모두 여성이 '수장'을 맡고 있어서 미국에서의 자연스러운 여권의 위상을 현실적으로 실감했다.

대의원 총회가 열리기 전 미국의사회의 특별한 배려로 대한의사협회(KMA) 대표단을 위해 약 한 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을 할애해 줬다. 한국 대표단은 미국의사회의 간결하고 명확한 의사결정 구조에 대해 질의응답 시간을 통해 많은 것을 느끼며 배울 수 있었고, 대한의사협회 운영 방식과 의사결정 구조에도 여러 가지 시사하는 바가 있어서 매우 의미 있고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미국의사회, 각 단체 대표 회원 20% 구성…콤팩트한 의사결정 구조

미국의사회는 전체 의사 중 약 20% 정도가 가입되어 있어 얼핏 보면 매우 적은 수의 회원만이 가입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나머지 80% 의사 회원은 각 임상 전문 학회에 소속돼 있거나, 의과대학협회 등 자신의 고유 분야에 맞게 분산되어 소속돼 있다고 한다. 전체 의사의 20%만 놓고 보면 일부 회원만이 미국의사회에 가입한 것처럼 오해할 수 있지만, 미국의사회의 실제 구성원을 보면, 각 주 의사회 대표를 비롯하여 각 임상전문과목 단체의 대표, 외국의대출신 대표, 여자의사 대표, 군진의학 대표, 전공의 대표, 의과대학생 대표 등 모든 의사단체의 대표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미국의사회는 사실 상 미국 의사를 대표하는 실질적인 핵심 그룹의 성격을 갖고 있으면서, 의사결정 구조에 있어서 '우월적 지위'를 갖고 있는 집단이라는 특징적 설명이 곁들여졌다.

전체 대의원 숫자는 약 500명 정도로 활동의사 1000명 당 1명의 비율로 회원을 대표하는 대의원이 선출된다고 한다. 전문과목별 학회 역시 회원 1000명 당 1명의 대의원을 선출하여 참여하고 있으며, 이에 비해 전공의와 학생은 2000명 당 1명의 대의원을 선출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대의원회 운영 방식은 개방적인 형태로 대의원이 아니라도 사전 신청을 통해 등록하면 공식적인 참가 자격을 얻을 수 있으며, 필요에 따라서 발언권도 얻을 수 있지만 투표권은 제한하고 있다. 

한국 대표단은 이번 방문에서 현재 미국의사회가 고용하고 있는 인력 현황에 대해 질문했는데 "미국의사회가 고용하고 있는 정규직 직원 수는 1000여명으로 이 중 약 200명이 의사 출신"이라는 답변에 다시 한번 입을 다물지 못했다. 회장·부회장·의장·부의장 등 상위 지도급 인사는 정식 직원이 아니기 때문에 정규 월급을 받는 것이 아닌 수당(stipend)을 받는 형태로 회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이들 상위직 임원급 인사들은 자신의 의료 활동을 희생하여 의사 단체의 일을 돌보는 것이기에 이에 대해 보상한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2019 미국의사회(AMA) 대의원총회 개회식 전경 ⓒ의협신문
2019 미국의사회(AMA) 대의원총회 개회식 전경. ⓒ의협신문

최종 의결기구 대의원회, 업무 전문성·회무 연속성 주된 목표  

대의원회(House of Delegates)는 최종 의결기관으로 대의원회의 결정을 잘 수행하는 것이 이사회의 핵심 임무이다. 이사회(The Board of Trustees)는 모두 21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사회 위원장(Chair)은 대의원 회의에서 선출하고 임기는 1년이다. 차기 위원장이 자동 승계되는 구조로 이사회는 회장, 차기 회장, 직전 회장, 대의원회 의장과 부의장(Speaker of the House of Delegates, Vice Speaker of the House of Delegates), 12명의 무임소 이사, 젊은 의사회 이사, 전공의 이사, 사회 이사, 의과대학생 이사로 구성돼 있다.

이사회(Board of Trustee)는 워낙 많은 사안을 다루기 때문에 산하에 6개의 위원회(council)를 두고 전문성을 발휘하여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일부 위원회 위원장은 선출직으로 선거를 거쳐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대의원 활동 이외에도 꾸준한 위원회 위원 활동경력과 함께 자신이 소속돼 있는 전문 과목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해야만 한다. 6개의 위원회 운영 방식은 업무의 전문성과 회무의 연속성을 위해 위원의 임기는 보통 장기간 연임이 가능하도록 보장하고 있다. 

대의원 의장의 임기는 4년이며, 우선 4년간 부의장직을 거치도록 하여 이 과정을 통해 다양하고 충분한 경험을 쌓아 회장이 되어서도 직무수행의 연속성, 전문성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한다. 회장은 임기가 1년인데 차기 회장, 현 회장, 직전회장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실제는 3년의 근무기간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의사회가 직면해 있는 현안이나 주요 정책 등  직무의 연속성과 전문성에 있어서 역시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임기 1년 선출직 의사회장 차기·현·직전 회장 구성…사실상 '임기 3년' 

대의원회에서 차기회장을 위한 선출 과정에서 현재의 대의원 의장이 차기 회장으로 추천을 받았고, 다른 경쟁자는 없다. 이에 따라 형식은 '선출직'이지만 그동안의 경력이나 업적을 고려하여 충분한 검증을 바탕으로 하는 '추천제' 형식이나 다름없어 보였다. 이미 대의원회 차기의장과 의장을 거쳐 회장을 맡는 구조여서 의사회의 직무나 역할에 대한 지도력과 리더십에는 전혀 문제가 될 수 없을 것으로 보였다. 

의협 대표단은 또 "미국의사회의 단체 성격에 대한 논의에서 영어로 전문직조합(Trade Union)으로 표현하면, 단체의 성격이나 정체성을 충분히 잘 묘사하는 것이냐?"는 질문했는데, 이에 대해 미국의사회측은 "'Trade Association'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한 표현"이라고 답을 해줬다. 그 이유는 의사회가 보험 수가 등 의사를 위한 각종 규제나 제도에 대한 의견을 표출하나 노조와 같은 성격의 임금협상을 하는 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비록 의사의 권익을 위한 단체의 성격을 띠고는 있지만, '조합'이 아닌 '협회'로 규정하고 있다고 부연하여 설명했다.

2019 미국의사회(AMA) 대의원총회를 참관한 대한의사협회 대표단 일행. ⓒ의협신문
2019 미국의사회(AMA) 대의원총회를 참관한 대한의사협회 대표단 일행. ⓒ의협신문

대의원회·집행부 영역 구분 없이 사안별 7개 전문委…연간 200여개 정책 생성 

미국의사회는 정책(Policy) 설정과 관련하여 별도의 단체나 기구를 운영하는 방식이 아니라 대의원회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대의원과 그리고 의사회 집행부가 서로 제한 없이 참여하여 정책제안을 하고 이것을 사안별로 7개의 전문위원회(reference committee)로 분류하여 검토한 다음 초안을 만든 후, 대의원회에 상정하여 최종 결정을 한다고 설명했다. 연간 약 200개 정도의 정책(Policy)이 형성되고 있으며, 현재까지 약 5000개 정도의 AMA 공식 정책으로 정리되어 탑재되어 관리되고 있다고 한다. 

"현재 미국의사회의 주된 관심 주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직역 간의 직무 충돌을 비롯하여 의료보험제도, 유사 아편, 약품 가격 문제, 의사보조인력에 대한 것 등"이라고 소개한 뒤 "특히, 고도로 훈련된 보건의료 직종과의 영역과 직무범위의 침범 및 충돌이 최근 골치 아픈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고 토로하여 이 문제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의료계의 공통 현안임을 인식할 수 있게 됐다.  

의료계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인 의사에 대한 경제적 보상에서 미국 공보험인 MEDICARE와 MEDICAID에서 의사에 대한 지불비용의 방식이 'SGR(Sustainable Growth Rate, 지속 가능한 진료비 증가율)'에서 현재 다른 대안적 방법으로 전환되었고, 현재 의사들은 이 새로운 방식에 그런대로 만족한다고 하였다(참고로, 미국은 문제가 많은 SGR 방식이 문제가 많아 지난 2015년에 오바마 대통령의 발의로 영구 폐기됐지만, 우리나라는 강력한 수가 통제 장치로써 올해 수가협상에서도 여지없이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9 미국의사회(AMA) 대의원총회ⓒ의협신문
의협 대표단이 2019 미국의사회(AMA) 대의원총회장 앞에 모였다. ⓒ의협신문

미국 정부, 정책 초기 단계부터 의사회와 논의…한국 정부와 달라

이런 새로운 방식의 최종 결정권은 미국 정부가 갖고 있지만, 새로운 방식의 제도에 대한 고안 단계부터 전문가단체인 의사단체를 초청하여 같이 논의하고 의견을 반영한다고 설명하여 미국 정부는 한국 정부와는 달리 전문가의 전문성을 존중하고 있으며,  보다 민주적인 절차와 협조를 통해서 정책을 설계하고 도입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번 미국의사회 대의원 총회의 이색적인 장면을 꼽으라고 하면, 대의원회의 정관과 규정 그리고 회의 진행에서 중요한 점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갑자기 외부에서 들이닥친 시민운동가들의 행동과 모습이었다. 이들은 미국 의료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구호를 외치고 피켓을 들고 들어와 회의장을 점령했다.

그런데도 대의원회 의장은 침착하게 이들에게 의사회의 회의가 진행 중임을 설명하였다. 이 과정에서 누구도 화를 내거나 충돌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오히려 의장은 이들에게 박수를 보내자고 제안하고 대의원 모두가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의장은 '우리도 당신들과 뜻을 함께한다'는 멘트로 분위기를 달래고 설득하는 전문가다운 성숙한 모습을 보여줘 대표단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시민단체의 주장을 요약해 정리해 보면, 미국에는 없는 '단일 국가의료보험제도'에 대한 제안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미국의 'UHC의 도입'을 외치며 미국인의 3분의 2 정도가 의료보험에 가입돼 있어도 심각한 질병에 걸리면 하루아침에 빈곤층으로 추락하는 이른바 '재난적 의료 현상'에 의사들의 관심과 각성을 촉구하는 주장이었다. 약 30분 정도 진행된 시민단체의 '총회장 점령'에도 참석 대의원 모두가 침착하게 웃으며 용건을 무탈하게 마치고 조용히 퇴각하기를 기다려주는 여유 있는 분위기임을 느낄 수 있었다. 이들의 퇴장과 동시에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총회가 속개된 것은 당연했다.

의료계, 형사 범죄화 등 신뢰 저하에 의사회 차원 강한 대응 천명

이어진 미국의사회 회장의 연설은 총회장의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그는 "미국의 의료보험회사는 자기부담금(deductable)을 5000달러로 책정하고 있다. 즉 5000달러까지는 자신이 본인 부담으로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정작 미국인은 응급의료에 대한 5000달러의 여유가 아닌 500달러 정도의 여유 자금 밖에 없는 실정이어서 의료보험에 가입돼 있어도 가정경제가 파산할 수밖에 없는 매우 악성 구조"라고 피력한 뒤 "전체 의료비의 약 90%가 만성질환에 소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사회장은 연설의 마지막 대목에서 "미국의사회는 회원의 윤리적 충족을 위하여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선언한 뒤 "그럼에도 의료의 형사범죄화나 의사의 신뢰를 저하시키는 시도에 대해서는 반드시 맞서 도전할 것"이라는 강하고 분명한 의지를 천명했다. 

대의원회 기간 중 예년대로 의사회가 지원하는 연구비 공모의 선정 결과도 공개했다. 미국 의사회가 지원하여 현재 미국 의학교육의 제3의 교육과정으로 정착되어 가는 HSS(Health System Sciences)의 개발에 대한 치하를 담은 언급이 있었다. 미국의사회는 매년 11개 의학교육혁신을 위한 과제를 선정하여 과제 당 약 100만 달러를 지급하고 있다.  

회의 중간마다 대의원회 의장은 회의에 참여한 대의원과 나머지 모두의 참가자가 지켜야 할 원칙으로 상호 존중 행동, 전문가적 행동, 윤리적 행동, 안정성 담보, 환영의 언사와 행동에 대한 대의원회 진행 수칙을 수차례 반복해서 강조했다. 발언에 나선 모두는 일정한 형식을 통해 최대한의 존중과 품위를 유지하며 발언하는 모습이 매우 좋아 보였다.

그리고 더욱 재미있었던 장면은 대의원 회의가 진행되는 일주일 기간 동안 회의에서 발생하는 이해상충 관계와 인신공격성 언사와 불미스러운 행동거지 등에 대해서는 즉시 신고하도록 신고 전화번호를 화면에 띄운 채 설명하는 것이었다. 

미국의사회(AMA) 주요 사업 브리핑 모습. ⓒ의협신문
미국의사회(AMA) 주요 사업 브리핑 모습. ⓒ의협신문

모든 회의 과정 '윤리지침' 준수 강조…위반 시 '신고 요청' 눈길

모든 회의는 반드시 윤리지침에 따라야 하며, 대의원회의 기간 중 회원 간 social network service를 포함한 모든 의사소통(communication)은 소통 수단과 방법에 관계없이 반드시 윤리지침을 준수할 것을 강조했고 지키지 않는 대의원은 반드시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미국의사회의 대의원총회는 우리나라처럼 국회의원 소개나 원로, 기관장, 정부 대표 등을 소개하는 자리를 따로 마련하지 않았다. 내빈소개는 외국 의사회의 대표를 소개하는 시간이었는데 개회 직후 얼마 지나지 않아 사회자가 캐나다, 독일·대만·한국·일본·태국·스웨덴·이스라엘 그리고 세계의사회 대표를 나라별로 소개했으며, 미국의사회 대의원들은 이들을 환영하는 뜻에서 뜨거운 박수로 응했다. 의협은 지난해 인도네시아와 태국의사회를 방문하였기에 태국 대표단은 우리 대표단을 곧 알아보고 반갑게 다시 상견례를 나누었다. 

AMA 대의원총회의 분위기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축제적인 매우 밝은 분위기였고, 우리나라처럼 크게 소리 지르는 사람이나 특정 대의원에 의한 발언 독점 현상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일부 자유개방적인 복장을 한 사람도 있었으나 거의 모두가 정장을 잘 차려입고 참석하였다. 태국 방문단은 태국의사회 로고가 박힌 정장을 단체적으로 착용하고 참가하여 눈길을 끌었다. 

이번 미국 의사회 방문을 요약해 보면, 우선 미국의사회를 의협과 비교했을 때 지배구조 면에서 현격히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실제적인 집행부 역할을 하는 이사회(Board of Trustee)는 구성이 회장단과 대의원회 의장단이 같이 들어가 있어 의사회 내부의 정책수행 일관성과 단결된 구조를 확보하고 있었다.

미국 의사회는 오랜 세월 동안 바르게 다져진 단체의 직무수행과 잘 훈련된 지도급 인사들의 실무조직 운영과 리더십을 위한 정책의 일관성 내지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의사결정 구조와 규범들이 서로 맞물려 일사불란하게 형성돼 있다는 점을 이번 방문을 통해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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